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가지 와 네 가지 없는 놈…….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싹아지'는 틀린 말이며, 싸가지는 ‘싹수’의 방언(강원, 전남)이다.

‘싸가지’는 ‘싹수’의 방언으로 ‘싹’에 ‘강아지’처럼 동물의 새끼나 작은 것을 가리키는 접미사 ‘-아지’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말로 보고 있다.

본래는 막 움트기 시작하는 싹의 첫머리를 가리키던 말이 일상에서 비유적으로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씨앗을 심으면 싹이 터 나온다. 어떤 씨앗은 제 껍질을 머리에 이고 새 떡잎이 올라온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처음 나온 새싹은 연둣빛으로 파랗지만 새싹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것도 있다. 움터 나오는 새싹의 여린 모가지가 싹아지, 즉 싸가지다. 싸가지가 없으면 기르나 마나다.

곡식도 싸가지가 있어야 하지만 사람도 싸가지가 있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싸가지가 없으면 커서도 알곡 없는 쭉정이가 된다. 싹수가 노랗게 나오면 싸가지가 없는 것처럼 길러 봐야 소용이 없다. 즉,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장래성이 없다는 뜻이다. 싸가지는 있어야지 없으면 안 된다. 싹수는 파래야지(green) 노라면(yellow) 안 된다.

모 일간지 칼럼에서는 편견 가득한 세상에서 네 가지(서울, 학벌, 교수, 인맥)없는 사람이 소신 있게 살 수 있을까? 라는 표현을 한바 있으며, 개그 콘서트에서는 네 가지 없는 놈을 뚱뚱한 놈, 키 작은 놈, 인기 없는 놈, 촌스러운 놈이라고 한 적이 있다.

孟子(맹자) 公孫丑上篇(공손추상편)에 있는 인(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곤경에 처한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고 의(義)는 의롭지 못한 일을 보면 부끄러워하고 분노하는 마음, 불의를 부끄러워하는 마음, 이득이 있는 일이 앞에 있을 때에는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예(禮)는 남을 공경하고 사양하고 양보 할 줄 아는 마음이고, 지(智)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 학문 연구에서 진리를 밝히는 마음이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오상(五常)이라 하는데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항상 갖추어야 하는 다섯 가지 道理(도리) 어질고, 의롭고, 예의 있고, 지혜로우며,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 가지가 없는 놈이란 인(仁), 의(義), 예(禮), 지(智)를 못 갖춘 사람이므로 신뢰(信賴)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 갑질과 아전인수(我田引水)

갑질이란 사회적으로 권력위에 있는 사람이 약자에게 부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갑을관계에서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계약서상에서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당사자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상대를 가리키는 일명 갑을(甲乙)관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조선시대 말기의 사회상을 보면 지금 세간에 나도는 갑질의 유사 형태를 볼 수 있다.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에서 아전(我田)은 마을 관청의 중간 관리이다. 세금을 매기고 걷는 실무 담당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온갖 갑질이 가능하다. 아전인수(我田引水)란 우선 자기 논(畓)에 먼저 물을 댄다는 뜻으로 본인의 이익만 생각하고, 자기 좋을 대로 한다는 것이다.

가뭄에 타들어 가는 논(畓)을 보면 물 한 방울이 절실할 텐데 아전(我田)이 나타나서 권력을 이용하여 자기 논(畓)에 물을 먼저 대더라도 힘없는 백성은 저항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