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본격 추진하는 데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에 하회, 양동마을을 ‘한국의 역사마을’로 세계유산에 등재 성공했습니다. 그 후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새롭게 도전하게 됩니다.

백제의 왕도를 형성했던 공주, 부여, 익산이 속한 충남과 전북이 함께 등재추진단을 구성하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내년 초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우리 충남은 다른 시·도에 비해 역사문화유산이 많습니다. 생명의 젖줄처럼 흐르는 금강이 도내 중심부를 굽이치며 평야를 발달하게 했고 서해안은 풍부한 물산을 가져다줘서 충남은 일찍이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의 선조들이 터 잡고 살면서 많은 문화유산을 남겼습니다.

그중에서도 웅진백제, 사비백제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것은 우리의 뿌듯한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백제 문화는 섬세하고 절제된 품격과 예술성을 갖추어,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라고 상찬했습니다.

백제는 중국 남조와의 활발한 교류와 수용을 통해 앞선 문화를 창조해냈고 그것을 일본에 전파했으며, 삼국통일 이후 신라예술의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고대 동아시아에서 활발한 교류의 중심이자 문화 창조의 주역이었음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당대에 선진국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백제를 가리켜 흔히 ‘패망한 역사’라고 말합니다. 남들만 그러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곤 합니다. 우리 역사에서 패망하지 않은 왕조가 하나도 없음에도 왜 유독 백제를 패망이라는 단어와 연결 짓는 것일까요?

그건 아마도 우리 역사상 가장 비장하게 펼쳐졌던 백제의 마지막 항전, 그리고 멸망 이후에도 3년간이나 치열하게 벌어졌던 부흥운동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심지어 백제가 멸망한 지 230여 년이나 지난 뒤 ‘백제 부흥’을 내걸고 후백제가 세워질 정도로 우리 지역 민중들은 백제를 뜨겁게 열망했습니다.

그리하여 싸움에서 승리한 자들은 ‘백제는 이제 패망했다’고 꾹꾹 눌러서 역사를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만약 백제의 의자왕이 신라와 고려의 마지막 왕들이 그랬던 것처럼 결사 항전하는 대신 스스로 나라를 들어 바쳤다면, ‘음황과 타락에 빠져 나라를 멸망케 한 군주’라는 오명을 쓰진 않았을 것입니다.

남들의 시각에서 ‘패망의 역사’ 운운하는데 동조하여 지역의 역사를 스스로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자세로 백제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고자 추진하는 것도 모순이 되겠지요.

백제는 당대에 문화선진국으로서 뛰어난 유산을 남겼지만, 세계유산 등재 기준은 상당히 엄격합니다. 이른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증명하고 진정성과 완전성을 충족해야 합니다. 등재신청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문화유산을 보존, 관리, 전승하는 체계 정립에도 힘을 모아야 합니다.

백제의 얼과 가치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도 상시 진행되어야 합니다. 세계유산 등재 제도가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되었듯이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려는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보존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백제유적의 세계유산 등재 노력이 훌륭한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세계유산을 보유한 고도로서 시민들의 자긍심이 한껏 높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이어질 여타 문화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마곡사와 같이 세계유산으로서 손색이 없는 우리 고장의 문화재와 무형문화유산들도 정성스런 연구와 보존 노력을 통해 언젠가는 세계유산의 반열에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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