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로스코 Mark Rothko((1903~1970)

마크 로스코의 비밀 하나를 
오늘 거제 비치호텔 테라스에서 건졌다.
지난밤 늦게까지 불 켜 있던 고깃배 두 척
어디론가 가버리고
이른 봄밤 새기 전 어둡게 흔들리는 바다와
빛 막 비집고 들어오는 하늘 사이에
딱히 어떤 색깔이라 짚을 수 없는
깊고 환하고 죽음 같고 영문 모를 환생 같은 저 금, 
지구가 자신의 첫 바다 쩍 추억을 발라논, 
첫 추억을 반죽해 허허로이 두텁게 발라 논 저 금, 
점차 가늘어져 그냥 수평선이 될 뻔한 저 금     

(황동규시  마크 로스코의 비밀-K에게)

인간은 예로부터 현재까지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신비감을 갖기도 하고 그것은 두려움 또는 경외감으로 바뀌기도 한다. 시인은 집을 떠나 쉽게 잠을 잘 수 없는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곳에 있다. 늦은 밤까지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에는 고깃배가 불을 밝히고 있다. 얼마나 잤는지 눈을 떠보니 아직 어둡고,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뜨려고 붉은 기운이 돈다. 하늘과 바다를 구분할 수 없고, 시인의 표현처럼 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로스코의 그림을 보면 색면과 색면 사이를 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매우 커다란 사각형 화면에 또 다른 사각형이 떠있다. 염색하듯 색을 한 겹 한 겹 올려서 그 가장자리는 빛이 스며들어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화선지를 바른 문에서 빛이 퍼지는 것 같고 여름밤에 달무리 같기도 하다.

“만일 내 그림 앞에서 감정을 터뜨리고 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내가 그림을 매개로 그들과 소통한 순간이다.”

그는 고뇌나 비극, 희열, 운명 등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그의 그림에 담으려고 했고, 사람들과 함께 종교적 체험까지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실제로 그의 그림이 걸려있는 독특한 예배당이 있다. 예배당 안에는 종교적 상징물 대신 어두운 색조로 된 세 점의 3면화와 다섯 점의 개별 작품, 대형 그림 14점을 걸었다.

단색화와 윤곽선이 선명한 검은색 사각형 그림은 그 이전에 작업했던 밝은 색 그림 형식과 다르고 새로웠다. 그는 생의 마지막 2년 동안 이 어두운 색채실험을 계속했는데 예배당 벽화의 음울한 분위기는 심각한 우울증과 외로움, 죽음을 떠올린다. 휴스턴 예배당은 로스코가 자살한지 약 1년 후에 공개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에 앉아 그의 작품을 한없이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그림으로부터 치유 받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니……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지금 마크 로스코의 국내 첫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3.23~6.28), 마크 로스코의 전시장에는 명상의 공간인 ‘로스코 채플’도 그대로 옮겨왔다고 하니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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