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생활동안 겪었던 이야기와 감정들 담담히 풀어내

박명순 작가가 산문집 ‘안녕, 개떡선생’을 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충남교육연구소 소식지에 ‘박명순 선생님의 교단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인데, 학교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느낌, 그리고 이런저런 사색의 결과물이다.

박명순 작가
박명순 작가

박명순의 산문은 저자 자신의 삶과 구체적 생활 속에서 길어낸 맑은 샘물 같다. 오랜 교사 생활을 마치고 돌아보는 과거는 그래서 빛바랜 사진이 아니라 생생하게 현재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발자국 같다.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들, 그리고 저자 자신에게 영향을 줬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저자는 자연스럽게 엮어놓고 있다.

저자의 별명이 ‘개떡선생’인 이유는 저자 자신이 학생들 앞에서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어서이다. 단지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평범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저자의 겸양은 역설적으로 교사의 ‘자리’가 어디인지 가리킨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저자가 거창한 ‘교사론’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저자가 교사 생활동안 겪었던 이야기와 감정들을 담담히 풀어놓는다.

이렇게 저자는 학교생활의 자잘한 일상을 통해서 자신의 ‘교육관’을 드러내기도 하고 다지기도 한다. 이런 소박한 자세가 아마도 교사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자신이 이야기를 좋아해서인지(「언제부터 이야기를 좋아했을까」) 글 자체도 이야기를 조단조단 들려주는 듯한다.

특히 저자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은 길이를 가졌으며 그렇다고 에피소드만도 아니다. 이야기에 숨결이 어른거린다는 것은 이야기할 때 입김과 내쉬는 숨소리가 들려온다는 뜻일 것이다.

강영진 울산남목중학교 교사는 “이 책을 읽고 거칠고 험한 파도 위를 항해하는 범선이 떠올랐으며 바다 위에서 위태하게 흔들리면서도 결국은 목적지에 당도하고 마는 거친 바람에 맞서 돛을 조정하고, 높은 파도에도 중심을 잡으며 자신의 길을 가는 스승의 풍경”이라고 강평했다.

이어 “요란하지 않은 삶의 문장으로 풀어간 것들은 후배 교사의 마음에 따뜻하게 자리 잡고 학교라는 삶터에서 방황하며 살고 있는 저에게 위안이 되는 고마운 책”이라며 “배를 움직인 것은 바람이 아니라 교육과 삶에 대한 열정이었음을 마지막 장을 덮으며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박명순 작가는 “저의 이야기는 교사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고 한갓 민초의 물음표이며 넋두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보았음직한 꿈과 자화상이며 어쩌면 숨기고 싶었던 ‘내 안의 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명순 작가는 조치원 신흥동 건어물 가게 8남매의 맏딸로 유년을 보내다가 종촌 싯골 복숭아 과수원집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연극반 ‘황토’로 활동하다가 무기정학을 몇 차례 받은 후 늦깎이 교사로 임용됐다.

공주대학교, 순천향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 현대소설 등을 강의했으며 현재 충남작가회의 독서 모임 ‘간서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채만식 소설의 페미니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버지나무는 물이 흐른다’, ‘영화는 여행이다’, ‘슬픔의 힘’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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