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하면 예로부터 인심이 넉넉하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인지 우리 고장의 서정시인으로 한국문단의 중견작가인 나태주(시인, 장기초등학교 교장)선생은 평생소원 중 하나가 공주에 사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공주교육대학 박물관장) 교수는 공주에서 살려면 3대에 걸쳐 적덕(積德)을 하여야 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동안 공주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이렇게 호평을 해왔다. 이런 호평 속에는 공주가 오늘날처럼 강북의 신도시가 발전  되기 전 원도심의 모습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공주의 원 도심은 분지형태의 아늑한 지형에 도심 한가운데로 제민천이 흐르고 공산성이 언제라도 산책을 즐길 수 비단결 같은 금강이 도심을 휘감는 듯한 모습이 공주의 관문인 금강철교가 공산성과 잘 어우러져 백제의 고도요 천년관아의 고장으로 고풍스러웠던,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었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가? 예전의 미나리꽝이 메워지고 그곳에 국적불명의 건축물들이 들어서 마치 고도(古都)라고 부르기가 민망스럽게 느껴져 왔는데, 언제부터라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원 도심에 고도제한(高度制限)이라는 법이 만들어져 그나마 현재의 모습으로 보존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 도심에 살고 있거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분들은 사유재산권의 행사가 제한되어 재산권침해라는 측면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또한 이로 인하여 강북의 신도시가 발전되니까 상대적으로 강남지역이 침체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으로 인하여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발의 제한 때문에 민자유치에 어려움이 있어 거쳐 가는 관광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원 도심의 고도제한이라는 걸림돌이 이러한 문제의 모두라고 말할 수 는 없지만 분명히 연관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요즈음 세계 각국이 하나같이 개발과 보존이라는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발과 보존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그 가운데 제일 중요시 여기는 것이 환경문제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새만금사업과 같은 국책사업도 환경문제로 몇 차례의 공사중단을 반복한끝에 겨우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나는 지난해에 정부가 공주를 비롯한 부여, 익산, 경주 등 4개 지역을 고도지정(古都指定)을 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국토개발연구원에서 실시한 고도지정의 규모를 정하기 위한 회의와 공청회에 자문위원 자격으로 참석했었다. 고도지정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광범위하게 지정을 하는 것이 지역을 위하여 바람직스러운 반면 단기적으로는 개발의 제한, 사유재산권침해 등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제안했던 것이 양측의 균형을 맞추어 지정할 것을 건의하면서도 사유재산권 침해를 최소화 해줄 것을 밝힌바 있다.  

며칠 전 KBS대전방송국 모 기자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는데 공주 원 도심의 고도제한(高度制限)이 머지않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말해달라는 요지였다.

참으로 어려운 주문이어서 다소 망설임 끝에 승낙을 하고 인터뷰를 했다. 그 기자의 말로는 반대의 목소리는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누군가는 반대의견을 내야 완화되더라도 난개발을 막을 수 있지 않게냐는 부연설명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내가 말한 인터뷰내용은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고층빌딩이나 고층아파트를 너나 할 것 없이 지을려고 할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가능할는지 몰라도 시의 조례제정으로 난개발을 최소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하면서 왠지 모르게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보고 욕하는 것 같은 기분이 지금까지도 나를 우울하게 하지만, 나는 서울의 청계천의 복원을 떠올려 보았다.

우리 공주도 수십 년 뒤 아름다운 고도(古都)를 건설하는데 청계천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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