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리 선근이 마을의 여름나기

건지산에서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초봉리는 푸새가 많다하여 푸새울이라 부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푸새울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선근이 마을은 옛날에 성근사라는 절터가 있던 마을이라고 부른다는 유래와 ‘배움의 길을 닦는 사람’을 길러내는 서당 같은 곳이 있었다 하여 선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 초봉리 마을 전경

건지산 자락에 산신각 아래에 선근이 마을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아직도 몇집이 관을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맑고 차가운 우물이 마르지 않고 마을의 식수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자연마을인 선근이 마을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이다.

초봉리는 면소재지에서 3km정도 떨어져 있으며 이인면 주봉리가 동쪽으로, 운암리가 서쪽으로, 구암리가 남쪽으로, 신흥리가 북쪽으로 있으며 앞에는 금강줄기인 용성천이 있다.

이 마을에는 저수지가 있는데 한곳은 선근이 마을에 한곳은 푸새울 마을에 자리잡고 있어 기름진 논농사를 짓는 비교적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한다.

▲ 200년이 넘은 느티나무와 선사시대 검바위, 유림의병 정난사적비

초봉리 마을을 이인면사무소쪽에서 들어가다 보면 국도변에 검바위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청동기시대 고인돌을 볼 수 있다. 약100㎡의 범위에 해당하는 3기가 삼각형 형태로 밀집해 있다.

이는 이 마을이 청동기 시대부터 마을이 형성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바위옆에는 200년도 훨씬 넘은 느티나무 정자가 있고 이는 여름에 마을 사람들이 풍장을 울리며 흥겹게 쉬던 장소였다고도 한다.

이 마을에서 노인회 할머니 회장이신 신정애(82세)를 만났다. 신정애 할머니는 연세에 비해 젊어보이신다. 안정옥(89세), 오흥순(87세),유계순(83세), 안옥녀(92세), 이상호(78세), 박선채(82세), 박가순(85세),양금순(79세),원인희(86세),박순분(86세),이규례(86세),이순례(85세),최인자(73세)등이 함께 모여 정겨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젊게 사는 비결이다.

▲ 노인회 할머니회원들이 원두막에 모여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신정애 할머니회장은 푸새울 서쪽 골짜기에 있는 대학동은 대학을 배우던 학생들이 살았다하여 댓골이라고 하며, 성근사 절터가 있는데 그곳에는 예전에 큰 절에 스님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마을 오다가 보았지? 검은 돌 말이야. 그게 이 말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지.”

이렇게 이마을은 오랜 청동기시대부터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하며, 이곳이 참으로 살기 좋은 마을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한다.

장익는 마을로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이곳에서 농사지은 콩을 이용하여 농촌 체험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현재는 담당하는 사람이 있어 농가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40여명이 넘는 노인분들이 시간이 될 때마다 도와주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할머니들이나 할아버지들이 서로 모여 농번기가 아닌 시간에는 서로 식사를 준비해 먹으며 마을의 이야기들을 나눈다.

▲ 장익는 마을의 체험학습장 전경

요즘같이 폭염이 계속되는 이상기온에는 한끼의 점심을 맛나게 해 먹는 것도 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이유가 된다. 시골마을의 먹을거리라는 것이 푸성귀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건강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먹는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되면 찾아올 손주와 손녀들에게 옥수수와 감자 등을 먹으며 보낼 생각에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이렇게 서로를 생각해 주고 기억해주는 시간들이 있어 노인들끼리라도 의지하며 보내는 시간들은 외로움을 덜어주는 시간이 된다.

때로는 의견도 모아두고, 오랫동안 아껴 두었던 농사비법이나 생활속의 지혜등을 풀어내며 서로에게 스승이 되기도 한다.

할아버지들은 또 다르다. 들일을 마치고 돌아온 할아버지도 있고, 담소를 나누던 분들도 함께 모여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마을회관에 모였다.

이영우(73세), 전영규(68세), 신갑식(80),윤화중(88세),강병기(77세),유상근(78세),신건수(86세) 등 할아버지 들은 일손이 적은 시간에는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마음을 나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에 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 실감난다는 이분들의 마음에서 깊은 연륜이 묻어난다.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삶을 즐겁게 사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때로는 주변도 돌아보며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 또한 나이든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의 모범이 되는 것이다.

▲ 유머가 넘치도록 즐겁게 지내시는 할아버지들의 여름 한때

그래서 선근이 마을이 지내는 극진한 산신제는 또 하나의 단체의식이다. 이 산신제는 일제 시대 때 징병 갔던 사람들과 6.25 사변때 의용군으로 끌려 갔던 사람들도 살아 돌아오는 것에 고마움을 느껴 지내는 마을의 의식이다.

이들이 산신제를 지내는 산제당은 정면 2칸, 측면 1칸으로 제실과 대기실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곳에 산신할아버지 그림이 있으며, 산신제, 거리제가 끝나면 원유사의 집에서 마을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 함께 먹는단다. 이렇게 마을의 안녕을 위해 풍악을 울리며 모든 사람들의 힘을 합해 기원을 하는 것이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 느끼는 고향에 대한 푸근한 마음은 제대로 쉬러오라는 이들이 평생 가꿔 온 의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을 어르신들은 초봉리에는 푸새울과 선근이 마을이 합쳐 형성된 곳이라고 한다.

이 초봉이라는 유래도 마을 부근에 푸새가 많다하여 초봉, 푸새울, 초동이라 불리웠다고 한다. 이렇게 초봉리 마을에는 산이 공중에 뜬 것 가다하여 붙여진 검둥산이 있고, 지형이 학의 날개를 펼치고 여러 가지를 포용하는 형태라 하여 붙여진 댓골이 있다.

베렝이들은 초봉리 마을회관의 앞들을 말하며, 봉강은 마을회관 남서쪽으로 봉황이 내려와서 앉았다고 하여 봉강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말한다.

유난히 협동이 잘된다고 자랑하는 어르신들은 건지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벗삼아 시원한 여름나기를 하고 계시다. 마을회관 앞에 있는 원두막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오늘도 서로의 이야기를 벗삼아 소소한 소일거리를 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부가적인 부수입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의 어른으로서 부녀회나 청년회 등과 협동을 다지며 선근이 마을이들이 방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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