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텍스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반복되는 일상은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우리를 내몰고 사회가 원하는 사양만큼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도 한다.

 경쟁 속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군중속의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해, 날마다 구두끈을 고쳐 매고 어디론가 뛰어간다.

때론 방향도 모른 채 헤매며 뛴다. 광야에 홀로선 듯 외롭고 에너지를 잃은 심신은 허기가 진다.

오늘도 밤낮으로 계속되는 폭염에 정신이 혼미하다.

더위도 식힐 겸 ‘문화의 날, 이라며 할인티켓을 받아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다.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상영 첫 날 박스오피스 예매 율 1위에 올랐다. 인천상륙작전하면 우리는 맥아더장군과 연합군을 떠올린다.

그들이 승리를 역사에 기록 할 수 있었던 이면에 그 배경을 만들어준 무명의 군인, 민간인, 주민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음을 간과하지말자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당시, 한반도는 경상도 일부를 제외하고 전 국토가 북한군에 점령당하여 백척간두에 섰다. 명백한 침략 전쟁에 맞서 16개국의 유엔군을 이끌고 남한을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총사령관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했을 때 미 해군과 미 합동 참모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다.

인천은 수로가 좁아 군함의 이동이 어렵고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4킬로나 되는 거대한 갯벌로 밀물이 들어오는 2시간 안에 작전을 수행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맥아더는 한반도의 허리인 인천을 쳐서 적의무기와 보급로를 차단하고 서울을 거쳐 강원도까지 상륙을 할 계획으로 인천을 고집했고, 밀물이 가장 많이 들어와 수심이 깊은 날을 택하여 단 2시간 만에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다. 이 X-레이 작전이 성공하기까지의 우리 군과 민간인들의 첩보전이 관전 포인트다.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나는 더 글라스 맥아더장군의 기상천외한 고집과 발상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다.

언제나 세상을 바꾸는 건 다수의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성공확률이 5천분1밖에 없어서 안 되지만 그러므로 된다고 하는 사람은 성공확률이 5천분의 1밖에 되지 않으므로 적이 가장 방심하는 지역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인천상륙작전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 맥아더 최고사령관의 역설적 해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결론적으로는 전쟁에 승리한 최고의 사령관으로 영웅 대접을 받고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그는 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서 박수 받은 인물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내 방법이 옳다 라고 한다면 고집불통 괴짜로 취급 받았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들과 생각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들을 괴짜라 부른다. 열외 자들이다. 비주류를 말한다. 어느 사회건 아웃사이드들은 존재한다. ‘아웃사이드’의 사전적 의미는 테니스, 탁구 ,축구 ,배구 따위에서 공이 규정선 밖으로 나가는 일 이라고 되어있다. 룰과 규칙으로 표현되는 규정 선은 보편적인 사람들이 만든 기준이다.

이러한 체제에 순응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하거나 반체제 이념에 경도된 사회 불안세력으로 단정해 버리기도 하는 이들이, 때로 사회에 커다란 화두를 던지며 우리가 상식 내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 하기도 한다.

언젠가 신문에서 대학 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 가방끈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를 보았다. 나름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대학 이외의 성취에 대해 우리사회가 제대로 평가하지 않음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과거의 학벌과 현재의 배경은 서로를 옭아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외 알바를 구할 때도 학벌의 장벽에 부딪치고 수능점수 몇 점 차이로 하류, 삼류 꼬리표를 평생 달게 해서는 곤란하다. 학벌이 뛰어나다고 현재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일류대학 나온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성공의 키워드는 무엇 때문에 성공한다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인간의 성공에는 처음부터 화려한 출발은 별로 없다. 작은 노력들이 반복으로 완성되어 가는데, 거기에는 미미한 시작과 많은 시련과 이를 극복해나가는 무수한 시도가 있었다. 세상을 바꾼 위인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원래부터 잘 되어 왔고, 계속 잘 되고, 끝까지 잘 되었다는 인생 스토리를 가진 이가 없다.

최고의 발레리나 강수진의 은퇴 공연무대는 아름다웠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 후 장벽 높은 유럽의 발레리나들과 비교하며 10년을 우울한 아웃사이드로 보내다가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로 맘먹고 날마다 자신에게 충실하다 보니 어느 날 최고가 되어 있더라고 했다.

롯데의 천재타자 김문호는 덕수상고 시절 화랑대기 MVP 였으며, 최고의 타자였으나 롯데에 입단 후 뛰어난 타자들 뒤에서 후보 선수로만 10년을 보내다가 남들과의 비교를 걷어치우고 자기 능력대로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속도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니 금년 두 달간 타율이 4할대로 최고의 타자가 되어 있더라고 한다.

소위 아웃사이드들의 대부분은 미움 받을 준비가 된 사람들이다. 남들의 평판에 흔들리지 않는다. 사회적 여론이나 뭇사람들의 논리에 의하면 불가능하고 허황된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가지고 싶고, 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마음의 결단을 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각의 반등을 시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기존의 텃새를 이기고 종국에는 상황을 장악하기도 한다. 서울 토박이들 보다 타향에서 온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미국 케나다 등에서도 잘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민자 출신 들이다.

세월이 가고 살다보면 그때의 비주류가 오늘날 주류가 되어 당당히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철강 왕 카네기가 그러했고, 케네디 가문이 그러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아웃사이드들이 열악한 조건과 배경, 편파적인 차별과 애로 사항에도 불구하고 인사이드를 이긴 핵심은 무엇일까? 투지와 도전 정신, 그리고 치열한 삶의 의지와 남과 비교하지 않는 자존감이다.

사실 내가 꼭 남들과 같이 살아갈 이유는 없다. 그래서 나를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내가 원하는 삶을 포기하지 말자.

사는 것이 다 힘들다고 말한다. 정도의 차이뿐 모두가 그러하다.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고 내가 가진 것,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자신을 긍정하자.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여정의 출발점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 생각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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