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화, 정유년

해마다 겨울이 오면 전국에서 닭과 오리의 떼죽음이 벌어진다.

AI, 고병원성인플루엔자가 전국에 퍼지며 닭이 살처분 되는 광경은 거의 연례행사로 보도된다. 올해는 대통령 탄핵사건으로 관심이 집중되며 AI는 방송과 언론에 덜 보도되었고, 거기에 정부의 무대책으로 더욱 피해가 커졌다.

닭은 정치풍자에 단골로 등장하여 욕을 먹더니 이제는 강제로 살처분을 당한다고 억울해할 것 같다. 대통령의 스캔들로 우울한 국민은 AI로 더욱 우울해진다.

어린 시절 우리집 마당에는 닭장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인 아버지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 때문에 우리식구들이 먹을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을 키웠다. 붉은 벼슬을 가진 하얀 닭이 이층으로 된 닭장에서 꼬꼬 소리를 내며, 우리가 주는 음식찌꺼기와 사료를 잘 먹었다.

늘 따뜻한 달걀을 주며 우리와 함께 살았고, 미안(?)하지만 가끔 백숙으로 밥상에 올라왔다. 요즘은 마트에서 흰색달걀을 찾아볼 수 없지만 그때는 대부분 흰색이었다. 사람들이 갈색달걀을 선호하게 되어서 닭의 품종이 바뀌었고 지금은 갈색달걀을 소비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며 좋아하는 형태로 닭의 품종을 개량했고 4,5개의 종자회사에서 전 세계에 닭을 보급한다고 한다. 닭 가슴살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슴부위에 살이 찌는 품종을 개발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좁은 공간에서 사육하며 더욱 살이 찌도록 하고 그 닭은 관절이나 뼈, 근육에 무리가 가서 걷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윤리적인 공장식 축산을 보며 가끔 내가 사람인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며칠이 지나면 치맥이 생각나고 맛있게 치킨을 먹는다. 30일된 왕병아리를…….

닭은 자연상태에서 7~15년을 산다고 하는데 30일쯤 사료를 먹다보면 운동부족으로 1.5kg쯤 되고 도축되어 여러 가지 옷을 입은 치킨으로 배달되어 우리 입으로 들어온다.

음식물 쓰레기는 넘치고 다이어트, 먹방, 쿡방이 넘치는 세상에서 먹을 것이 없어서 흙을 빵처럼 만들어 먹는 마른 몸에 커다란 눈을 가진 아이들을 사진으로 보곤 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인간 중심으로 재편성되고 있다. 힘을 가진 인간중심으로.

닭은 십이지 중에서 열 번째로 등장하는 고귀한 몸이다. 고기가 귀하던 때에는 귀한 손님이 오면 집에서 키우는 닭을 잡아 대접했고 시계가 없던 시절에 새벽이 왔음을 알려 주었다.

닭은 알을 품기 때문에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고, 벽사의 동물로 용이나 호랑이와 같이 세화에 등장하며,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을 상징한다. 닭 울음소리가 새벽을 알리는 것처럼 밝음, 깨달음을 의미하며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시작이며 귀한 생명의 탄생이라는 의미가 있다.

2017년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다. 인간세상에서 푸대접받는 닭이나 사람이나 모두 귀한 몸으로 태어났으니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다.

Happy New닭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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