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모시기에 비상이 걸렸다.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주시를 찾은 관광객은 280만 명으로 전년도 보다 20%나 감소된 숫자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 공주만의 일은 아니다. 제주도는 결혼시즌이나 여행시즌에도 호텔이나 여관이 반도 안 찬다고 한다. 

그곳은 한라산이 있고 비행기 타고 외국 가는 정취를 만끽할 수 곳 아닌가. 그래서 수학여행의 필수코스로 수 십 년간 호황을 누렸던 곳이다. 국가적으로도 지난해 입국자가 615만 명인데 비해 출국자는 1160만 명으로 545만 명이 적고 수지 적자도 84억 달러라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 관광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온천자원, 중국은 역사자원, 동남아는 따뜻한 기후자원을 내세워 관광객을 유치하기가 비교적 쉽지만 우리나라는 뚜렷이 내세울 상품이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따뜻한 기후인 제주도는 왜 그럴까.

얼마 전 태국에서 한 달 동안 골프관광 다녀온 지인을 만났다. 돈 많은 분이라서 외국 여행을 했을것이라 짐작을 했지만 오히려 알뜰 여행지로 선택한 곳이 태국이란다. 왕복 비행기 삯 포함해서 한달 여행비용이 고작 300만원이라고 하니 하루 10만원으로 숙식과 골프, 비행기까지 모두 해결한 셈이 된다.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골프 친다면 얼마나 소요될까.

인터넷으로 여행상품을 클릭해 봤다. 여행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3박 4일 코스로 제주도가 70만 원, 일본 큐슈 68만 원, 태국 58만 원으로 나와 있는 상품만 봐도 외국으로  몰려 나갈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관광환경을 보자. 경기가 계속 어렵고 소득이 점점 하향 조정되는 시대 속에서 하류층은 넓어지지만 여행을 즐기려는 층이 많아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관광객 붙들고 모셔오기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유적지 정비와 관광지 개발과 박물관 세우고 축제로 관광객들을 유치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잔뜩 지어진 여관이나 모텔, 거리로 늘어선 음식점과 기념품 상점들의 울상이 그치지 않는 게 현실이고 보면 대책은 뻔하다. 가격은 내리고 질은 높여야 산다. 관광하면 볼거리를 먼저 떠올리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건 먹거리가 아닐 수 없다. 태국에 가면 한 끼에 천원, 이천 원만 주면 잘 먹는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얼마 전 서울의 ‘아름지기’라는 단체 임원들 26명을 초청했다. 전통 한옥을 짓고 도시를 디자인하는 봉사단체로 재벌급 인사들이 그 구성원들이다. 구 박물관거리, 의료원 주변, 김갑순 옛집, 산성시장과 고마나루 관광지 조성과 정비에 대한 자문과 참여를 얻어내기 위한 기회라서 정성을 다하는 순간이다. 공주 구도심을 구석구석 누볐지만 마땅하게 점심 대접할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잘 지어진 최고급 식당이냐, 아니면 초라하지만 공주다운 음식점이냐로.

이준원 시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한 끼 5천 원의 전통 우렁된장과 집장이다. 공산성 밑 한 가지 음식만을 수 십 년째 대를 이어 장사하고 있는 토속음식점. 주렁주렁 매달린 메주를 헤집고 뒷방으로 들어가는 그런 집에서 큰 그릇에 밥을 쏟아 넣고 참기름으로 비벼 먹는 소리와 “맛있다”라는 탄성소리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다시 그 맛보러 오겠다는 약속과 주문전화가 이따금 걸려오고 있는 것만 봐도 바로 이게 공주 관광 상품이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값싼 비용으로 옛 추억을 들춰내고 진정한 토종 된장 맛을 듬뿍 느끼게 한 밥이 관광 상품 아닌가.

오는 4월부터는 일본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매일 40 여 명씩 일년간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여행사 JTB와 국내 대한여행사와 계약한 사업이지만 걱정은 일본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본 관광객들이 먹고 잘 수 있는 여건이 허약하다는데 있다.

일본 관광객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점도 있고 메뉴판이나 일본어를 소통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내야 한다. 공주나 부여가 관광 마케팅 하는 데는 ‘백제’라는 상품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먹거리와 잘거리가 따라주지 않으면 관광객이 점점 줄어 들 수밖에 없다. 창벽의 매운탕촌, 의당의 보신탕촌, 신관의 칼국수촌, 금성동의 토속촌이 일찍이 태동됐지만 응집력은 미미하기만 하다. 관광거리가 되는데도 말이다. 끼리끼리 뭉쳐야 관광 먹거리촌이 된다. 맛만 있다고 소문나면 원근불구하고 달려오는 시대다.

“공주에 가면 뭘 먹지”하고 고민한다면 관광지가 될 수 없다. 먹거리가 가득한 관광공주를 만들자. 식욕이 왕성한 새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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