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 출신뿐 아니라 공주 시민의 자랑이던 공주대학교의 이름이 처량한 신세에 처하게 되었다.

이른바 공주대학교 교명 재창출위원회라는 기구에서 우여곡절 끝에 3차에 걸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한국대학교’라는 이름이 1위를 차지했고, 이제 그 이름과 ‘공주대학교’를 일대일로 투표에 붙여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만약 ‘한국대학교’가 이기게 되면 곧 그 이름으로 교육부에 변경 신청을 하게 되고, ‘공주대학교’가 이기게 되면 계속 그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는 게 그 기구에서 마련한 로드맵이다.

잘 알다시피 몇 년 전에도 공주대는 이 문제로 단기간에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다. 총장실이 한 달 넘게 점거되고, 몇 분의 생명을 건 단식 투쟁은 물론 1만 5 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공주대 교명 변경 반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또한 교수와 학생, 시민 대표들은 세종로 정부 청사까지 버스를 타고 달려가 반대의 구호를 외쳤다. 그 와중에 몇 분은 사법 처리까지 당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학교 당국에서 새로운 교명으로 신청했던 ‘한국대학교’라는 이름은 수용되지 않고 반려되었다.

교명 변경을 추진하는 측의 핵심 주장은 예산농업전문대학과 천안공업대학의 통합 조건으로 교명 변경이 들어 있으니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이 문제로 세 개의 캠퍼스 간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해결하여 대학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변경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지금까지 축적하고 이어져 온 공주대라는 이름의 브랜드 가치를 대체할 만한 이름이 없어 교명 변경으로 얻을 이익보다는 손실이 훨씬 크다는 점과, 새로운 이름이 정해졌을 때의 엄청난 홍보비용이나 이 일을 추진하는 측의 납득키 어려운 추진 절차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이러한 두 측의 주장은 하도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어서 투표로 어느 하나가 결정이 된다 해도 상대편에서 순순히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쉽게 집작케 한다.

즉 ‘한국대학교’로 결정되었을 때 공주시민이나 공주대 졸업생, 재학생 중 반대자들이 격렬하게 반발할 것이 뻔하고, 반대로 ‘공주대학교’ 이름 계속 사용으로 결정이 되었을 때 천안시민을 비롯한 교명 변경을 강력히 주장하는 분들이 그것을 아무 이의 없이 수용할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쪽으로 결정이 되던 갈등은 봉합되는 게 아니라 재연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대학의 생존 환경이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각 대학은 활로를 찾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캠퍼스 이전, 학과와 기구를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 조정, 서비스 경쟁, 경쟁력 있는 새로운 학과의 신설, 우수 교수 영입, 세인의 이목을 끄는 홍보 전략 등 그야말로 전 방위적인 전면전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교수와 직원, 학생, 동문, 지역 사회 주민 등이 총력을 결집해 노력을 해도 부족할 판에 학교 이름을 가지고 학교 구성원 간에 새로운 갈등을 조성하는 카드를 불쑥 들고 나온 집행부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백 번 양보하여 새로운 학교 이름으로 대학 발전을 꾀하겠다는 의중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것은 하책 중의 하책일 게다. 이름이 안 좋아 대학 발전이 되지 않는다는 발상은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믿는 미신이기 때문이다.

대학 구성원 다수가 ‘공주대학교’라는 이름이 안 좋다고 한다면 학교 이름쯤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다. 또 이름을 바꾸어 대학이 발전하고,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확신만 있다면 이름 바꾸는 게 뭐 어렵겠는가.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어느 것도 희미한 가능성뿐이다.

그 불투명한 가능성을 믿고 덜컥 이름을 바꾸었다가 바꾸지 않았을 때가 더 좋았다는 결과에 도달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총장을 비롯한 보직자는 임기가 끝나면 제 자리로 돌아간다. 추진위원들 모두 마찬가지다. 상처와 피해는 두고두고 이어질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아무 잘못도 없는 공주대학교가 고스란히 받게 된다.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에 있었다고들 말한다. 그 한 축을 자랑스럽게 담당했던 공주대학교의 이름을 더 이상 처량하게 해서는 안 된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그 이름에 무슨 죄가 있어 그리 하찮게 취급하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겉으로 말은 안 해도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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