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축년 세화도
2020 신축년 세화도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벌써 일주일이 휘리릭 지나가고 3단계 같은 2.5단계, 코로나 방역으로 모두 꽁꽁 얼었다. 가족끼리도 거리 두기로 다섯 명 이상 대면할 수 없는 시절이다.

예년 같으면 연말연시에 삼 남매와 식구들이 부모님 댁이나 우리 집에 모여 왁자지껄했는데 가깝게 사는 동생들이 번갈아 부모님을 뵙고, 두 분만 우두커니 앉아있는 집은 적막하고 생기가 없다.

핑계 삼아 부모님을 쌍달리로 모셔왔다. 문만 닫으면 단절되는 아파트에서 연말연시를 보내기에는 너무 억울해서, 집을 나오지 않으려는 어머니를 이런저런 말로 구슬려서 눈 보러 가자고 모시고 내려왔다.

어머니는 치매로 자꾸 같은 걸 물어보고, 어린 애처럼 엉뚱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아버지 혼자 수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에 자주 집에 가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예전처럼 대가족이 아니니 아이들과 노인을 집에서 돌보는 것은 어렵다. 누구 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고 그 누구도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내려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의 옛 얘기가 끊이지 않고, 주변 간판을 읽고, 바깥 풍경을 중계하며 감탄한다.

12월 31일 저녁에는 코로나19시대에 새로 생긴 ZOOM 앱으로 동생 가족을 호출하여 ZOOM 송년회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하고 안부를 물었다. 부모님도 상기된 표정이다. 어머니도 가족들 이름을 한명 한명 말해보라는 사위 말에 대답하며 기분이 좋다.

2004년 우리가 일본에 있을 때 웹캠으로 가끔 얘기하던 때가 소환되고, 정말 시대가 많이 변했다. ‘라떼는 말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버지와 내편은 며칠 계속 내리는 눈을 치우고 또 치우고 어머니는 아버지 걱정이다. 추운데 나가서 안 들어 온다고…“사위도 나갔어요. 엄마.”

부모님 집에 모셔다드리고 며칠이 지났다. 어젯밤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딱 맞았고 아침에 학교 가는 이웃집 리비를 위해 차가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두 집 남정네는 브로우어, 넉가래, 삽, 비를 들고 200미터 눈길에 길을 냈다. 리비는 한 시간 늦게 학교에 갔고 두 시간 동안 눈을 치운 남정네는 노곤하다.

이웃집이 이사 온 지 일 년이다. 정안면 석송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코로나19에도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눈이 많이 오면 학교 가지 말라는 엄마 말에 눈물 한 바가지를 쏟은 리비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에 가야 한단다.

친구들이 기다린다고. 평소 아침 늦잠인 우리는 이웃집 소녀 리비의 아침 인사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덕에 일찍 일어난다. 아이는 함께 키운다는 말이 맞는다.

아이, 노인 함께 돌보면 좀 수월하겠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한다지만 끝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나를 돌아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힘겨운 일 년을 보내고 맞이한 신축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2020 신축년 새해 세화도는 이렇게 그린다.

모두 건강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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