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는 삼국 중 가장 먼저 패망함으로써 그 문화유산도 가장 많이 파괴된 고대국가가 되었다.

신라는 삼국통일을 이루고 난 뒤에도 267년이나 더 국가를 유지했고 고려에 합병된 뒤에도 어느 정도 영향력이 계속 되었다. 고구려는 멸망한 뒤 국호에서부터 고려에 의해 역사적인 계승이 이루어졌다.

이 두 국가와는 달리 백제는 660년 멸망이후 역사에서 그냥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정림사지 오층석탑, 미륵사지 석탑을 비롯하여 서산마애삼존불 등 남겨진 문화유적들이 탁월하였고 무령왕릉, 백제금동대향로 등 놀라운 고고학적 발굴이 이루어짐으로써 삼국 중 가장 우수한 문화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이는 백제가 농업생산력이 풍부하고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과 활발히 교류하며 부를 축적한 해상강국이었기 때문에 가장 우수한 문화예술을 발달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2015년 7월 4일 독일 본에서 개최된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 정부 간 위원회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됨으로써 동아시아 문화교류 허브로써 백제문화의 가치가 또 한 번 입증 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등재가 결정된 것인데 공주 공산성, 공주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 능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 부여 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 등 8곳이다.

이로써 아시아 문화교류를 주도한 백제역사가 현대에 다시 살아나고 백제의 후예들이 지혜를 모은다면 조상들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관광 경제의 특수를 통해서 문화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제 문화 유적 중 또 하나의 우수함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 서산마애삼존불이다. 국보 제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은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가야산 강댕이 골의 냇가 건너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백제시대 수도인 사비(부여)에서 중국으로 가던 길목이다. 서산마애불은 600년경 백제 법왕에서 무왕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신앙적 목적 외에도 해상안전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산마애삼존불은 1959년 4월 당시 부여 박물관장이던 홍사준이 보원사 터를 조사하던 중 늙은 나무꾼의 이야기를 듣고 발견하게 되었다.

“저기 인바위에 가면 산신령 한 분이 환하게 웃고 계신데 오른 쪽에 작은 마누라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얼굴에 손가락을 대고 용용 죽겠지 하니까 왼 쪽에 큰 마누라가 열 받아서 두 손으로 짱돌을 쥐고 집어 던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산신령은 석가여래입상, 작은 마누라는 미륵보살, 큰 마누라는 제화갈라보살이다.

천연 바위 화강암에 조각한 이 삼존불은 불교 법화경의 수기 삼존불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수기 삼존불은 삼세불로서 과거불인 제화갈라보살 현세불인 석가여래부처 그리고 미래불인 미륵불이다.

수기(授記)는 부처가 될 것이라는 약속 또는 예언을 받는 것을 말하는데 과거세에 석가가 선혜보살(善慧菩薩)로 수행 시에 연등불이 된 제화갈라보살에게서 앞으로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았고 석가여래는 미륵보살에게 미래에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내린 것에서 기인한다.

중앙의 본존불은 석가여래입상으로 높이가 2.8m, 왼쪽에는 제화갈라보살입상으로 1.7m 오른쪽에는 미륵반가사유상으로 1.66m로 부조되어 있다. 본존불은 흔히 볼 수 있는 시골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둥근 얼굴에 편안하고 자애로운 인상의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다.

이 미소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모든 고뇌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백제의 미소이다. 백제의 미소라는 명칭은 한국 고고학의 대부 김원용 박사의 저서 「한국미의 탐구」에서 언급된 말이다.

이 미소(Smile)의 신비함은 빛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데서도 나타난다. 아침에는 살포시 머금은 미소를 띠고 낮에는 입 꼬리까지 올라가는 활짝 웃는 웃음을 띠며 달밤의 촛불에서는 근엄한 얼굴이 된다. 백제의 미소는 실제로 당시 백제 사람들의 미소와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넓은 평야지대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백제인상의 특성인 온화한 미소로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오늘날을 사는 백제의 후예들에게서도 불 수 있는 특징이라 생각되는데 이는 오늘날 한국인의 얼굴모습이 화난 것처럼 무섭다는 외국인들의 평가와는 상반된다.

오늘 날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사회갈등이 증가하고 도덕의 붕괴와 패륜사건 사고가 빈발하며 30%대의 이혼율과 자살률 세계1위의 불행한 국가가 되었고 앵그리 코리안(angry korean)이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백제정신의 하나인 서산마애불의 미소를 되살리면 좋을 것이다.

또한 서산마애불의 석가여래 입상의 수인(手印)은 오른손은 시무외인(施無畏印)을 왼손은 여원인(與願印)을 하고 있는데 시무외인은 두려워 말라는 의미이고 여원인은 소원을 다 들어주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뇌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향해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 내가 소원을 다 들어주겠다.’고 말하며 온화하게 웃는 마애불의 미소야말로 진정한 백제정신의 표상이요 모나리자의 미소를 뛰어넘는 위대한 영혼의 미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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