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원 김홍도 金弘道 1745-1806이후종이에 옅은 채색 ,1796년, 26.7×31.6㎝, 삼성미술관 리움
참새목(Passeriformes) 까마귀과(Corvidae)에 속하는 까치는 유럽·아시아·북아프리카·북아메리카 등 열대와 아한대를 제외한 북반구 전역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에 우는 까치를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여겼다. 까치는 사람을 가까이하며 학습이나 모방까지 잘하는 지능이 높은 새이다. -브리테니커-

시골마을에 들어서면 마을입구에는 키가 큰 느티나무나 팽나무가 기운 좋게 서있고 꼭대기에는 어김없이 나뭇가지를 모아 꼼꼼하게 지은 까치집이 있다. 요즘 도시에서는 버즘나무(플라타너스) 가로수나 전신주에 철사나 비닐끈 등으로 만든 까치집을 볼 수 있다.

사람도 예전에는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흙이나 돌로 집을 지었고 지금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벽돌, 시멘트, 철 등으로 집을 지으니, 까치도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집을 짓는 것일 뿐,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우리 마을 입구에도 어른 네댓이 팔을 둘러야 안기는, 몇 백 년을 살았겠구나 싶은 느티나무가 우뚝 서있고 꼭대기에는 까치집이 있다.

높은 시야를 확보한 까치집은 먼 곳을 볼 수 있는 전망대이며 머리도 똑똑한 까치는 마을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아닌지?

설이 되어 찾아오는 손님이나 시집 장가간 자식들이 오랜만에 마을에 들어서면 까치는 소리를 내며 경계신호를 보낸다. “낯선 사람이 왔으니 조심해!”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은 까치의 이런 습성 때문에 생긴 말인 것 같다.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묵은 매화나무 줄기위로 까치한마리가 소란스럽게 왼쪽으로 날아오른다. 두 마리는 꽁지에 힘을 주며 날아오르려 하고, 한 마리도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단원은 왼쪽으로 날아오른 까치와 힘의 균형을 맞추려고 대나무 가지를 오른쪽으로 쭉 뻗었다. 마치 날아 오른 까치에 놀라 오죽이 오른쪽으로 튕긴 것처럼 휘어졌다.

부리를 연 까치는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저 멀리에 낯선 손님이 모습을 보였나보다.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 까치의 매화구경은 끝이 났다.

기쁜 소식을 알린다는 길조로 옛 그림에 등장하는 까치가 농부에게는 골치 아픈 새가 되었다. 파종이 한창인 봄날 논산에 살고 있는 벗을 만나러갔는데 그는 콩밭에서 꽹과리를 치고 있었다.

까치를 쫒으려고 총 대신에 꽹과리를 치고 있었다. 과수원과 밭에서 들리는 공포탄 소리를 시골에서 종종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천적의 수가 줄어들고 늘어난 까치는 오늘날 사람에게 더 이상 좋은 새가 아니다. 까치의 탓만도 아닌데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마당 한쪽에 있는 오래된 감나무에 홍시가 달려있다. 무채색 겨울에 주홍색 까치밥이 흰 눈을 이고 멋진 풍경화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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