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 없으되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다.
     (중략)

이채 시인의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시의 1연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많은 관계를 맺고 산다. 거미줄과 같이 얽힌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고통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관계의 줄을 과감하게 끊어버리기도 실상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본다는 것은 관계의 고통에서 헤어나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원증회고(怨憎會苦)라는 말과 같이 남을 미워하고 원망한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커다란 고통을 주고 건강을 해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상대를 곱게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인생이란 것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관계 속에서 어느 때 회오리바람이 불어올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동진 시인의 “삶”이라는 시와 같이 우리는 기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서로 아픈 것을 건드리며 눈을 흘기며 헐뜯고 모함하며 상처를 내가며 살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당신이 행복하고 당신 때문에 내가 행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상사는 맛이 날 것이 아닌가.

어제는 대전에 있는 선아복지재단 이사장님의 부탁으로 시낭송을 하러 갔었다. 그 곳은 노인요양시설인 실버랜드와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인 우리사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깊은 산속에 있었다.

싱그러운 오월의 산과 나무들과 꽃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2년에 한 번씩 선아복지 가족들과 후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을 모시고 사랑가득 희망가득 어울림 한마당 축제를 열고 있었다.

풍광이 아름답고 청정지역이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건강해진다는 이사장님의 말에 공감이 갔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에 무대가 꾸며지고 햇빛을 차단하는 천막아래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친분이 있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내가 회장으로 있는 시꽃 시낭송회 총무와 같이 앉았다.

직원들은 모두 밝고 친절하고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면서 안내하고 있었다. 식전 행사로 방송 댄스공연이 있은 후에 시낭송을 하였다. 롱펠로우의 ‘인생찬가’를 하였는데 시끄러움 뒤에오는 잔잔한 분위기에 모두가 집중해 듣고 있었고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춤과 노래가 이어질 때마다 정신과 신체가 불구인 그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는 무희들을 따라 이상하게 몸을 흔들며 좋아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며 나는 낮은 곳을 보지 않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자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던 사람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구나 살면서 어려움을 겪으며 살 것이다. 그 어려움이 경제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병고로 인한 괴로움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일 수도 있다. 인간은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도덕적인 접근을 하면 서로 반목하고 원망하게 된다는 중국의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금년 초에 관계의 어려움으로 괴로움도 있었으나 그만큼 인간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공자의 말씀처럼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식(食)이요. 그보다 중요한 것이 병(兵)이요. 가장 중요한 것이 신(信)이다.

그래서 믿음이 없으면 이 세상에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을 관계의 고통을 통해 이해할 수가 있었다. 신(信)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제일로 소중히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인생이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던 행복이 깨졌을 때 절망하지만 또 다른 세상과 좋은 사람을 만나 관계가 이어지고 더 큰 행복을 주시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 때 같이 마음 아파하고 용기를 주는 좋은 분들이 곁에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용서할 수 있는 큰 그릇이 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 그래서 마음의 잡초를 모조리 뽑아 버리고 희망의 새싹을 키워가며 삶을 아름답게 가꾸며 살도록 해야겠다.

그래야 유안진 시인의 시처럼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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