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전 필자가 평소 존경하는 사회 지도자이시고 덕망가이신 어르신과 차를 나누었는데, 대화 중에 나이 먹고 보니 매일매일 ‘시간을 어떻게 내버릴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는 말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위 관료 출신으로 출세도 할 만큼 했고 누릴 만큼 누리셨을 어르신의 말씀이니 더욱 의미있게 다가 왔다.

이 어르신의 고민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이며, 여생을 어떻게 회향(?向)할 것인가’ 하는 진솔한 심경 토로(吐露)라 이해되어 산승 자신의 일상을 점검케 하는 큰 법문이 되어 가슴에 새겨진 것이리라.

자신을 조금은 살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러한 고민에 빠져본 적이 있으리라.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하게 되고, 그 가운데 혹은 보람된 일로, 혹은 회한의 일로 남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떠한 일에 생을 바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참으로 중요하다. 사람이 평생 살아가는데는 많은 일을 하게 되고 그런 만큼 일의 선택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고민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과연 나는 누구인가?’라는 등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문제는 인간 공통의 고민이고 근원적인 고민이라 할 것이다. 유사 이래 이 문제에 대하여 가장 큰 관심과 해결 노력을 기울여 온 종교는 불교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모든 부처님과 선각자들도 가장 큰 인생문제로 여긴 일로서, 부처님은 중생들로 하여금 이 고민을 해결하여 진정한 행복자가 되도록 돕기 위하여 출현한다 하여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으로 사바세계에 온다고 말한다.

또 정신계에서는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영적(靈的)향상(向上)을 위하여’ 라고 말한다.

인간이 하는 일의 목적은 바로 향상에 있다.

인간은 늘 무언가를 한다. 잠시도 쉬지 못하고 하고자하고,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병적(病的) 존재와도 같다. 예를 든다면 친구를 만나거나 전화할 때, “요즘 뭐하고 지내?” 하고 물으면 “아무 것도 안해” 대개 이렇게 대답하는데 그것은 이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하는 말이다. 안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섭리가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흐르듯이 사람도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이거나 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란 어차피 일을 할 수 뿐이 없다면 ‘의도적’으로 하고, 하기 전에 진지하게 숙고해서 할 일을 ‘선택’하여, 심혈을 기우려 ‘적극적’으로 해야 바라는 바 목적을 십분 이루게 된다. 그러면 어떤 일을 선택할 것인가?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 하고나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나도 남도 기쁘고 이익 되는 일을 선택해야 마땅하다.

대부분의 일들은 내가 이로우면 남이 손해 보는 양상의 일들이다.

한 쪽만의 이익을 위한 일은 엄격히 판단해보면 해악(害惡)이다.

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부처님께서는 ‘마음 밭을 가꾸는 일’을 선택하셔서 중생들에게 진정한 행복, 궁극의 행복을 선물로 주었다. 그는 마음 밭을 가꾸는 일을 통하여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이고 그 마음의 주인은 자신’을 분명히 증득(證得) 했던 것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무척 혼란스럽다. 개인도 단체도 국가도 모두 방향 감각을 망각한 듯하다. 그러니 지향점도 없다. 오직 이기심끼리 싸우는 전쟁터다. 모두 근본을 망각한 탓이다. 근원으로부터 너무 멀리 달려간 까닭이다. 삶에, 일에 대하여 고민해 보지 않고 편의에 따라 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모든 일에 앞서 ‘마음 밭 가꾸기’를 권장한다.

이 세상에 ‘마음 밭 가꾸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믿기에 주저 없이 간곡히 권하는 것이다. 이 일이야 말로 나도 기쁘고 남도 기쁜 일이요,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로운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상계의 모든 법은 ‘마음 밭’에서 낳았고, 그 자리에서 자라고 열매 맺음 한다. 예수도 공자도 석가도 이 마음 밭을 여의고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고 이름조차 있을 수 없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오늘날 지성들이 석가모니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승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그가 바로 이 ‘마음 밭’을 일구어 낸 사람이고, 이 일이야말로 인류를 가장 완벽하게 향상시켜 궁극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류문명의 진정한 발전은 마음 밭을 가꾸는 일이 알파와 오메가라고 믿게 된 것이다.

인생살이는, 범부들이 하는 일은 진화(進化) 아니면 퇴화(退化), 상승(上昇) 아니면 하락(下落), 성공(成功) 아니면 실패(失敗)라는 분수령과도 같다. 순간순간 이러한 냉혹한 기로(岐路)를 걷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는 것이라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기로와 곡예를 버리고 자신과 이웃의 향상을 위하여, 밝은 우주문명 창조를 위하여 모든 일에 앞서 ‘마음 밭 가꾸기’를 선택하자.

별도의 시간을 만들 필요도 없다. 출가 삭발 할 필요도 없다.

나이의 많고 적음도, 여생(餘生)이 얼마 남고 말고도 관계없다. 이 일을 위하여 직장인이 일터를 버리거나, 신앙인이 개종(改宗)할 필요도 없다. 다만 지금 그 자리에서 ‘무언가 하고 있는 자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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