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룡 趙熙龍, 1789~1866종이에 엷은 채색, 106.1×45.1㎝ 간송미술관 소장
올 겨울은 날이 춥지 않고 포근하지만 눈이 많이 온다는 기상청의 겨울 날씨 예보가 있었다.

요즘은 일기예보가 잘 맞는다고 하더니 정말 겨울초입부터 눈이 며칠을 내렸다. 내가 살고 있는 산골은 도시와 달리 한번 눈이 오면 쌓여서 출입하기가 어렵다.

하루정도 내리고 포근해지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몇 시간 이상 눈을 치워야 자동차를 운행 할 수 있다. 집으로 오는 길의 해가 닿지 않는 응달부분이 얼기 전에 손을 써두어야 한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월동준비를 해야 한다. 비상식량, 난방용 가스와 땔감, 머털이와 팔랑이(개)를 위한 겨울 식량, 그림도구와 책 등등. 며칠 계속 눈이 내리면 자동차는 1킬로미터 정도 아래 마을에 두고 걸어 다닌다.

조금 번거롭긴 해도 눈 쌓인 길을 걷는 재미도 있고 유배된 선비나 은자같은 삶을 은근히 즐긴다. 가지각색 꽃과 녹색을 뽐내던 창 밖 풍경이 수묵화로 바뀌었다. 그 풍경에 하얀 눈꽃이 피었다.

이 그림의 매화는 눈꽃과 닮아 있다. 아무렇게나 거칠게 찍은 것 같은 흰점은 깊은 산에 눈 같기도 하고 꽃잎 같기도 하다.

매화 꽃봉오리가 흐드러지게 맺혀 있다. 그 가운데 집이 한 채 있다. 둥근 창으로 보이는 방안, 책상위에 서책이 층층이 쌓여 있고 매화가지가 꽂혀있는 병, 문방구가 놓여있다.

한 선비가 책을 읽는지 생각에 잠겨 있는지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끄러운 바깥세상, 앞 다투어 핀 매화는 뒤로 하고 홀로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눈보라치는 한겨울 바람소리를 뒤로 한 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의 방에서, 세상사는 잊고 있다.

가끔은 떠들썩한 뉴스나 인터넷을 멀리하고, 세상이야기를 뒤로 한 채 나의 시간을 온전히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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