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식(충남과학고 원로교사·공주대 겸임교수)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6은 세 차례에 걸쳐 나누어 개최되고 있다. 봄 : 3월20일~4월17일, 여름 : 7월18일~9월4일, 가을 : 10월8일~11월6일까지 나누어 개최하고, 개최지 역시 나오시마-테시마-메기지마-오기지마-쇼도시마-오시마-이누지마 등 여로 섬에서 분산 전시되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되어 2016년 8월 12일~16일까지 4박 5일 동안  오카야마-구라시키-나오시마-쇼도시마-테시마를 순회하며,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를 탐방하였다.

문예기획 아름솜씨 회원들과 함께하는 4박5일 일본 미술탐방은 출발부터 새로운 멤버들과의 만남과 일본 국제예술 축제에 대한 새로운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인천 공항에서 30여명의 동반여행자들이 하나하나 모이면서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집단으로 구성되어지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오카야마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내일 일정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 이른 새벽 한국에서의 습관처럼 호텔 앞에 산책을 나갔다. 바로 호텔 앞에 냇물(西川)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의 양이 꽤 많았다. 

시내 한복판에 흐르는 하천 관리를 자연친화적으로 참 잘했다 싶었는데, 냇가의 어느 비석에 쓰여있듯이 이 하천 관개사업을 추진한 사람이 오카야마 시장이 되었다고 한다. 중간에 조형물과 휴게시설, 녹지공간도 설치하였고, 지방 유지의 기념비, 그리고 시비 등 시민들이 편하게 하천가를 산책할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 있었다.

첫날, 고라쿠엔 정원과 까마귀성(烏城)으로 불리우는 오카야마 성을 둘러보고, 오후에 구라시키 미관지구로 향했다. 일본 전통의 흰색 외벽 저택과 구라시키가와 강가의 버드나무가 늘어진 거리 풍경은 일본의 주요 전통적 건축물 보존지구로 선정되어 있다. 

1600년대에 물자 수송의 집적지로 번영을 누려왔으며, 역사와 현재의 생활이 조화를 이루면서 전통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잘 정돈된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구경거리가 된다. 

◇ 오하라미술관

구라시키市의 실업가 오하라 마고사부로가 수집한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 마련된 미술관으로 일본 최초의 근대미술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라고 한다. 건물 외관이 고풍스럽고 고대 그리이스 양식을 닮은 둥근 기둥이 인상적이다. 관람객을 위해 이어폰을 대여해 주고 있는데, 특별한 작품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엘그레코의 <수태고지(受胎告知)>, 모네의 <수련(睡蓮)> 등 서양미술과 오기하라 모리에의 <갱부(坑夫)>, 아오시 시케루의 <향락(享樂)> 등 일본미술, 공예작품, 동양미술, 오리엔트 미술등이 전시되어 있다.

오하라 미술관은 본관, 분관, 공예관, 동양관, 코지마토라지로 기념관으로 구분되고, 본관은 개관 당시의 건물로 인상파 작품이나 유럽, 미국의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분관에는 다이쇼, 쇼와시대에 활동한 일본화가의 작품과 현대미술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공예관과 동양관에는 도예와 목판화, 염색 등의 동양 고대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장을 차례로 돌다보면 마지막으로 냉방시설이 잘되어 있는 뮤지엄샵이 있는데 여기에 오하라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굿즈(파생 상품)나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 더위도 식히고 다양한 기념품 구경도 하며, 맘에 드는 것을 구입하기도 한다. 

둘째 날, 나오시마에 가는 날이라서 호텔에서 조식을 못하고, 도시락을 준비하여 일찍 우노항으로 출발한다. 세토우치海의 해양 교통 중심지인 우노항은 원래 오카야마성을 축조하기 위한 돌을 실어오기 위해 1909년에 개설된 항구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중요한 국제 무역항으로 발전하였고, 이곳에서 취급하는 화물의 90% 이상을 페리선이 수송한다고 한다.

나오시마는 시코쿠의 세토내해에 있는 인구 4000여명이 채 안되는 작은 섬이다. 그러나 영국 관광잡지 “Traveler”에서 <꼭 가 봐야 할 세계의 7대 명소>로 선정한바 있는 곳이란다. 해변가에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가 제작한 대형 호박(Pumpkin)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앞에는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2~30여명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항구 한편에 설치되어 있는 또다른 붉은 호박 작품은 규모가 커서 호박 내부에 들어가서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지중 미술관을 가기위해 섬 외딴곳으로 좁은 길을 한참 들어 가보니, 건물은 보이지 않고 입장권을 살 수 있는 허름한 가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나중에 알았지만 지중미술관 전체가 땅속에 설계되었기 때문이었다.

◇ 지중미술관

지중미술관은 2004년 일본 세토우치海 나오시마에 개관한 말그대로 地中 미술관이다. 나오시마-테시마-이누시마를 중심으로하는 “베넷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의 중심적인 시설중의 하나이며,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Tadao Ando)가 설계하였다. 

건물의 대부분이 땅속(地中)에 건설되었다는 점은 물론, 클로드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3명의 작품만 영구 전시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미술관에는 수직통로로 사용되는 두 개의 보이드 공간이 있는데 각각 삼각형과 사각형의 두 모이드 공간은 최하층까지 이어지고, 보이드 공간의 벽면에는 긴 띠 모양의 개구부를 두어 건물 내부로 빛을 끌어들인다. 따라서 건물 내부를 따라 감상을 하는 동안 밝은 공간과 어두운 공간이 반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구조는 노출콘크리트를 이용한 RC조라고 한다. 

지하 2층의 클로드 모네 방에는 그 큰 벽면에 모네의 수련작품이 한 면에 한점씩 5점이 전시되어 있어 자연광만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넓은 공간과 함께 무한한 여운을 느끼게 한다. 그 연장선에서 입구부터 계곡에 물을 가둬놓고 수련을 키우며, 모네의 수련을 연상하게끔 환경을 조성하여 놓았다.

지하 3층에 있는 월터 드 마리아 전시장은 세밀한 치수와 함께 공간을 제시하고, 그 공간에 직경 2.2m의 구체와 27개의 금박을 사용한 목제 조각이 배치되어 있다. 입구가 동쪽에 있어서 일출에서 일몰 사이의 작품 표정이 시시각각 변화한다고 한다.

또다른 지하 2층에 빛 그 자체를 예술로 제사하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있는데, 자기 작품을 정확하게 체험하게 하기위해서 형태와 크기를 터렐 본인이 직접 설계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터렐의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대표적인 시리즈 가운데 선택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탁 트인 시야를 통해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커피숍이 있어 잠시 더위를 잊고 냉커피를 마시며 사색에 젖어보기도 한다. 

◇ 이우환 미술관

이우환은 1936년 한국 출생의 현대미술가이며, 현재는 일본과 프랑스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한 후, 타마미술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했으며, 2010년 나오시마에 안도 타다오와 공동설계하여 개인미술관을 개관하였다. 세토내海가 보이는 계곡에 반 지하로 설계하였고, 노출콘크리트의 철근콘크리트 구조이다.

“동굴과 같은 미술관, 반쯤 열려있는 하늘이 보이고, 태반으로 돌아가는 듯한 공간임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과도 같은 미술관이 이우환 화백이 제안한 컨셉이라고 한다. 이 제안으로부터 미술가와 건축가의 공동 설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 베네세 뮤지엄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은 나오시마에 있고, 호텔을 갖춘 현대미술에 특화된 미술관이며, 해외에서 지명도가 높은 일본의 리조트시설의 하나라고 한다. 컨셉은 “자연-건축-아트의 공생”이며, 박물관, 타원형, 공원, 비치의 4개 동으로 구성되었고, 모든 건물은 건축가 안도타다오가 설계했단다. 

관내에는 소장작품들과 아티스트들이 스스로 장소를 골라, 그 장소에 맞게 제작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은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관내 곳곳에 전시되어 건물 밖 해안선과 숲속에도 산재해 있어 세토우치의 풍요로운 자연이 넘치는 주변을 산책하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셋째날, 나오시마와 함께 가가와현을 대표하는 세토내해 간판섬인 쇼도시마에 가는 날! 나오시마가 뜨기 전에는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던 곳으로 나오시마 보다 유명세로는 역사가 길다고 한다. 

농촌 길을 굽이굽이 돌아 시골 한적한 곳에 내려 놓는다. 입구에 동네 촌노 2명이 안내를 하며 입장료를 받는다. 옛 창고를 개조하여 어두운 실내에 조각배를 설치하고, 조명 라인으로 형체를 파악할 수 있게 매달아놓고, 관객 한명이 타면 흔들어 주면서 새로운 감상에 젖게한다.

또 한참을 가니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벌판 모퉁이에 대만 작가가 만든 거대한 대나무 조형물이 나타난다. 역시 입구에서 통제를 하며 입장료를 받는다. 실내가 꽤 넓어서 4~50여명이 들어가서 눕고 앉아서 대나무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대나무 바닥과 벽에 등을 대고 자연의 숨소리를 느껴 보기도 한다.

한편, 쇼도시마의 남쪽향 넓은 부지에 올리브 과수원을 조성하고, 기념관을 만들어 올리브를 재료로 많은 관련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도 곳곳에 조형물을 설치하여 자연환경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다. 

쇼도시마 항구를 배경으로 바다를 향해 올리브잎을 형상화한 우리나라 작가 최정화의 <태양의 선물> 조형물이 번쩍 번쩍 빛나고 있었다. 반갑게 감상하며 기념촬영을 한다.

항구 여객터미날 2층에도 일본 작가 준코 코시모의 조형물 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어김없이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었다. 하나의 작품마다 관람료를 내는 것이 처음에는 부자연스러웠는데 어느새 당연시 여겨졌다.

마지막 날, 테시마 미술관에 가는 날이다. 우노항에서 고속 해상택시를 타는 맛이 또한 신기하다. 테시마 미술관까지 언덕길을 30분 이상 걸어서 가려니 무척 더웠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지막한 언덕위에 테시마 아트뮤지엄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외관상으로는 그냥 타원형 구멍이 뚫린 시멘트 돔과 같은 형상이다. 동산 모퉁이를 돌아 길게 늘어서 대기하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하는 공감대 시간이기도 하다. 

맨발로 실내에 들어가면, 2~300여명은 족히 서 있을 수 있는 공간 크기에 군데 군데 천정에 타원형의 구멍을 뚫어 하늘이 들여다 볼 수 있게 축조되어 았다. 조심스레 걷지 않으면, 바닥에서 솟아나는 물방울을 밟을 수 있다. 

연꽃 잎에 굴러다니는 물방울처럼 바닥의 굴곡대로 물방울이 서서이 흐르기도 하고, 뭉쳐서 큰 덩어리가 되기도 하며, 어느 구멍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형상을 앉아서 또는 서서, 그리고 누워서 관찰하며, 적막속에서 여러 가지 상념에 젖어본다. 정말 자연의 소리를 듣고, 무한 형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짧은 기간이지만, 일본의 세토나이카이에 위치한 작은 섬 들에서 개최하는 국제 예술제를 탐방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시사점을 느끼게 한다. 우선, 국제 예술제에 걸맞게 규모가 거대하다. 넓은 지역과 긴 전시기간를 충분히 활용하여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격조 높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 있었다. 

도시재생 설치 미술 작품과 몇몇 조형물을 제외하고, 적당한 독립공간에 배치한 작품은 예외없이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다. 지방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겠지만, 자생적으로 축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관-민-예술가가 일심동체가 되어 지역 예술축제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 지구촌 곳곳의 관람객이 비행기-배를 타고 찾아오는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작품과 명물이 늘어날 것을 기대며, 3년 후의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에 성원을 보낸다.
조형물이 잘 배치되어 있는 西川
西川변에 세운 시비, 기념비 등
오카야마 시의 고라쿠엔 정원
오카야마성에서 내려다본 해자
구라시키가와 강 유람
오하라 미술관
오하라 미술관 입구 포스터
구라시키가와 건축물 보존지구
우노 항에 있는 야요이 쿠사마의 <붉은 호박>
야요이 쿠사마의 <호박>
베넷세 뮤지엄 입구
지중 미술관 입구
지중 미술관 내부
지중 미술관 커피 숍
이우환 미술관 입구
이우환 미술관 야외전시장
이우환 미술관 입구 통로
신오카야마 항구의 설치 작품
올리브 기념관
대만작가의 대나무 설치작품
최정화의 <태양의 선물>
준코 코시모의 설치 작품
페리호 승차장
테시마 항 입구
테시마 아트뮤지엄
테시마 아트뮤지엄 내부
건물 외벽에 설치한 작품
건물 외벽에 설치한 조형물
주차장에 설치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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