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화-고마운 감나무안혜경(1964~) 2016, 한지위에 아크릴

추위가 찾아오며 자연의 생명체는 땅에 풍요로운 열매를 내리며 겨울을 맞으라고 한다. 풀과 나무는 초록을 갈색으로 바꾸며 잎을 떨구고 최소한의 에너지로 살 준비를 한다. 그렇지만 독립적으로 살 수 없는 인간은 겨울 땔감과 양식을 준비한다. 우리 집도 요즘은 참나무 장작을 저장하며 겨울을 맞이한다.

겨울은 사계절의 막내인데 지난해와 새해를 함께 갖고 있으며, 12월의 문을 닫고 1월의 문을 연다. 서양에서 1월, 제뉴어리(January)는 야누스(Janus)에서 유래한 말로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했다

로마 신화의 신, 야누스(Ianus, Janus)는 문(gates)과 대문(doors), 문간(doorways)의 뜻으로 처음과 끝이자 시작과 변화를 상징하는 신이다. 앞과 뒤, 선과 악, 안과 밖, 전쟁과 평화처럼 서로 다른 두 가지 성질을 갖고 있다. 야누스는 서로 반대편을 보고 있는 앞뒤 두 얼굴로 묘사된다.

문을 수호하는 신, 야누스는 우리나라 세화의 소재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세화歲畵는 질병이나 재난 등의 불행을 사전에 예방하고 한 해 동안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벽사적(?邪的)이고 기복적(祈福的)인 성격을 띠고 전개되었다. 새해 첫날의 세시풍속의 하나로 이루어졌다. 문짝에 주로 붙이기 때문에 문배(門排) 또는 문화(門?)라고도 하였다.(한국 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세화는 궁중에서 시작되어 일반에 확산되었다. 궁중에서는 도화서의 화원들이 그렸는데 많은 세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임시직 화원들이 채용되어 몇 개월씩 제작했다고 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것은 처용, 길상적의미를 갖는 인물, 화훼, 호랑이, 닭, 해태 등으로 장식성이 강조되었고, 본보기 그림을 되풀이하여 그리면서 도식화된 양식이 계승되었다.

그러나 그 속에 화원의 유머가 숨어 있는 것이 세화이다. 오늘날 세화는 민화로 분류되고 있으며, 지난 것을 버리고 해마다 새로운 것으로 비꿔 붙였기 때문에 오래된 세화를 찾기 어렵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을 만드느라 12월은 분주했었는데, 요즘은 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 전하는 세상이다. 고마운 마음, 복을 비는 마음은 똑같겠지만 직접 표현하고 마음이 담겨있는 손글씨가 몹시 그립다.

이번에 찾아온 겨울은 첫눈이 화려하게 많이 왔다. 게으른 농부는 곶감도 못 만들고 홍시도 따지 않고 까치밥으로 남겨두었다. 화려한 첫눈으로 반짝이는 하얀 세상에 주황색 점을 찍어두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날, 매일 장대로 따서 먹는 달콤한 간식은 감나무가 주는 고마운 선물이다.

온 세상이 하얗게 빛나는 산골마을에는
달콤한 꽃이 피어 있습니다.
달큰한 선물 고마운 감나무
고마운 당신
2016년에도 꽃처럼 활짝 피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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