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사냥꾼 The Hunters in the Snow피터르 브뤼헐(1525-1569) Pieter Bruegel the Elder1565 oil-on-wood painting117 cm x 162 cm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눈 속의 사냥꾼 The Hunters in the Snow피터르 브뤼헐(1525-1569) Pieter Bruegel the Elder1565 oil-on-wood painting117 cm x 162 cm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밖이 소란하다. 마당에 있는 개들이 요란하게 짖는다. 곧 줄을 끊고, 울타리를 넘을 기세다. 무슨일이 있나 밖에 나가니 언덕에  낯선 개들이 엉켜있고 돼지 멱따는 소리가 난다.

마당에서 불을 지피던 옆집 리비 아빠가 놀라 따라간 모양이다. 언덕에 어정쩡하게 서서 그들을 지켜본다. 조마조마해서 언덕을 올려보며, 포수는 왜 오지 않느냐 성화를 하는데, 얼마후 RV 차 한 대가 산에서 내려오다 멈춰 선다.

총소리가 나고 소리는 잦아든다. 몸집 큰 사냥개들은 입에 피를 묻히고 우리 집 앞을 어슬렁거린다. 시간이 또 흐르고 트럭이 오더니 한 남자가 자신의 사냥개를 부른다.

사건이 있기 수십 분 전에 임도를 따라 리비와 개, 로이와 한 시간 정도 산책했는데, 마주쳤으면 어떻게 했을까? 등골이 서늘하다.

초등 3학년으로 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어린이와 쉰이 넘은 운동신경 무딘 어른, 셔틀랜드 쉽독 믹스견 로이, ‘아마 로이가 가장 용감했겠지.’ 로이가 우리를 살리고 장렬하게…소설을 쓴다. 사냥개가 멧돼지를 쫓아 무섭게 질주하고 집 앞에서 총을 쏘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무성산 서북쪽 마을 월산리에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은 사냥꾼은 추격하고 사냥개에 쫓긴 멧돼지는 멀리 무선산 동쪽마을 쌍달리에 있는 우리 집까지 쫓겨왔다. 산을 넘어 계곡을 따라 내려와 길을 따라 우당탕탕. 마당에 있던 리비 아빠 뒤로 추격전이 벌어졌고 갑자기 지나가는 뭔가에 놀라 따라간 모양이다.

포수와 잠시 실랑이를 했다. 그들이 떠나고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바로 집 앞에서 처단된 멧돼지, 그들은 가족이 함께 생활한다는데 새끼는 없는지 걱정이고, 아프리카 돼지 열병 때문에 사냥을 허용한다는데, 뒤처리를 깔끔하게 한 것도 아니다. 피 칠갑을 한 사냥개가 세 마리가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돌아다니고, 사냥개 주인이 도착하기 전까지 통제 불능이다, 집안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공포를 느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겨울이면 조류독감,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동물을 살처분한다. 살처분, 사냥, 도살로 죽어가는 동물, 인간은 코비드19로 고통받는다.

눈 쌓인 마을에 사냥꾼 무리가 등장했다. 개도 사람도 지친 모습이다. 개는 꼬리를 내리고 사냥꾼은 고개를 숙이고 축 처진 어깨로 한발 한발 발자국이 눈밭에 선명하다.

흰 눈을 배경으로 사람과 나무는 검은색에 가깝다. 사냥꾼 무리 뒤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사람들, 언덕 아래로 멀리 꽁꽁 언 얼음 위에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멀리 알프스처럼 우뚝 솟은 설산이 펼쳐있다.

우리의 눈은 사선인 언덕과 지붕, 멀리 있는 설산을 따라 이동한다. 그 사이에 수직으로 뻗은 나무와 사람은 수평인 운하의 빙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나무에 앉은 새는 한 마리가 날아가며, 정지한 시간에 움직임을 선물한다.

손가락 튕기는 소리에 마법에서 풀리듯이 한 마리 새가 날아가며 그림 속 모두가 움직인다. 장작불 타는 소리, 킁킁거리며 걷는 개, 고단함을 덜 수 있는 마을에 도착한 사냥꾼의 발소리, 눈 치우는 사람과 빙판 위 사람들의 재잘거림이 들린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올겨울,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눈이 또 한 번 내렸다. <입춘대길>을 현관에 걸며 파릇파릇한 봄, 이동과 만남, 왁자지껄한 마당을 누리는 자유를 기원한다. 코로나19여. 빨리 가소!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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