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계절의 여왕이자 가정의 달이라는 말답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성년의날, 근로자의날, 발명의날, 바다의날 등 여러 기념할만한 날들이 많습니다.

그중에는 우리 불자들과 모든 인류에게 영원한 스승이 되시는 부처님 오신 날도 있으니 짧은 글 가운데 잠시 부처님 오신 의미를 되새겨 보려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부처님 오신 날에는 그 해에 걸 맞는 봉축표어를 공모하고 당선자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수상하고 그 표어를 가지고 한해의 봉축 의미를 담는 포스터나 플래카드 등을 제작하는데 사용을 합니다.

올 2013년 봉축표어 당선작을 보니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을’ 이라는 표어가 당선되었다 하는 소식이 들립니다.

2012년에는 ‘마음에 평화를 세상에 행복을’

2011년에는 ‘함께하는 나눔 실천하는 수행’등 부처님 오신 날 봉축표어 전반에는 인간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행복, 나눔과 실천 등으로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언제나 인간의 행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봉축 표어 한 구절이면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아하 부처님은 모든 생명의 영원한 행복을 위하여 오신 것’임을 이해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삼천여년 전 부처님이 태어난 인도 대륙의 모습을 돌아보면 사성계급이라는 카스트 제도가 엄격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에 넘나들 수 없는 계층을 나누고 차별을 두며 어느 종족에서 출생하였는가에 따라서 철저한 신분제도의 틀에 쌓여 옴짝달싹 하지 못하였었다고 합니다.

인도사상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바라문교의 종교적인 가르침 속에서 창조주로 알려진 범천의 입으로부터 나온 성직자 계급인 브라만과 가슴에서 나온 무사와 왕족에 해당하는 크샤트리아는 상위계급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에서 나온 평민에 해당하는 바이샤와 발에서 나온 천민에 해당하는 수드라 등이 있어서 성스러움과 천하고 속됨이 태어날 때 어느 어머니의 태에서 나오는가에 따라 이미 결정되어지는 신분과 계급 구조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반상의 차별 못지 않은 철저한 계급주의 사회에 태어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미 굳어버릴 대로 굳어버린 인도의 카스트제도 속에 왕족인 크샤트리아의 가계에서 태어난 싯다르타 태자는 태어남과 동시에 엄청난 선언을 하고 나오니 그것은 바로 ‘천상천하에 유아독존’ 즉 ‘하늘과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높다'’라는 말입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종족과 계급에 관계없이 모두가 성스럽고 존귀한 존재라는 생명의 평등과 존엄성을 제창하고 완고하게 굳어버린 계급이라는 인습의 굴레로부터 인간의 정신을 해방시키는 최초의 선언이었던 것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서 싯다르타태자의 탄생게를 보면 우리가 윤회하며 살아가는  “삼계라는 세계가 마치 불이 난 집과 같아 내가 마땅히 그를 편안케 하리라”는 말이니 그 속에는 모든 생명의 안녕과 행복을 이루고자 하는 강력한 서원과 의지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거센 불길로 인하여 온 세상이 불에 타고 있는 형국이라 보시고 타는 목마름과 같은 욕망을 절제하고 불타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감로수 같은 법을 설하시는 것으로 중생의 고통과 번민을 치유하는 소방수와 같은 역할을 스스로 자처하고 왕궁의 영화를 벗어던지고 수행자의 길로 나서셨으니 가히 인류사에 새로운 정신 혁명이 바야흐로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 그분은 성자의 계급인 브라만에서 태어났다는 자만심으로 살아가거나 혹은 스스로 천민이라는 의식에 사로잡힌 수드라를 위하여 “브라만이란 그 태어난 종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그 행위가 거룩하고 훌륭함을 일컫는 것이니 비록 수드라에서 태어났더라도 행위가 훌륭하면 그는 브라만이라 할 것이요 행위가 천하면 그는 브라만 출신이라도 천민 즉 수드라에 해당한다”는 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계급적인 차별과 벽을 허물고 오직 참답게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널리 전하는데 최선을 다하였던 분입니다.

봉축표어가 매년 새로 정해짐을 서두에 이야기하였지만 나는 그동안 나왔던 여러 표어 가운데 십년 전에 나왔던 ‘천천히 함께’라는 봉축표어가 제일 마음에 남습니다.

‘빠름과 나 홀로’가 제일가는 미덕인 것처럼 되어버린 오늘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군중 속에 고독을 느끼며 살아가는 시대에 살지만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요구되는 사조는 ‘천천히’라는 느림의 미학에다가 어린이와 장애를 가진 이, 노인과 강아지, 새와 꽃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누구와도 함께 손을 잡든, 눈을 마주치든, 미소를 짓든, 공존하면서 보폭을 맞춰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공생의 미덕이 제일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차별 금지법이라는 것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하는데 사회적으로 소수의 위치에서 차별받는 약자들에 대한 성별, 장애, 민족, 피부색 등 신체조건과 종교, 사상, 성적 지향 등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바 하루 속히 제정이 완료되어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되어있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됨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천천히 함께’ 앉아있거나 걷거나 쉬면서 주위와 하나가 되면 정신없는 빠름으로 인해 잊어버리고 미처 보지 못하였던 무수한 생명들의 건강한 모습과 진실한 삶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올 부처님 오신 날은 작은 연등 하나 마음에 밝히고 “이 세상에 행복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에 눈을 뜨는 부처님 오신 날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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