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강산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황홀하던 단풍도 잠시, 된서리 한방에 우수수 낙엽이 떨어져 버렸다. 황량해진 들판엔 새파랗게 올라온 보리 싹이 새해의 희망을 가지게 한다.

추운 계절로 접어들면 긴 겨울을 지낼 준비에 일손이 더욱 바빠지게 된다. 우리의 소중한 건강을 지켜주는 간장 · 된장 ·, 고추장을 햇콩으로 준비해야 하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동절기의 김장김치 담그는 일이다.

좋은 물로 담가 시원하고 담백하게 맛이 든 동치미를 선두로 배추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파김치 등 김치의 종류가 많기도 하다.

집집마다 넣는 재료의 종류도 퍽 다양하다. 초겨울부터 시작해서 이른 봄까지 겨우내 먹어야 하는 연례행사라서 그랬던지 웃어른들은 김장을 겨울의 큰 양식이라 칭하실 정도로 중요시 여기셨다.

땅을 파서 묻고 짚으로 된 집을 따로 지어서 얼지 않고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다하셨다.

아파트의 주거가 늘어나면서 한 아름씩 됨직한 배추를 소금에 절구는 일이며 김장하는 일이 좁은 공간에서 엄두가 나지 않는 일임에 분명 한 것 같다. 요즘은 절임배추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곳이 많아져 집에서 배추 속만 준비했다가 택배로 주문한 절임배추가 도착하면 간편하게 담그기도 한다. 아예 다양한 종류의 완성품 김치를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하면 이튿날 택배로 도착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가 보편화 된 것 같다. 맛이 좋은 고랭지배추나 배추 속이 노란 노랭이 배추의 사진을 찍어 함께 올리기도 한다.

주 5일제의 근무의 영향과 외식산업의 발달로 인하여 전국에 칠십 만개가 된다는 어마 어마한 숫자의 식당에서 일일이 직접 김장을 담그지 못하는 집이 늘어난다. 중국에서 대량으로 김치가 수입이 되어 엄청난 수요를 감당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서의 수입을 의존하지 않으면 공급을 할 수가 없는 것을 어찌하랴.

조류독감 파동뿐 아니라 수입고기에 대한 육식의 불신이 가끔 불거지면서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유기농 웰빙 음식에 점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김치만큼은 어렸을 적 어머니나 할머님 입맛에 익숙해진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와 좋은 물로 정성스럽게 담근 김치의 맛을 공급 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동안 농민들이 배추 값 폭락 때문에 피 땀 흘려 가꾼 배추들을 갈아엎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앞으로는 컴퓨터를 활용해서 전국의 수요와 공급을 잘 따져서 때가 되면 적절한 가격에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세워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김장 배추가 잘 자라야 할 9월중에 이십 여 일이나 장마 비가 계속되었다. 이 때문에 작황이 부진했고 ‘금치’라 불릴 만큼 금년 배추 값은 많이 올랐다. 그동안 배추 값이 너무 저렴했기에 농사짓는 분들에게 그 보충을 해드린 셈이라 여기니 한결 마음 편한 것 같다.

입동 전후로부터 시작되는 김장철이지만 기온이 한번 내려가고 나면 김장시장이 바빠진다. 일주일새 전국의 많은 집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김장을 서두르게 되며, 배추 값이나 양념값도 천정부지로 일제히 오르기 시작하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요즈음은 배추나 양념의 재료값이 많이 내리고 날씨도 비교적 춥지 않아서 김장 비용 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다. 늦게 시작 했다고 해서 결코 손해가 아닌 것이다. 부지런해도 한 몫, 게을러도 한 몫이란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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