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까운 지인들의 투병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자연히 새해 덕담도 ‘건강’이 화두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나도 지금 감기 몸살을 앓는 중이다. 여행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던 차에 명절까지 겹쳐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탓인지 이번 감기 몸살은 유난히 지독하다.

콧물을 닦느라 코 밑이 헐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금강뉴스 원고 청탁을 받고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그 탓에 선뜻 책상 앞에 앉지도 못하면서 지금 스트레스만 쌓이고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들 한다. 브래디(Brady)는 원숭이를 이용해 스트레스와 위궤양의 상관관계를 실험했다. 실험 과정은 이렇다. 두 마리의 원숭이를 전기충격장치가 되어 있는 의자에 앉힌다.

그 중 한 마리에게만 손잡이를 누르면 전기충격을 멈출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한다. 그런데 손잡이를 누르는 행동으로 전기충격을 멈출 수 있었던 이 원숭이를 해부해보니까 위궤양 증세가 있더라는 것이다.

반면에 자신의 의지로 전기충격을 멈출 수 없었던 다른 한 마리의 원숭이는 일찌감치 포기를 한 탓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 결정권을 많이 갖게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된다고들 한다.

문득 어느 해 설날, 차례를 지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들었던 라디오방송의 내용이 떠오른다. 모병원에서 맏며느리, 둘째며느리, 막내며느리 중 누가 제일 많이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가를 뇌 영상 촬영 장치를 이용해 실험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브래디의 ‘통제 원숭이와 집행 원숭이 실험’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당연히 ‘맏며느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의외로 막내며느리라는 것이었다. 육체적으로는 맏며느리가 제일 힘들지 모르지만 막내며느리가 정신적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하더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 결과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수긍이 갔다. 브래디의 통제 원숭이는 그냥 포기하고 말았지만, 사람인 우리는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잠시 간과했던 것이다. 동물실험의 결과를 검증과정 없이 사람의 경우에 적용하는 것의 한계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스트레스에는 이런 부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U-스트레스는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효과를 말한다. 가볍고 조절이 가능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에는 오히려 상쾌함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정신과 행동의 발달 그리고 신체의 건강에까지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활동들은 다소 간의 스트레스를 포함하기 마련이다.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때로는 불안에 떨기도 하고, 또 때로는 고통까지 맛보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상쾌한 긴장을 느끼기도 하고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얼마 전에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의 외국 학술지 한 편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펼쳐보지 않던 영어사전을 찾아가면서 독해를 하는 과정이 때로는 귀찮고 또 때로는 버겁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재미까지 더해지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조차 잊어버리는 몰입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U-스트레스의 긍정적인 영향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지금 이 원고를 쓰는 순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컴퓨터 앞에 앉을 때까지만 해도 억지로 숙제를 해야만 하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면서 기침도 잦아들고 코 훌쩍거림도 어느새 멎어버렸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렸다.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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