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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예수의 애도
2019년 05월 20일 (월) 11:32:57 안혜경 3777@kknews.co.kr

   

▲ 조토 디 본토네 Giotto de Bondone 1266-1337 1304-6, 프레스코화, 200×185㎝, 파도바, 스크로베니 예배당

초속 5㎝라는 영화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영화를 보고 꼭 싶어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라고 한다. 봄날인데 쌀쌀해서 꽃이 늦게 핀다고 하더니 꽃은 피는 순서가 없다는 듯이 한 번에 모두 봉우리를 터트린다. 꽃은 불꽃놀이다.

어김없이 벚꽃은 피고 충남 역사박물관의 앞마당에 나이 든 벚나무는 바람에 꽃을 날려 보낸다. 그리고 며칠 후, 긴 시간 누워 계시던 시어머니도 떠났다.

골고다 풍경을 배경으로 하늘에는 슬픈 천사들이 무거운 날갯짓으로 애도한다. 풀 한 포기 없는 풍경 속에 메마른 나무도 이 모습을 지켜본다. 마리아는 예수를 팔로 감싸 안고 얼굴을 마주한다.

죽은 예수를 둘러싸고 주저앉거나 서 있는 사람들은 슬픔에 잠겨 마리아의 고통과 슬픔을 조용히 함께한다. 주검을 마주했을 때 가까운 사람들은 부둥켜안고 얼굴을 마주하고 뺨을 비비며 오열한다. 고통스러운 순간에 이별의 슬픔을 표현하는 모습은 과거나 현재, 동양과 서양이 비슷하다.

화면은 둘로 나뉘어 있다. 천사들이 있는 하늘의 공간과 예수의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는 땅의 공간. 오열하며 몸부림치는 동적인 모습의 천사들과 예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어깨를 가만히 들썩이며 숨죽여 애도하는 사람들, 조토는 예배당에서 애도하는 사람들이 예수에게 시선을 고정할 수 있도록 그림 속 등장인물을 배치했다. 등을 보이는 사람들은 그림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화면으로 끌어들이고 우리는 마치 그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시선이 화면 밖으로 분산되지 않도록 오른쪽에 수직으로 사람을 배치하고, 왼쪽에 고개를 숙이고 예수를 응시하는 사람을 통해 그 뒤에 있는 많은 군중을 화면으로 끌어들인다.

중심에 뒷모습을 보이는 사람과 허리를 굽힌 사람을 차곡차곡 배열하고 양옆에 서 있는 사람들은 예수의 주검과 더불어 수평선을 그리고 그들이 입은 옷의 주름은 뒤쪽 언덕에 서 있는 나무와 함께 연속되는 수직선을 그린다. 수직 수평선을 그리는 이 그림은 소란하지 않고 경건하다. 마치 사건을 기록하고 시간을 채집한 사진 한 장을 보는 것 같다.

부당한 판결과 죽음을 바라보는 조토는 그 슬픔과 분노를 절제된 사람들의 몸짓으로 표현했다. 조토는 간결하고 소박한 붓 놀림으로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삶은 죽음을 위해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다. 늘 죽음을 이웃하고 있으나 인간은 영원히 살 것처럼 망각하고 욕심껏 살아간다.

꽃과 함께 떠나간 어머니를 생각하며 좋은 시절에 가셨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모든 죽음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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