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갈등이 아주 심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갈등이 없는 곳이 없고 아주 사소한 갈등도 첨예한 대립상태를 보인다.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도 절대 용서가 없으며 결국 법정 다툼까지 가고 관계의 단절이라는 회복 불능한 상태에 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갈등(葛藤, conflict)이란 일반적으로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칡과 등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지나 처지, 이해관계 따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적으로는 개인의 마음속에 상반되는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이나 의지 따위가 동시에 일어나 갈피를 못 잡고 괴로워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종교적으로는 번뇌(煩惱)와 망상(妄想)을 뜻한다.

여기서 갈(葛, 칡 갈)은 칡을 말하는데, 칡은 오른 쪽으로 감아 오르는 성질을 가졌다. 반 시계 방향 즉 지구 자전방향을 따라 감아 오른다. 지구상의 약 90%에 해당하는  덩굴식물 들이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데 댕댕이, 나팔꽃, 다래 등이 있다. 동양학에서는 이를 상생(相生)이라 한다.

등(藤, 등나무 등)은 왼 쪽으로 감아 오른다. 시계 방향 즉 지구 자전 방향과 반대로 감아 오른다. 지구상의 약 10%의 덩굴식물이 이에 해당하는데, 인동초 등이 있다. 동양학의 상극(相克)에 해당한다. 참고로 더덕 같은 덩굴식물은 좌우 가리지 않고 감아 오른다.

갈등의 원인을 먼저 평화학(paxology)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 초빙되었던 평화학 창시자인 노르웨이 평화이론학자 요한 갈통은 양립 불가능한 목표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

존 버턴은 정체성, 안전, 인정, 자율 등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이 충족되지 않을 때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 국내 평화학 1호 박사인 정주진은 「갈등은 기회다」라는 책에서 갈등 없는 삶은 없다고 강조한다. 

“ 갈등에 직면한다는 것은 마음에 무거운 돌 하나가 얹어지는 것과 같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그 돌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돌이 치워질 때까지 삶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치워진 뒤에도 삶은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다. 이렇게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갈등을 겪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갈등이 없는 삶은 거의 없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갈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오승은이 지은「서유기」에서도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과 해결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구도 집단의 우두머리인 삼장법사는 무능의 대명사로서 각종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길을 멈추지 않는 끈질김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 개성이 뚜렷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임무를 완수한다.

여기서 손오공은 정의와 의리 때문에 화내는 마음인 진심(瞋心)에서 저팔계는  색욕, 식욕 등을 탐내는  탐심(貪心,)에서 사오정은 판단력이 흐린 무지몽매한 치심(癡心)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한다.

삼장법사와의 첫 출발에서 손오공은 6명의 도둑을 만나자 때려죽이는데 이에 대해 삼장법사는 격노하여 손오공을 내 쫒는다. 여기서 여섯 명의 도둑은 눈으로 보고 기뻐한다는 안간희(眼看喜), 귀로 듣고 화낸다는 이청노(耳聽怒), 코로 냄새 맡고 즐긴다는 비후애(鼻嗅愛), 혀로 핥고 생각한다는 설상사(舌嘗思), 생각하고 보고 욕심낸다는 의견욕(意見欲), 몸을 근본적으로 걱정한다는 신본우(身本憂)이다.

이 6명의 도둑은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6가지 갈등요인인 6근(根) 즉 6가지 감각기관인 눈,귀,코,혀,몸,의식(안이비설신의, 眼耳鼻舌身意) 이다.  삼장법사가 6가지 갈등요인을 제거한 손오공을 내친 것은 이 6가지는 갈등요인이지만 만약 없다면 깨달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갈등이 없다면 행복도 또한 없다는 묘한 아이러니를 만나게 된다. 

사회, 심리학에서도 갈등의 원인을 다루고 있다.  지금 여기(here & now)를 강조하는 레빈의 장이론(field theory)에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접근-접근 갈등), 둘 다 선택이 곤란한 상황(회피-회피 갈등), 선택과 회피 둘 다 해당할 경우(접근-회피 갈등), 여러 가지 좋은 것과 싫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다중접근-회피 갈등)에 갈등이 발생됨을 말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창시한 인지부조화 이론에서는 양립 불가능한 인지적 요소들의 대립이 갈등을 발생시킨다고 본다.

대표적인 인지부조화 사례로는 이솝 우화인 ‘여우와 신포도’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에서 인지부조화는 여우가 포도를 따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따 먹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여우는 포도가 신포도이기 때문에 안 따먹는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여 인지부조화를 해결한다. 우리도 실제 생활에서 생각과 다른 인지부조화를 겪게 되면 대부분 자기 합리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고 용기 있게 사실을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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