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하이데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1965)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 (1932. 2. 9~) 독일
Mr. 하이데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1965)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 (1932. 2. 9~) 독일

영화는 [작가미성]은 미술관 풍경으로 시작한다. 나치가 정한 블랙리스트 예술가를 소개한 퇴폐미술전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 지금은 그림값도 높고 세계에서 유명한 미술관에 소장된 작가들이 총출동한 전시회, 작품감상을 위해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 작품이 노동자를 외면하고 자기애에 빠진 형편없는 것이라며 위협적인 몸짓으로 멸시하듯 큰 소리로 말하는 도슨트, 어린 쿠르트는 눈 앞을 가리며 화가가 되고 싶지 않다고 이모에게 귀엣말을 한다.

〈작가 미상>은 1960년대 리히터의 포토페인팅이 탄생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 역사적인 사건의 연장선에 있고 그 경험이 작품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보여준다.

학생에서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 나를 내려놓고 우리, 집단, 노동,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중요한 작품요소인 드레스덴, 동독에서 가능성과 선택지가 너무 많아 고심하는 서독 뒤셀도르프 학생으로 자리 이동을 하는 그는 흰 화면을 바라보며 어떤 행위도 하지 못하고 고민한다. 위치 이동은 그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했고 갑자기 접한 다양한 현대미술을 흉내 낸다.

드레스덴이나 뒤셀도르프 미술학교 수업 중에 교수는 나(Ich), 나, 나를 얘기한다. 나를 찾지 말고 집단을 생각하라는 교수, 또 다른 교수는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며 너를 보라고 한다. 쿠르트는 동독에서도 인정받은 최고의 솜씨였고, 그가 제일 잘하는 사진처럼 그리기를 한다.

그림은 감정을 더하고 빼고, 때로는 미화시켜 대상을 그린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래서 피사체가 된 사람들은 가끔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불편하다. 사진 속 모습이 익숙한 모습이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어서 불편하다. 쿠르트는 사진의 불편함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서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비극을 관통하는 흐릿한 화면이 화폭에 나타난다.

쿠르트는 인터뷰에서 작품에 정치적 의견을 담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린다고 답한다. 그의 답변을 두고 한 기자는 “그 세대가 그렇듯 그도 할 말이 없다”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작품이 개인사와 연결되어 해석되기를 거부한다.

1960년대 많은 예술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대결로 생각했고 추상회화에서 답을 찾았다. 그러나 리히터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전통회화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며 사진의 특성을 그림으로 옮긴다.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 신문, 잡지에서 고른 사진을 흐릿하게 담아낸 작품은 사진의 리얼리즘과 회화의 붓질이 만나 새로운 포토페인팅 Photo Painting 양식을 만들었다.

뭉개기 기법은 멀리서 보면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붓 자국이 또렷하다. 뿌옇게 처리된 그의 그림은 향수, 기억 같은 정서를 자극한다. 리히터는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오가며 회화의 존재를 보여준다.

“해석된 사진 이미지는
모사과정에서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비쳐진 이미지를 따라가는 작업과정에서
나는 기계처럼 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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