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순임에도 제법 조석으로는 쌀쌀하다. 간간히 꽃샘추위가 시샘을 부리는 통에 아직도 무쇠 난로에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정겹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 여럿이 파릇파릇 올라오는 쑥이며 달래 등 봄나물을 부지런히 뜯느라 여기 저기 앉아있다. 그 흐뭇한 광경에 빙긋이 미소가 나온다.

탐방객들이 제일 먼저 바라다보게 되는 국립공원의 초입인지라 마른 풀이 수북한 우리 집 앞 공터를 그저 바라만 보기에는 심난했다. 마치 내가 게으른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을 것만 같은 부끄러운 생각에, 해마다 해동하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내 키보다도 더 큰, 호랑이 새끼 쳐도 될 만큼 억새풀이 숲을 이룬 호텔 공사장 공터 묵밭을 겁도 없이 정리하기 시작해 놓고는 밤이면 허리가 아파 끙끙거린다.

이제는 오십대 중반을 넘고 보니 나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 벅차고 힘든 작업임에도 극성스런 아줌마의 도전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이십 여 년이나 된 짓다가 중단된 호텔 건축물 근처가 유령의 집 같다며 바라보는 사람마다 언제 완성 되느냐고 꼬치꼬치 묻는 골치 아픈 건물이다. 거듭되는 대답은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며 잘 모른다는 한결같은 답변이다.

그러나 흉물스럽게 너무 오랜 기간 처리되지 않고 있음에 참으로 답답하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시청과 국립공원 사무실과 사찰의 현명한 처신을 관망할 뿐이다.

비록 내 땅은 아니지만, 동네 주민들도, 시청에서도, 사찰에서도, 국립공원에서도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잡초가 무성한 초입의 호텔 공사장 앞 공간을 내가 살고 있는 곳 바로 옆이라는 이유만으로  낫으로 풀을 베고 풀씨가 떨어져 또 더 많은 풀이 날까봐 풀과 풀씨들을 태웠다. 워낙 칡넝쿨이 우거지고 엉망인지라 도저히 다 해결할 수는 없었고 그야말로 처삼촌 벌초하듯 대충 정리를 했어도 훤해진 것 같았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격이라고나 할까?

그 사이에 쑥이며, 냉이, 달래, 민들레가 살포시 고개를 들고 나와서 “날 보러 와요” 하며  봄나들이 여인들을 유혹했나 보다. 겨우내 저장용 김장김치 먹다가 참 취, 미역취, 머위, 두릅 등 향긋한 햇나물과 돌미나리,  돗나물, 달래 등 새콤 달콤 상큼하게 무친 봄나물이 식탁에 오르면 가족들이 환호하며 입맛을 돋우어 주고 군침이 도는 때다. 그동안 손과 발에 가시가 박히고 몸살도 났지만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어 하는 광경을 보는 나의 마음이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화분갈이도 해주며 계속 흙을 만지다 보니 긴긴 겨울동안 묵었던 마음의 때가 스르르 눈 녹듯이 사라져 감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약속을 지켜주는 흙의 진실한 기가 어느새 소리 없이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 같아 흙에게 고맙고 감사했다.

산 넘어 동학사에도 지금 한창 벚꽃 축제로 성황을 이루는데, 고목나무가 많은 갑사에는  여린 잎도 피지를 않아 삭막한데다 공원 입구에 수북이 잡초만 무성하다면 그 누가 아름답다고 찾아오겠는가? 그러니 지저분한 곳 대충 묵은 잡초만 베어줘도 신기하게 탐방객이 봄나물을 뜯는 효과를 볼 수 있었으니 당연히 기쁘고 작은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시대에 사는 현실에서 그래도 뭉치고 협조하고 개선하고 솔선수범으로 행동을 하여 더불어 살아야 무한한 경쟁 시대에서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강물을 이루듯, 한 분의 손님이 수십 수백 수천의 손님들로 연결됨의 소중함은 우리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는 경영의 원리라 생각한다. 늘 몸에 밴 겸허한 반복적 실천이 생활화 되고 습관화 된다면 계속 창조적 가치 혁신으로 이어지고 중단 없는 전진으로 이어지리라 생각이 된다.

오랜 기간 온 국민이 긴장하며 귀 기울였던 한.미 자유 무역 협정(FTA)도 요즈음 타결이 되어 국내시장의 울타리에서 거대한 세계시장으로 서서히 부딪치며 나아가야 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아닌가. 세계화의 물결에  발맞추어 더불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생의 삶의 격변기에서 우리 모두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각 기업과 노조도 금번 한.미 FTA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턱없는 요구를 앞세우고 파업을 계속한다면 우리 경제는 속 빈 강정처럼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한탄만 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위기를 기회로 삼아 모두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길만이 영원한 승리의 길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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