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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참 먹고 낮잠
2017년 06월 21일 (수) 09:50:37 안혜경 3777@kknews.co.kr

   
▲ 새참 먹고 낮잠김순복, 종이에 색연필, 21×30㎝

어린 시절 내 꿈은 화가였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미술대회에 나가면 상은 모두 휩쓸었고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었다. 종이 인형 옷을 그려줘서 인기도 좋았다.

친구들은 그림을 제일 잘 그리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화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될꺼야’ 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농사일을 하던 사람이 있다. 매일 고단한 농사일이 그림일기처럼 쌓여있다.

어른이 되며 우리는 대부분 꿈이 뭐였는지는 잊고 바쁜 현실을 살아간다. 누구의 엄마, 아내, 며느리, 딸. 그도 결혼을 하고 오랜 시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림을 살폈다. 청주 아가씨가 전라도 해남 땅 끝으로 시집와서 농사를 지으며 다섯 남매를 낳아 키웠고 손주도 태어났다.

그사이 남편은 먼저 떠났고 큰살림을 혼자서 돌보며 씩씩하게 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 밝은 웃음이 예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팔자 좋은 농부 아줌마라고 생각했다. 농사를 지으며 그림 그리는 일이 매우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농사는 남편이 짓고 좀 거드는 정도겠지 생각했다.

이 십 평 텃밭을 돌보는 일도 손이 분주하고 마음이 쓰이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농사지으며 그림을 그리겠다는 마음으로 시골로 왔다.

몇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 농사일은 씨를 뿌린다고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성과 지식, 시간,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텃밭을 선택하고 본업, 그림에 충실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친환경으로 2만 여 평 단호박과 양파, 파를 키우는 한 살림 생산자이다. 한 살림 소식지에서 처음 본 솔직한 마음이 담긴 글과 조금 서툰 그림이 따뜻했다. 그 그림을 모아 2017년 한 살림 달력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구하려 했지만 게으른 내손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낮에 농사일로 힘들고 지쳐 고단하지만 알록달록한 색연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림을 그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엄마를 위해서 서울 사는 딸이 보내준 색연필은 그의 보물이고 친구이다.

농사는 아무리 힘이 세고 잘해도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혼자하면 재미없고 시간도 더디게 간다. 때를 놓치면 더욱 낭패이다. 그의 그림에는 함께 일하는 동네 사람들이 있다.

꽃무늬 몸빼 바지를 입은 아짐이 같이 일하고 수다 떨고, 노래하고, 춤추고, 맛난 것을 만들어 먹고, 낮잠을 잔다. 낮에 함께 지낸 이웃은 저녁이면 그림에 모델로 찾아온다. 농사는 함께해야 제 맛이라고 얘기한다. 농민화가 김순복의 그림에는 우리나라 농촌 현실이 담겨있다.

작물을 심으며 기대에 부푼 마음이 있고 밭을 돌보며 함께 정을 나누는 이웃이 있고 농산물을 거두며 형편없는 가격에 서글퍼하는 농부가 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기 바쁜데 그곳에서 꿈을 꾸며 일상을 가꾸는 사람은 아름답고 행복한 얼굴이다. 김홍도가 울고 갈 현대 풍속화이다.

마늘캐던 아낙네들 점심때가 되었다
불볕을 가린 우산만한 나무 밑에 앉아
먹는 밥이 시장기를 얹어 달다
흙이 내 놓은 깻잎 마늘장아찌 파김치 반찬들이
들판을 누벼온 힘의 근본이라
..........  중략
버섯만한 그늘이 고마워서 찬양하는 소리에
바람도 떠는가 말소리 잦아들고 코고는 소리
맛있는 낮잠
눈치 없는 종달새가 쪼롱쪼롱 한낮을 울린다

김순복 <점심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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