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가끔씩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어디쯤이며, 잘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 물음을 던질 때가 있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가? 이러한 점검과 진단을 체질화한다 실패와 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뒤늦은 개화와 근대화 과정을 거쳐 민족의 분단과 전쟁이라는 대재앙을 겪으면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의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왔다.

하지만 위기를 맞아 파멸 직전에서 헤맨 기억도 적지 않다. 상황을 인식하고 진단하는 능력이 떨어졌을 때, 언제든 그런 일을 맞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97년 외환위기 사태다. 보유 외환이 비고 대외지불능력이 떨어져 국가부도위기에 처했다. 그 원인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경제와 산업구조의 결함, 그로 인한 무역수지의 적자 누적, 단기 대외채무의 급증 등이라고 분석된 바 있다. 하지만 그전에 위기의 신호가 없지 않았다.

그해 초부터 위기의 징후와 경고가 있었는데도 결국 부도 위기를 맞은 것이다. 당시 경제정책을 관장하던 관료들과 경제학자들의 상황인식이 현저히 부족했거나 관련 정보를 왜곡했던 건 아닌가. 지금까지도 ‘우리 경제는 펀더멘털이 강해서 전혀 문제가 없다’던 경제부총리의 멘트가 기억난다.

상황을 담백한 자세로 직시하고 정보를 가감 없이 공개하면서 각 경제주체들에게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했었으면 어땠을까. 이렇게 상황을 잘못 읽거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어떠한 사전 처방도 할 수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민간기업 쪽으로 보면,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에 빠져 그토록 거대한 글로벌 그룹이던 대우그룹이 풍선 터지듯 소멸하고 만 사례가 있다. 좀 더 빨리, 심각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그룹 내 우량기업을 지렛대 삼아 회생책을 썼다면 결과는 얼마간 달라졌을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비전이 없다’고 말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을 거쳐 국정목표와 비전을 새롭게 제시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비전 선포식’을 통해 내외에 공표한다.

국민이면 국민, 임직원이면 임직원 등 모든 구성원의 생각과 업무를 한 방향으로 모아가려는 것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비전이다. 비전을 수립하지 않고 그저 하나하나의 업무를 하루하루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근시안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비전은 만드는 것에 이어 모든 구성원이 그것을 분명히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만들 때마다 많은 연구용역과 선행사례 스터디를 해서 비전과 목표를 만들어놓고는 캐비넷에서 잠재우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평소 일하고 세부과업을 세울 때 비전과 방향을 맞추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모든 구성원이 비전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세부과업을 그에 맞춰 일할 때 조직의 정체성이 강해지고 실제 성과가 나온다.

어떤 조직도 ‘현상 유지’를 비전으로 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달성하기에 버거운,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구성원들의 헌신을 요구한다.

사실,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변할 수 있고 변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혁신의 성과를 가져온다. 지금 이 방법 말고도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믿음으로 사물을 보면, 나와 우리 주변에 고쳐야 할 것들, 바꿔야 할 것들, 새로 수용해야 할 것들이 숱하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는 조직 내부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필연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성패는 얼마나 빨리, 적절하게 그 문제들을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조직의 역동성은 문제 해결과정에서 증대된다. 언제나, 누구나 문제를 제기하게 하고, 제기된 문제는 반드시 논의에 부쳐 결론이 날 수 있게 이끄는 것이 바람직한 혁신의 리더십이다. 그로써 리더는 구성원들을 신나게 일하도록 몰입시킴으로써 신뢰의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시장이나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맞추지 못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일을 자주 목도한다. 정부 역시 정책이나 서비스를 국민의 수요와 요구에 맞추지 못하면 ‘정부 실패’가 일어나고, 급기야 선거과정을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거부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사람들의 기호와 시장의 수요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특히 한 발 앞서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정부, 공공부문은 시장 변화를 뒤따라감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정부는 변화를 이끌어갈 자격을 가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상황 탓을 하고 현실을 핑계로 혁신을 미루지 않는 2015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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