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 묻혀버린 철의 여인 은고를 되살리다”

치밀한 역사의식과 장엄한 서사로 웅장한 스케일의 역사적 상상력을 선보였던 작가 김홍정이 또 하나의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신작 ‘의자왕 살해사건’은 사서 속에 잠들어 있던 백제의 마지막 왕비 ‘은고’를 백제의 운명을 손에 쥔 강력하고도 매혹적인 여인으로 재탄생시킨 문제작이다.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진취적인 여성들을 집중 조명해온 작가는 백제 패망의 원인을 ‘은고’라는 한 여인에게 귀착시킨 ‘일본서기’의 기록을 발견하고 강력한 의구심을 품게 된다.

또한 1993년 충남 부여 능산리에서 발굴된 ‘금동대향로’를 장식하고 있는 주작새는 백제의 혼맥을 지키는 비밀결사체 ‘거믄새’로 부활하여 김홍정 작가만의 특별한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중원의 회복’이라는 대부여의 꿈을 계승한 새로운 무사집단으로 탄생했다.

장편소설 ‘금강’으로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당대의 어느 소설보다도 가장 심도 깊게 그리며 남성 영웅들의 서사가 아닌 조선상단을 이끈 여성리더로서 연향·미금·부용을 탄생시켰던 작가는 신작 ‘의자왕 살해사건’의 ‘은고’를 통해 더욱 날카로운 화두를 제시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이끈다.

‘의자왕 살해사건’은 ‘의자왕과 삼천 궁녀’설로 왜곡되고 축소되어왔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기존의 사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재구성했다.

서라벌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왔던 남부여인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고구려와 왜 나라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으면서 당과는 대척하였던 당대의 국제 정세를 세밀히 묘사한다.

660년 6월, 서라벌의 군사지원을 받은 당나라의 13만 대군에 남부여는 패하게 되고, 소설은 대왕 의자를 비롯하여 은고와 오십여 명의 신하, 만이천여 명의 백성이 낙양성에 포로로 끌려간 ‘이후의 이야기’를 새로운 상상력으로 펼쳐 보인다.

‘의자왕 살해사건’은 낙양성으로 압송된 그해 겨울에 “병들어 죽었다”라고만 기록되어 전하는(『삼국사기』 백제본기) 의자왕의 미스테리 한 죽음을 역 추적해 가는 스릴러적 재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은고의 행적과 죽음에 대해서는 기록되어 전하는 것이 없는 것 또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백제 멸망 이후 660년에서 663년까지 의자의 아들 여풍이 백제부흥운동을 이끌며 나당연합군과 장렬히 맞서게 된 전후에는 도대체 어떠한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의자왕 살해사건’은 거믄새의 활약과 함께 은고를 중심으로 한 장엄한 서사를 보여준다.

‘의자왕 살해사건’은 역사적 불행을 극복하고 ‘중원中元의 꿈’을 회복하려 했던 백제인의 간절한 염원과 비전, 그리고 백제의 역사를 바로 알게 되는 지적 쾌감 또한 선사할 것이다.

저자 김홍정은 1958년 공주 출생. 공주사범대학 국어과 졸업 후 공주여자고등학교, 공주고등학교 등에서 30여 년 교사로 근무했다.

공주교사협의회장과 전교조공주지회장으로 활동했고, 우리 쌀 지키기 공대위, 한미FTA 공주·부여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공주·부여 농민들과 함께 FTA쌀시장개방 반대투쟁운동을 했다.

식량주권의 가치를 단순한 경제활동의 한 물목으로 여기는 권력집단, 자본가들과 이반된 농민들의 저항의식의 근본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장편소설 ‘금강’을 구상했다.

작가는 2005년 쌀시장개방 반대투쟁 이후 오랜 기간 역사 속에 자리 잡은 민중의 저항성이라는 주제에 천착했고, 세월호 침몰로 숱한 시민들이 희생되고 있음에도 방관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저항의식을 장편소설 ‘금강’을 통해 극화했다.

주요 작품으로 시집 ‘다시 바다보기’, 소설집 ‘그 겨울의 외출’,  ‘창천이야기’가 있으며 장편소설 ‘금강’(전6권)과 여행산문집 ‘이제는 금강이다’를 펴냈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