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지역을 자동차로 지나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세종시 첫 마을 사업지구는 벌써 수백 년 간 터를 일구고 옹기종기 정을 나누며 살던 모습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부지 조성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 분주함 속에서 이곳을 떠나며 한숨지었을 사람들의 아쉬움이 아련히 보이는 듯 하여 마음이 착잡하다.

그러나 그 소란함은 어느새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으로, 그리고 수도권과 더불어 고루 잘사는 지역을 만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출발점이라는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는, 특히 공주와 연기 주민들은 온 몸으로 ‘신행정수도’ 를 지키고자 노력해 왔으며, 위헌 판결로 신행정수도의 꿈이 반 토막으로 꺾였을 때는 그나마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의 미래를 걸고 정든 고향을 떠나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걱정했던 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마저   또 다시 반 토막 나거나 아예 그 내용이 본질적으로 변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어 암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지난 7월 21일 정부가 발표한 ‘지역발전 정책’을 보면 이러한 조짐이 염려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날 발표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조기에 자족적인 성장거점이 될 수 있도록 첨단기업, 연구소, 우수대학, 비즈니스 지원기능 등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토지 저가공급, 개발권 부여, 세금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얼핏 보면 기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계획을 보완한다는 정부의 설명이 맞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정작 중요한 ‘행정’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복도시의 자족적 기능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더 확실한 정부와 공공부문의 이전 계획을 보장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하는 것이 우선이다. 행복도시에서   행정기관의 이전이 불투명하다면 어느 기업이 무엇을 믿고 이곳에 입주 하겠는가? 공공부문의 이전에 대한 일정과 규모가 구체적으로 확실하다면 기업과 대학은 오지 말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적어도 새 정부의 의지가 확실하다면 적어도 이번 발표에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14부 4처 2청’의 이전 대상이 ‘9부 2처 2청’으로 변하였음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라도 있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전대상 기관에 대해서조차 한마디의 언급도 없는 것은 이 정부가 과연 행복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할 의지가 있는가에 대해 의심을 받아 마땅하고 이 지역에 사는 우리는 당연히 의구심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할 권리와 자격이 있는 것이다.

어디 이것 뿐 인가? 내년도 행복도시 건설 예산만 해도 당초 8,768억 원에서 무려 52%나 축소한 4,119억 원 만을 편성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입장은 광역교통망 구축에 토지공사가 50%를 부담하고, 학교 시설의 경우 BTL방식을 도입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역시 궁색하고 담보력이 절대부족하다.

광역교통망은 물론, 학교시설 등 공공부문이 투입해야할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행복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확신케 하는 대목이라고 확신한다.

또, 정부는 ‘08.2.29 특별법의 개정에 따라 국무총리 산하에 있던 ‘행정도시추진위원회’를 국토해양부장관 산하의 ‘복합도시위원회’로 그 소속을 격하시킴으로써 행복도시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기업도시나 혁신도시와 단순히 비교될 대상이 아니며,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선도할 심장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행복도시와 혁신도시·기업도시는 각기 다른 법에 의해 추진되는 독립적인 사업이므로 그 업무를 통합하여 복합위원회로 무리하게 개편하는 것은 아주 우스운 집행체계가 될 것이고 오히려 효율적인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을 분명히 요구하고 이를 반드시 지켜내야만 한다.

첫째, 행정중심기능이 확보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정부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 특히 정부조직 개편 등 변경된 사정을 반영하여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행정안전부 장관 확정 고시를 조속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복도시는 ‘행정’이 빠진 기업도시나 신도시 혹은 연구·교육도시 정도로 축소·변질될 것이며, 공공부문의 이전이 축소된 곳에   기업이 입주한다는 것 자체도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한다.

둘째, 반 토막 낸 2009년도 예산의 원상회복은 물론이고, 최소한 기관의 입주가 시작되는 2012년까지의 행복도시 예산 계획을 제대로 편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1단계로 오는 9월 정부예산안 확정까지는 모든 주민이 나서 우리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어야 하고, 지역 출신 정치인들이 소속 정당을 떠나 한마음으로 국회에서의 예산 확보 투쟁에 전력을 투구해야 한다. 초당적 충청권 의원협의회 구축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셋째, 지난 17대 국회에서 폐기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법’이 올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다행히 세종시의 법적지위와 범위에 대한 지역 내의 이견은 모두 해소되었다.

‘중앙 정부 직할의 특례시’로 하자는 중앙 정부의 입장과 ‘충청남도 산하의 특례시’로 하자는 충청남도의 입장 차이도 충남지사가 입장을 후퇴하면서 조율이 가능해 졌고, 연기군의 잔여지역 편입을 둘러싼 주민들의 의견차이도 잔여지역을 전부 포함하는 방향으로 현재는 의견이 통일되어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설치법의 제정에 걸림돌이 되던 사항이 제거된 마당에 설치법의 조속한 제정이 미루어질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넷째, 국토해양부 장관 산하의 복합위원회로 소속과 위상이 격하된 ‘행정도시추진위원회’를 독립적 위원회로 존치시켜야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단순한 기업도시나 신도시가 아니다. 우리 후손이 고루 잘사는 이 땅의 복된 미래이다. 이제 정부는 정치논리가 아라, 진정한 미래의 꿈과 희망을 원칙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조상 누대로 살아 온 정든 고향과 이웃사촌끼리 오순도순 살던 정든 공동체가 해체되는 아픔을 견디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희생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며, 여기에 진정한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제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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