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국회의사당(London, Houses of Parliament)클로드 오스카 모네 1840-1926, 프랑스1904, oil on canvas, 92.5 x 81.5cm, 오르세미술관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작가 코난 도일의 표현처럼 ‘마치 우유를 쏟아 부은 것 같은’ 런던의 안개는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기억되기도 했습니다.

가끔 찾아보는 JTBC뉴스, 클로드 모네가 그린 런던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손석희 앵커가 또박또박 얘기한다. 뉴스에 인상파 화가 그림이 나오는 것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새롭다. 딱딱하기만 했던 뉴스가 감성까지 건드린다. 

내 기억 속 겨울은 젖은 손으로 방문 손잡이를 잡으면 손이 들러붙었고, 마루에 있는 물은 얼어붙었다. 높고 파란 겨울하늘은 코끝이 찡한 바람과 함께 딴 생각하는 나를 꾸짖는 듯했고 정신이 번쩍 났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요즘에는 상상할 수 없지만 웃풍 때문에 얼굴이 시렸다. 밖에서 들어온 식구는 모두 따뜻한 아랫목으로 쏙 들어갔다. 춥지만 따뜻한 시간이었다. 차갑게 부서지는 투명한 공기와 선명한 풍경은 시원하고 상쾌했다. 숨을 쉬어도 될까 고민하지 않았다. 

쌍달작은도서관이 있는 산골에 정착한 뒤, 가끔 서울에 가면 숨을 크게 쉬지 않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매년 겨울에 들어서며 시작되는 감기는 봄이 되어야 물러갔는데, 시골생활을 하며 감기는 잊고 지냈기에 올 겨울 감기와 독감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먼 나라 얘기처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 감기가 찾아왔다. 지난 12월에 학고재 전시가 있어서 한벽원 미술관에 ㅂ 선생 초대전이 있어서 몇 번 서울에 갔다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그곳에서 마스크도 없이 돌아다녔더니 감기가 찾아온 것이다. 감기인 줄도 모르고 왜 이렇게 몸이 늘어지고 졸리지 하며 겨울잠을 자듯이 며칠을 잤다. 

연말연시에 열흘 정도 앓고 나니 아 이제 살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새해가 되어서야 훌훌 털고 일어났다. 이제 도시에서는 숨도 마음대로 쉴 수가 없어졌다. 숨 쉬는 공기도 공짜가 아닌 세상이다. 

프랑스 인상파화가 모네는 1970년에 처음 런던을 방문한다. 19세기 산업혁명의 선두인 런던과 세계 예술의 수도 파리, 파리에서 온 화가에게 런던은 문화 충격 자체였을 것이다. 런던은 오늘날의 뉴욕처럼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로 인구도 많고 규모도 컸다. 

프랑스의 찬란한 햇살과 초록빛 대지에 익숙한 모네는 런던의 독특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항구도시인 런던은 석탄 난방과 그 증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늘 안개에 젖어 있고 그사이에 노랗게 가스등이 빛을 뿜어낸다. 안개 속으로 검은 마차와 사람들이 사라지고 또 나타난다. 

셜록 홈즈가 범인을 쫓아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안개는 탐정소설 속에 미궁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좋은 장치이며 그림을 신비하게 만든다.  

현대 대기오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모네의 그림이 빅토리아 시대 런던 대기오염에 관한 시각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림 속 태양의 위치를 분석하고 스모그색상으로 대기의 화학적 성분을 연구한다. 

주황색과 푸른색이 대비되며 안개는 부드럽고 몽환적이고 우수에 젖은 런던을 보여주며 모네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도시의 대기오염 또한 보여준다. 많은 예술가들을 황홀하게 했던 신비한 안개는 스모그였다. 그림은 이렇게 과학 분석의 자료가 되기도 한다. 

쌍달리에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저 멀리 산을 바라보며 미세먼지가 이곳 산골 마을까지 찾아왔는지 확인을 한다.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런던 스모그가 완전히 사라지는데 100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나는 미리 미세먼지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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