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가위도 지나고 제법 가을을 만끽 할 여유가 있는 나날이다. 백제 옷을 입은 지도 벌써 10여 년이 되었다.

매년 색상도 다르게 모양도 조금씩 달리해서 입다보니 어느 덧 대여섯 장이나 되었다.

사람이 옷을 만들지만 옷이 사람을 만든다. 그 사람이 입은 옷을 보고 우선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한다.

일상복이 아닌 제복은 그의 행동이나 말씨에 따라 안심을 하기도 하고 궁금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해마다 백제 옷을 입으면 몸가짐이 달라진다. 우선 다른 이들의 눈에 띄어 무슨 일을 하느냐, 무엇을 하러 왔느냐 등등의 질문을 받는다.

백제 옷에 대해 공주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만들어보면 어떨까.

현재 입는 옷들이 편안한지, 활동성이 좋은지, 평상복으로는 어떤 옷을 원하는지, 옷감은 계절에 맞는지, 다른 지역에 자랑하고 싶은지 등등...

내 경우에는 몇 개의 윗옷 중 그래도 가장 편안한 옷은 처음 입었던 자주색에 감청색 옷깃이 있는 것인데 요즘의 백제 옷은 금박을 넣어서 겉은 화려하나 시간이 갈수록 빨리 벗고 싶은 생각뿐이다. 왜일까?

첫 번째, 옷깃이 너무 높다.

대개의 한국인들이 목이 길지 않다. 사람이 옷을 입었는지, 옷이 사람을 덮고 있는지, 자연히 목이 불편하니 자라가 목을 움직이듯 자꾸 주억거리게 된다.

두 번째, 살갗이 닿는 부분을 좀 더 세심하게.

금사나 은사는 실 자체가 깔끄럽다. 예전의 궁중 옷들은 겉옷에 금박 은박을 넣었다. 그러나 현재는 속옷을 잘 갖춰 입지 않기에 맨살에 금사은사가 닿아서 피부를 자극하니 저절로 기피하게 된다. 특히나 목 부분에는.

세 번째, 백제문화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 했다.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요즘 은근히 백제복이 화려해지고 있다. 금박은박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년에는 평상시에도 입기 좋고 편안해서 더욱 가까이 하고픈 백제 옷이 만들어지기를 고대하면서 예순 다섯 번째의 백제문화제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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