영역이란 관계되는 분야나 범위로 일정한 울안이나 테두리 안을 의미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나름의 영역이 있고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한다.

아름답게 보이는 숲도 온갖 식물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여 나타난 모습일 뿐이다. 호랑이 등의 맹수들이 자신의 분비물을 나무줄기나 바위에 바르는 행위는 자기 영역의 표시이다.

인간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한 범위에 땅이름을 붙이고 배타성을 주장한다. 땅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곳이 바로 우리 땅이라는 선언적 의미인 것이다.

요즈음 영역 싸움으로 분쟁을 일삼는 고약한 이웃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갈등을 빚더니, 센카쿠 열도에 대한 영역 문제로 중국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동중국해 남서쪽인 타이완과 류큐 열도 사이에 위치해 있는 다섯 개의 무인도와 세 개의 암초로 이루어진 군도이다. 현재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으나 중국과 타이완도 서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국제 분쟁 지역이다.

지난 8월에 홍콩의 시민 단체가 이 섬에 상륙하여 양국간 긴장이 고조 되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지난 10일, 다섯 개의 무인도 중 세 개의 섬을 개인 소유자로부터 우리 돈 약 300억원에 사들여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다고 공식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중국은 국유화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고 심하게 반발하면서 이 군도를 영해 기점으로 선포하는가 하면 해양순시선을 파견하는 등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역뿐만 아니라 땅이름도 분쟁을 일으킨다. 우리의 동쪽바다 표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동해는 오래전부터 여러 나라의 세계지도에 조선해라 기록되어 왔는데 일제가 동해를 일본해로 바꿨다.

우리의 동쪽 바다를 ‘동해로 부르느냐, 일본해로 부르느냐’의 문제는 자존심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곳의 영향력이 어느 나라에 있느냐?’에 대한 외국의 시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시 된다.

그래서 분쟁 지역에 쌍방의 지명을 함께 병기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어느 한 곳의 주장에 따라 단독 표기를 하게 되면 상대방은 심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화 이후 관할권 문제와 더불어 지명 표기 문제로 자치단체 간에 치열한 공방이 일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천안과 아산 사이에 벌어졌던 고속천철역 이름에 관한 분쟁이었다.

그 결과 천안아산역이란 긴 역이름이 탄생하게 되었다. 2003년 당진군에는 ‘당진땅엔 당진항, 평택땅엔 평택항’이란 현수막이 많이 나부꼈다. 얼마 후 당진항이 평택항으로부터 분리 독립 되었다.

그 외에도 ‘영덕대게냐, 울진대게냐’, ‘남당대하다, 백사장대하다’ 등 도처에서 자기 고장 지명을 내세우며 홍보전이 치열하다.

우리 고장에도 최근 지명 변경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세종시의 분리 독립으로 ‘동공주 IC’가 ‘서세종 IC’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공주 사람들은 제대로 대응도 못한 채 이름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수십㎢의 땅덩어리가 세종시로 헌납(?) 되다시피 편입된 직후, 곧바로 땅이름조차 잃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으로 궁금하고 의아스런 점이 있다. 2004년 신행정수도 사수 궐기대회에 앞장섰던 그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땅을 비롯한 많은 것들이 세종시로 편입될 때 왜 한마디 항의도 하지 않았을까? 또 동공주IC가 서세종IC로 명칭이 변경될 때도 왜 입을 꾹 다물고 있었을까?

동공주 IC와 비슷한 처지의 북유성IC는 남세종IC로 변경되었지만 ‘북유성IC’와 ‘남세종IC’의 이정표 숫자는 예전과 다름없다. 그렇지만 ‘동공주IC’ 주변의 이정표는 거의 ‘서세종IC’로 변경되고 ‘동공주IC’ 이정표는 서너 개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는 공주시민을 무시하고 깔보는 당국의 처사라 생각한다.

아무리 빼앗아 가도 거부조차 못하는 공주시민을 우습게 보는 행위다. 하기야 당국이나 시민이나 자기 것을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데 누가 지켜줄 것인가?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