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자동차교통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특히 공주는 바다와 하늘 길은 물론 철로도 지나지 않아 오래 전부터 자동차교통이 절대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걷는 일이 크게 줄었습니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움직이고 주차공간이 편한 지부터 따집니다.

부족한 걷기를 보충하느라 그런지 수많은 산악회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전국으로 산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공주를 걷는 것은 드물어졌습니다. 연전에 시에서 공주 둘레길 개척을 위해 천리길 걷기를 야심차게 진행한 적도 있었는데, 기왕 걷는 일, 의미 있게 해보면 어떨까요?

첫째, 역사와 함께 걷기입니다. 예를 들어 공주대교 끝 장깃대 나루에서 국고개 문화거리(중동성당, 충남역사박물관)를 거쳐 옛 읍사무소, 감영터(사대부고)를 지나 우금티 전적지까지 역사의 현장을 따라 걷는 겁니다. 이 길은 역사지식이 꼭 필요한 길입니다.

거기에 옛 이야기를 들려줄 어르신이 인도하면 산교육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한번 체험하면, 진정 제대로 된 공주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겠지요?

걷다 보면 어느 결에 추레해진 하숙집들, 아직 남아있는 이발소, 분식집이 소중하게 보이고 골목을 예쁘게 치장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히 들 것입니다. 걸으면 간판의 글씨를 하나하나 읽을 수 있습니다.

터무니없이 큰 글씨와 원색의 간판은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 때 잘 뵈기 위함입니다. 수원시의 벽화마을을 가보면, 골목에 있는 허름한 여인숙의 담벼락에 유명 화가가 수준 높은 그림을 장식해 놓았습니다. 잠깐 멈춰 서서 그림에 대한 해설을 들으면 예술교육까지 겸하는 셈입니다.

물론 이 길 말고도 공산성에서 황새바위 순교지, 송산리 고분군(무령왕릉), 정지산 유적, 고마나루, 연미산으로 이어지는 백제 역사와 신화의 길도 걷기 좋게 꾸며야 합니다.

둘째는, 생태공부하며 걷기입니다. 우리 공주는 청양군보다도 산지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천지가 나무와 꽃, 풀, 숲의 보고입니다. 어렸을 적 이름도 모르고 빨아먹었던 꽃나무, 외래종에 밀려나는 우리 풀과 나무들, 하나하나 보듬어주고 그 이름을 머릿속에 새깁니다.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고향의 생태환경을 언제까지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커질 것입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교문 앞에 봇도랑이 있었습니다.

수영도 하고 빨래도 하던 곳이 지금은 메워지거나 건천이 되었지요. 일본의 잘 꾸민 소도시를 가보면, 일부러 물길을 보존하고 맑은 물이 항상 흘러가게 해놨습니다. 우리도 제민천부터 잘 살려야겠습니다.

셋째, 축제와 함께 걷기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을 주말마다 걷는 거리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차 없는 거리를 하면 교통이 당분간은 불편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두 발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와서 노닐도록 하는 겁니다.

광장은 곧 다양성과 개방성입니다. 공주에도 광장이 필요합니다. 산성시장과 닿아있는 대로, 신관의 대학촌 등을 주말 일정시간에 차의 통행을 하지 않기로 하고 젊은이들의 놀이마당, 아마추어밴드 등 취미클럽들의 작은 무대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한 구석에는 벼룩시장이 열릴 것입니다.

유럽의 도시마다 있는 드넓은 광장이 어느 결에 풍물시장이 됐다가 악사들이 재주를 뽐내는 곳으로 변했다가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걷는 일은 시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름나면 세종시를 비롯한 전국에서 찾아오고, 또 외국인 관광객들도 몰려들 겁니다. 그들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해설프로그램입니다.

저는 공주시 인구의 약 1%인 1,000명의 해설사를 양성하는 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치 와이파이(wifi)처럼, 관광객들이 어디서나 쉽게 해설사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할 겁니다. ‘경주에 가면 명품해설이 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공주에 가면 어느 곳에나 이야기꾼들이 있다, 공주사람들은 누구나 역사에 밝고 문화수준이 높고 친절하더라... 그러면 사람들이 이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고 다시 오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