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일본의 실용적인 하사미 도자기와 귀족풍의 이마리 도자기

일본 큐슈의 구마모토에서 지진이 난지 20여일. 많은 사람들이 지진 문제로 일본 방문단에서 탈퇴하였지만 뜻있는 소수의 인원은 국제관례를 존중하여 예정대로 행사 참석을 진행하였다.

▲ 대표적인 하사미 도자기

우리 방문단의 정식 명칭은 일본도자기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는 ‘제 113회 이삼평공도조제 참관 및 문화답사단’이다.

참관단의 구성은 ‘한국도자협회’ 공주의 ‘이삼평연구회’ ‘공주시청대표단’ ‘공주시 학봉리 풍물단’ 대전의 ‘KBS 촬영팀’으로 구성되었다.

각 집단은 다양한 일정 속에 각각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었지만 공통점은 ‘이삼평도조제’에는 모두가 참석하는 것으로 잡혀있다. 여기에서는 주로 이삼평연구회원들의 활동과 나의 견문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 일본도자기의 탄생 안내판

5월 4일 빗속에서 내린 후쿠오카는 지진이 일어난 지역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비는 갈수록 거세지어 태풍 급 폭우로 변한 상황에서 우리는 전세버스로 하사미로 이동하였다.

이곳 하사미는 전체 일본인이 사용하는 일용 식기의 13%를 생산하며 400여개의 업소와 2,000여명의 도자기 관련 종사자들이 있고 요업(도자기)고등학교가 있을 정도로 도자기가 마을의 중심 산업이 되는 조그만 도시이다. 하사미 진흥회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엄청 와서 관람을 포기하고 상점에서 대표적인 하사미 도자기를 구경하고 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사미(波佐見)도자기 전시장, 한반도에서 끌려온 도공들에 의해 만들어진 큐슈의 주요 옛 도자기 가마터가 지도와 함께 표시되었다. 1610년~1630년대에 일본 ‘자기의 탄생’이란 타이틀의 글에는 1592년 풍신수길의 조선 출병으로 많은 도공들이 끌려왔고 그에 따라 백자와 청자 등이 일본에서 최초로 생산되게 된다고 설명되었다.

▲ 강진의 청자 전시

도예전시장을 둘러보다 낮 익은 고려청자가 전시되어 알아보니 전라남도 강진군과 하사미정이 자매결연을 맺었으며 이 도자기 축제를 축하하여 강진청자 40여점을 이곳에 특별전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하도록 만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도공이 전통 옷을 입고 나와 도기를 빗고 그림을 그리고 하는 생산과정을 시연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손놀림이 너무 기계적인 것이 이상하다” 생각하고 자세히 보니 로봇을 도공과 똑같이 만들어 도자기 제작의 시연을 하는 것이었다. 로봇 기술이 발달한 나라이니 충분히 그럴 것 같고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이런 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 도자기 제작 과정을 설명, 시연하는 로봇

우리가 축제장으로 나왔을 때는 다행히 비가 좀 뜸했는데 그 빗속에서도 도자기를 사러 온 일본인들과 관광객으로 조그만 도시는 인산인해였다.

생활도자기의 도시답게 축제장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은 밥그릇, 반찬 그릇, 물 컵, 접시 등 대부분이 생활도자기였으며 그런 생활도자기가 가게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생활도자기이기에 예술성은 떨어지지만 알록달록 예쁜 문양을 넣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흔적은 많이 보인다.

▲ 축제장에서 생활도자기를 사려는 일본인들

축제장 뒤쪽 언덕에 ‘야기모의 공원 – 세계의 요. 도예의 관’ 이란 간판이 붙은 세계 도자공원이 있다. 궁금한 마음이 들어 몇몇이 그 공원에 올라보니 엄청 큰 가마의 재현해 놓았지만 이것 외에는 특별히 볼 것이 없어 실망스러웠다.

이곳에 있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면 차를 마신 도자기를 준다기에 내 생각으로는 그 중 예쁜 컵을 골라 차를 주문하고는 차를 다 마신 후에 주인집 할머니가 주는 신문지에다 컵을 잘 싸서 가져왔다.

▲ 세계도자기 공원

하사미를 떠나 이마리 쪽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느낀 것이 우리보다 국민 소득이 배 가까이 되는 나라가 논을 이모작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 논에는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고 바로 보리 수확이 끝나면 벼를 심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농촌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보리농사를 포기한지가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은 아직도 보리농사를 짓고 농토를 이모작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秘窯의 故鄕. ‘오카와우찌야마(大川內山)’ 방문. 이곳은 전술한대로 깊은 산속에 숨겨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스런 도자기의 생산지이다. 나베시마 영주가 직접 경영하는 관요지로 이 비밀스런 곳에 조선의 도공들을 잡아다 가두어 놓고 일본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게 하여 최고급의

도자기를 자기들이 사용하고 또 비싸게 팔아 부를 축척하게 된 곳이다. 이 마을에 들어가며 느낀 것은 뒤편의 험악한 산세가 상당히 위압적이라는 것이다.

▲ 비요의 고향 입구

입구에 있는 큰 냇물을 건너서 도요지로 들어가면 앞에는 냇물과 뒤에는 범접할 수 없는 험악한 산악지형이 위치하고 있다. 옴짝 달싹 못할 이곳에 끌려온 조선인 도공들이 탈출도 못하고 오로지 영주의 도자기만을 굽는 혹사를 당했을 모습이 눈에 선하였다.

수없이 많은 조선의 도공들이 지방 영주에게 혹사당하다 유명을 달리했을 터인데 다행히 그 이름 없는 도공들의 넋을 기리는 무연고묘지 또는 탑이 산비탈 한쪽에 세워져 있다고 하여 그곳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陶工無緣塔이다.

이 무명 도공을 위로하는 비가 이마리시의 교육위원회 이름으로 세워진 것을 보고 그래도 잔악했던 일본에서 그나마 양심을 지키고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이 교육자라는 것에 대하여 같은 교육에 종사했던 사람으로 안도의 숨이 쉴 수 있었다.

▲ 조선인들이 도자기 굽던 관요지

이곳 무명 도공의 비 앞에서 서정석 교수님, 조종찬 학봉리 전 이장님과 나 셋이서 조선인 도공의 넋을 위로하는 묵념을 올리고 기념 촬영을 하였다.

이어서 전시장에서 본 도자기는 내가 보기에도 수준이 꽤 높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곳에 전시된 훌륭한 도자기들이 수상이나 현의 지사, 시장 등에 선물되었다는 명패를 붙여 놓았는데 이 행사를 선전하는 화보의 대표적인 도자기는 현 일본 수상 아베에게 선물한 도자기였다.

나베시마 영주의 관요였기에 오전에 하사미에서 본 생활도자기와는 수준이 다르고 아주 고급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이 멋진 도자기를 높은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는 것이 우리와는 정서가 다른 것 같다. 우리는 그런 선물을 권력에 대한 아부라 생각하는데 이 사람들은 그런 것 같지 않다.

▲ 무연고 조선 도공의 무덤들

어느 도자기 상점에 들어가 보니 건강과 풍요를 상징하는 예쁜 금 잉어가 세 마리 접시위에 놓여 있는데 문득 내 손자 손녀들이 생각났다. 딸 둘, 아들 하나를 낳은 우리 며느리에게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가격표를 보니 금 잉어 세 마리 3,500엔에 접시까지 포함하면 6,000엔이다.

사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다른 상점을 보고 또 들어가 보고, 다시 세 번 째 들어가서 또 그 물건을 보니 상점 아저씨가 “얼마면 살 것이냐” 하고 흥정을 한다.

처음에는 5,000엔을 부르다가 나는 4,000엔에 달라고 하다 안 되어서 나오려고 하니 다시 부른다. 결과적으로는 받침대까지 4,000엔에 구입하였다. 우리 며느리에게 금 잉어에 대해 설명하고 세 자녀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길러주길 부탁하며 선물을 주려고 한다.

호텔에 들어와서 짐을 푼 다음 한국도자협회 회원들과 이삼평회원 들이 전통 일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였다. 이곳이 시골이고 한꺼번에 20여명의 손님이 몰려오니 식당의 종업원과 주방장이 어찌 할 줄을 모른다. 식사의 순서도 틀리게 나오고 음식을 나르는 아주머니는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를 운반하는 것이 어찌 보면 안쓰럽기도 하였다. 이 시골에 이렇게 많은 손님이 오는 것은 엄청 드문 일이라고 한다.

▲ 색상이 아름다운 관요

어찌되었든 나오는 요리를 들어가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화의 주제는 ‘공주’였다. 도자협회 회원들이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인데도 공주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고 밤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거의 다가 알고 있었으며 ‘이삼평’이란 관광 자원도 얼마나 훌륭한 관광자원이냐고 하면서 부러워한다.

요즈음 세계문화유산 도시가 되어 엄청 사람이 많이 오는데 그것을 제대로 활용 못하는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니 우리에게 ‘행복한 비명’이라며 시기어린 말로 우리를 타박한다. /계속      

▲ 손녀들에게 선물한 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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