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공주 석장리 구석기박물관에서는 2015년 석장리박물관 특별기획전 ‘또따벨 사람, 60만년의 여정’이란 주제를 가지고 프랑스 구석기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개막은 지난 6월 15일에 있었는데 그때는 ‘메르스’라는 전염병으로 온 나라가 정신이 없을 때라 공주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오픈하는 줄도 모르고 조용히 개막된 특별 전시이다.

그러나 이 특별 전시는 세계 선사문화의 선구를 여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 유물의 관한 이야기로 그 의미가 아주 큰 행사이다.

먼저 ‘또따벨 사람’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또따벨 사람(학명 L'Arago ⅩⅩⅠ-아라고 동굴에서 나온 21번 째 인골 유물)은 아라고 동굴에서 1971년 발견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인골 화석으로 ‘유럽형 곧선사람’으로 불리는 인류로 약 45만 년 전의 인골로 추정된다.

이곳 아라고 동굴에서는 많은 인골들이 발굴되었는데 이 사람들을 이곳 아라고 동굴이 있는 마을 이름 또따벨(프랑스 남부 페르피낭에서 33Km 떨어진 아주 자그만한 마을)을 붙여 ‘또따벨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아라고 동굴은 피레네 산맥의 동쪽 카르스트 지형에 있는 동굴 유적으로 유적층이 두께가 15m나 된다. 이 15m 높이의 지층에 약 7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전까지 약 60만 년간의 유물층이 존재하고 있으며 1964년 세계적인 선사학자 ‘앙리 드 룸리’ 박사의 발굴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50년이 넘게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발굴 첫 해 1964년은 우리 공주의 석장리 발굴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프랑스와 한국, 또따벨과 석장리, 룸리 교수와 손보기 박사(박사 사후에는 손 박사님의 제자들)와는 끈끈한 연대의 정이 이어진 것이다. 

아라고 동굴에서는 전술한 최고의 유물인 ‘아라고 21’ 뿐 아니라 148점의 인류 화석과 짐승의 뼈, 석기, 꽃가루 등 총 65만 여점의 유물이 발굴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선사문화 연구센터’에서는 60~70만 년 전부터 지구의 고환경과 생태가 어떻게 변하여 왔고 인류의 행동 양식은 어떻게 변화하였으며 인류는 어떻게 진화하였는지를 연구하여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짐승의 뼈가 발견된 L층(약 55만년 전)에서는 순록의 뼈가 많이 나와 그 당시의 기후가 추웠을 것이라고 추정되며, J층(50여 만 년 전)에서는 다마 사슴의 뼈가 많이 나왔는데 그 당시는 습한 우기의 기후가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G층(45만 년 전)이 춥고 건조한 시기라는 것은 이러한 춥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국화과 식물의 꽃가루와 모스바흐 말의 뼈가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우라늄원소 반감기법,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 등 다양한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입증함으로 유럽선사문화연구센터는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그 연구의 중심에는 세계적인 석학 룸리 박사가 있는 것이다.

룸리 박사는 나이 80이 넘은 노학자로 한국을 무척 사랑하는 분이다. 작년 석장리세계구석기축제에 노부부가 함께 참석하시고 울산의 반구대암각화에도 지극히 많은 관심을 가진 분이다.

2013년 공주의 세계구석기축제 대표단이 프랑스에 방문하였을 때 수 천리를 열차 타고 이동하시면서 3차례나 프랑스 구석기 유적을 우리에게 안내해 주셨다. 사모님도 같은 선사문화 연구 학자로 존함은 ‘마리 앙뚜와네트 드 룸리’로 프랑스 브르봉 왕가의 후예란다.

언니가 지스카르 데스텡 대통령과 결혼하였고 그래서 내가 존경하는 ‘룸리’ 박사는 프랑스 대통령의 동서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대단한 가문으로 많은 명예와 높은 직위를 가졌지만 무척 소탈하신 분이다. 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신사로 나는 그 분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몸소 체득하였다.

내가 프랑스에 갈 때 나 개인적으로 준비한 조그만 선물이 무령왕비관 모양의 타이슬리였는데 이 분은 내가 선물한 타이슬리를 나와 만나게 될 때는 꼭 허름한 흰 와이셔츠위에 차고 나오셨다. 2만 원 짜리 밖에 안 되는 선물이지만 그 선물을 준 사람에 대한 감사와 배려가 담겨있는 품격 높으신 행동인 것이다.

특히 이분은 한국의 구석기하면 석장리 구석기 유물을 최고로 치시는 분이다. 경기도 연천의 구석기 유적이 엄청난 투자와 연구로 한국에서는 석장리를 앞서가고 있지만 늘 한국의 구석기 연구의 발상지는 공주 석장리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다.

그로 인해 2010년의 기획전시 ‘구석기인들의 죽음과 매장’, 2011년의 특별기획전 ‘그녀- 인류를 꿈꾸다’, 그리고 올해 열리는 ‘또따벨 사람, 60만년의 여정’이라는 프랑스와 관련된 엄청난 기획 전시가 모두 우리나라 최대의 선사 박물관인 전곡리 유적지에서가 아니라 공주의 조그만 석장리박물관에서 열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곳 또따벨에서 또 하나 배울 것은 이러한 구석기 유적과 유물을 잘 활용하여 관광 활성화 등 지역 주민의 경제적 도움과 연결시킨 점이다.

이 아라고 동굴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선사 박물관과 또따벨 유럽선사문화연구센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세계 각지의 선사학자와 고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코스로 만들었다.

연구 결과물에 대한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 실시하여 많은 초, 중학생들의 체험 프로그램이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으며 수 천 명밖에 안 되는 조그만 마을에 해마다 15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단다.

또 이곳 넓은 평원에 포도를 재배하여 프랑스 남부에 질 좋기로 유명한 ‘또따벨 와인’을 특성화하고 다양한 축제를 통해 부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공주도 지난 7월 5일 백제 유적이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 백제의 유적과 더불어 한국 구석기 연구의 메카 석장리구석기박물관을 잘 활용하여 공주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혜를 발휘하여야 한다.

2016년 4월 30일 까지 열리는 석장리박물관의 특별전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화석인 ‘또따벨 사람’,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아슐리안 형 석기로 대표되는 ‘뒤랑달 석기’를 비롯한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또 지구 60만 년의 역사와 고환경의 변화에 대한 연구물이 전시되는 의미 있는 전시회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아주 중요한 전시에 공주와 충남 지역에 뜻있는 분들의 많은 성원과 관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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