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6일 정부는 ‘녹색 뉴딜 사업’의 내용으로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 사업을 발표하였다.

대부분의 사업에 ‘녹색’ ‘친환경’ ‘저탄소’ 등의 수식어가 달려있고 2012년까지 모두 50조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여 연인원으로 95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보인다.

제발 이 정부가 지향하겠다고 발표한 ‘녹색성장’을 반드시 이루어 절망에 빠져있는 국민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녹색 꿈으로 가꾸어 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사업의 내용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과연 이게 녹색 성장 프로그램일까?” “이 정부가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은 했는가?”라는 의혹과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얼마 전 여당의 대표라는 분이 “전국에서 건설의 망치소리가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라는 발언을 했을 때도 설마 집권당 대표라는 분의 가슴에 저 정도의 인식과 마인드 밖에 없겠는가라고 위안을 하며 걱정을 내려놓은 적이 있다.

그런데 1월 6일의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서 그 때의 걱정이 결코 기우가 아니었으며, 이래가지고서야 성장은 고사하고 기후 변화 대응과 국토의 보전이라는 당장의 과제도 풀어갈 수 없다는 회의가 든다.

우선 투입되는 예산을 살펴보면 이 사업이 ‘4대강 살리기’와 ‘고속철 사업’을  필두로 한 대규모 건설 사업이 중심이며 그야말로 전 국토에서 건설의 망치소리가 들려오게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사업의 예산 중 4대강 살리기에 13조 8천억 원, 고속철도 조기 완공 사업에 9조 6천억 원 등 이들 두 가지 사업에만 전체 예산의 50% 가까이가 책정되어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이 밖에도 중소규모 댐 건설에 9,422억 원,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4,980억 원 등 각종 건설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잡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전거 도로의 경우만 해도 자전거가 온실가스 없는 청정에너지로서의 의미를 가지려면 기존의 교통수단을 대체하는 형태의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 자전거도로 네트워크가 동호인들의 체력 단련과 건강을 위한 의미 이상이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녹색성장은 세계적 흐름이고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뿐 만 아니라 경제 위기 타개책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청정에너지 개발에 해마다 150억 달러씩 앞으로 10년 동안 1,500억 달러를 들여 일자리 500만개를 창출 하겠다는 뉴아폴로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각종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데 정책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우리도 응당 그러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텐데 태양력·풍력·조력을 위한 별도의 사업이 전무하고, 농업과 산림, 해양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를 에너지화 하는 사업이 고작이다.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예산은 3조원에 지나지 않는다.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친환경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삽질하는 것을 녹색 뉴딜로 포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새로 만든다는 ‘일자리 96만개’도 문제다.

이 사업을 통해 정부는 올해부터 4년 동안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19만 명, 고속철도 사업에서 13만 8천명, 녹색숲 가꾸기에서 17만 명, 그린홈 및 그린스쿨에서 13만 3천명이 일자리를 얻게 되어 2012년까지 모두 95만 6천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 일자리는 대부분 돈이 투입되는 동안만 존속하는 한시적 일자리이며, 이 가운데 96%인 91만 6천여 명은 정부가 스스로 밝히고 있는 대로 건설 및 단순 생산 업무에 해당된다. 청년에게 돌아갈 일자리도 10%인 10만여 개에 불과하다.

기왕에 쏟아 붓는 소중한 재원이다. 당장의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견이어서는 안 된다. 그 소중한 재원은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 뿐 만 아니라 당장의 허기를 해결한 뒤에는 스스로 일할 수 있는 힘과 지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데 효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할 것이다.

그 사업만 끝나면 없어질 일자리도 당장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것은 미래를 담보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도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가 없다.

그러기에 정부는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인기가 오르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국민과 대화하고 설득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성장 동력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짝 경기 부양으로 인기를 만회하려는 역대 정권에 대해 국민이 어떤 심판을 내렸고 그것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 왔으며 그것의 여파는 결국 국민이 허리 휘게 짊어져 왔음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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