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추억 한토막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삼학년 때 걸어서 학교에 가면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실제로는 그리 안 걸리는데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가 있기에 기다리는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산으로 갈 때도 있었고 들판으로 우회하여 갈 때도 있었다.

시골이라 그런지 자동차 보기가 힘들었던 때이므로 간혹 자동차가 지나가면 그것을 이용하는 놀이가 생겼는데 ‘오라이, 스텁’놀이다. 즉 자동차를 먼저 발견한 이가 ‘스텁’하면 상대방은 그 자리에 딱 서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텁을 건 이가 ‘오라이’하면 그때부터 움직이는 놀이로 단순한 놀이다. 

그날도 동네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집에 오는데 저쪽에서 희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버스 한대가 오고 있었다. 나는 얼른 친구를 향하여 ‘스텁’하고 소리쳤다. 친구는 내가 먼저 걸었어야하는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이 친구가 얼마나 서 있나 실험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꼼짝없이 서 있으라고 강조하면서 서서히 멀어졌다. 물론 내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면 그 친구는 다시 집으로 향하겠지만 나는 내가 계속 감시한다는 모션을 취하면서 집으로 온 것이다.

그날 저녁 저녁밥을 먹고 등잔불 아래에서 책을 읽는데 친구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친구 어머니는 너와 같이 학교에 간 친구가 집에 아직 안 오고 있으니 이곳에서 놀고 있는 줄 알고 찾으러 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벌써 헤어진지 오래인데 친구가 돌아오지 않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얼른 친구 어머니와 놀이를 했던 장소로 가 보았다. 컴컴한 저쪽에 어린이 한 명이 서 있는데 그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나와 어머니를 보더니 눈물을 왈칵 쏟아 놓았다. 내가 ‘오라이’를 하지 않아 이곳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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