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임진년(壬辰年) 용띠 해를 보내고 새 시대 새 희망이 넘치는 계사년(癸巳年) 뱀띠 해를 맞았다.

늘 같은 해가 되풀이 되는 것 같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우리가 맞이하는 모든 날은 나날이 새로운 날이다.

태양이나 지구, 달은 자기 자신의 몸을 돌리면서 무한히 넓은 우주 공간을 놀라운 속도로 달려 나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지구라는 비행물체를 타고 끊임없이 새로운 우주로 나아가는 여행자인 셈이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1억 5천만km 떨어져서 태양주위를 도는데 1년에 9억 4천만 km를 달린다. 같은 곳을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시속 79만km로 태양과 함께 새로운 우주로 달려 나가면서 공전과 자전을 한다.

지구는 이렇게 새로운 우주로 시속 10만 8천km, 하루에만 260만km를 달리는 초고속 비행물체이다. 우리가 100년을 산다면 지구는 우리를 싣고 태양과 함께 은하계를 약750억km 달리면서 동시에 태양주위를 94억km 정도 돌게 된다.

2013년 계사년(癸巳年)은 10천간(天干) 중 10번째 계(癸)와 12지지(地支) 중 6번째 사(巳)가 조합된 60갑자 중 30번째에 해당하며 검은 뱀의 해가 된다. 60년마다 돌아오는 해이지만 우주적 측면에서 볼 때는 6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공간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해이다.

뱀은 배로 기어 다닌다고 해서 뱀이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파충류의 변온동물로써 팔, 다리, 털이 없지만 땅, 물, 나무 위 등 거의 모든 곳에서 살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나며 세계적으로 약2,900여종 한국에 16종이 서식한다.

뱀은 인간 주위에 살면서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뱀은 한 편으로 인간에게 공포와 회피의 대상이 되고 또 한편으로는 신비하고 지혜로운 존재가 되어왔다.

뱀은 일반적으로 깨끗하고 온순하며 자기 방어 외에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으나, 프랑스 시인 장콕또의 말대로 너무 길고, 혀가 둘로 갈라져 날름대는 모습, 몸이 징그럽게 얼룩진 비늘로 덮이고, 무서운 독을 가졌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혐오스런 존재가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나게 되었는데, 성경에서는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하는 사탄으로 불경에서는 유혹과 애욕의 상징으로 묘사되었다. 서양에서는 대체적으로 간계와 유혹의 상징이며 저주의 표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겨울 동안 동면하다가 다시 나타나고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몸으로 성장하는 모습에서 불사와 재생의 상징이요 지혜의 동물로 여겨져 왔다.

한국에서는 구렁이를 업(어비)이라는 가호신으로 여겼고 중국에서는 강의 신으로 일본에서는 조상으로 여기는 등 동양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인식되어 다산과 풍요 및 가복의 수호신으로 여겨왔다. 

뱀의 해를 맞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뱀과 관련된 지명을 찾아보니 전국 150만개 지명중 208개의 지명이 나왔고 면 단위 이상은 경남 통영군 사량면 1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용과 관련된 지명의 1/6 수준이다. 뱀 지명은 주로 농업지역인 영호남에 60%가 분포하고 뱀사골로 유명한 지리산 일대에 40곳이 분포하는 특징을 보였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뱀띠 해를 맞아 기념 특별전을 ‘상상과 현실, 여러 얼굴을 가진 뱀’이라는 주제로 열고 있다.

십이지신으로 남남동쪽의 수호신이며 인간 운명의 동반자인 뱀, 현실세계에서 피하고 싶은 징그러운 존재로서의 뱀, 상상속의 백가지 얼굴을 가진 존재로서의 뱀, 상상과 현실의 접합점으로의 뱀 신앙, 인간의 대리자이자 마음의 친구인 뱀 등을 부각하고 있다.

조선후기에 유행했던 「당사주책」에 의하면 뱀띠 생은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를 겸비한다고 한다. 궁합으로는 원숭이, 닭, 소띠와는 상합(相合:협력)관계가 되고 돼지, 범, 개띠와는 상충(相沖:대립)관계를 이룬다고 한다.

특히 개띠와는 원진살(까닭 없이 서로 미워하는 기운)이 되어 허물을 벗다가도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면 죽고, 물때도 개띠를 많이 문다고 한다.

뱀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마 중국 송나라 때 완성된 「백사전」일 것이다. 천년 묵은 백사인 백소정과 인간 허선의 사랑 이야기이다. 1700년대 경극의 희곡이 되었고, 1994년 서극 감독 왕조현 주연의 ‘청사’, 2011년 정소동 감독 이연걸 주연의 ‘백사대전’으로 영화화되었다.

항주의 서호를 배경으로 인간과 미녀로 변신한 뱀이 서로 사랑하여 부부의 연을 맺는데 승려 법해의 방해로 우여 곡절을 겪지만 신선 남극선옹과 청사 소청의 도움으로 출산까지 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 이다.

계사년 뱀띠 해를 맞아 아픈 사람들에게는 뱀 지팡이를 들고 있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치유의 은사와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백사의 아름다운 사랑이 찾아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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