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미국1927, Oil painting, 71cm x 91cm, Des Moines Art Center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미국1927, Oil painting, 71cm x 91cm, Des Moines Art Center

시골로 이사하며 TV를 없앴다. 어느 날 전기요금 고지서를 살펴보니 TV 수신료가 붙어 있다. 시골로 오며 최대한 아끼고 덜 쓰고 덜 벌자는 생각에 찬찬히 고지서를 살펴 본 덕분에 발견했다.

한전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뒤로 수신료는 내지 않았으나 가끔 전화가 왔고 그 동네에 TV 없는 집은 우리집 뿐이라며 확인하러 오겠다는 말을 들었다. 마치 거짓말이지! 하는 듯했다. 몇 번 전화를 더 받았으나 확인하러 오지는 않았다.

쌍달리로 이사한 후 몇 해가 지나고,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재택근무하는 우리집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아랫동네까지 설치된 광케이블을 집까지 연결했다. IPTV와 인터넷을 묶어 설치하는 조건이었다.

덕분에 작은 모니터를 놓고 ‘윤식당’을 챙겨 볼 수 있었다. 요즘 ‘윤며들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는데 가끔 드라마로 만나던 윤여정 배우가 까칠한 매력을 뿜으며 사장님, 요리사로 변신했다. 요즘은 코비드19로 윤식당이 아닌 윤스테이로 돌아왔다.

그보다 더 뜨거운 미나리 열풍,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는 윤여정 배우를 지금 세계가 주목한다. 일흔이 넘은 배우가 젊은 시절 이후 최고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현재 내가 가장 애정하는 영화감독 아네스 바르다, 어쩌다 닿은 유튜버 밀라논나 모두 일흔이 넘은 할머니이다.

나도 흰머리 덕에 가끔 어르신 대접을 받는 무늬만 할머니, 언제까지 그림을 그리고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일이 있다. 그때는 일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행복한 생각을 한다.

한 사람이 외투를 걸치고 모자를 쓴 채 찻잔을 한 손에 들고 있다. 식탁 너머 창밖 풍경을 보면 밤인 듯하다. 배경이 된 큰 창은 검은 어두움이 내려앉았고 실내, 실외 풍경이 겹쳐 보인다.

천장에 있는 등이 창에 반사되어 사람과 테이블, 공간에 빛이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한다. 인상파는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햇살에 부서져 반짝이는 풍경을 화면에 옮겼다. 보는 이를 햇빛으로 데리고 나갔다.

호퍼의 그림에서 빛은 인상파의 빛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빛은 공기를 투과하고 내려앉으며, 익숙한 공간을 다른 낯선 공간처럼 느끼게도 한다. 따뜻한 빛 때문에 오히려 공간은 더 외롭고 고독하게 보인다.

세부묘사는 생략하고 정확한 표정을 알 수 없는 인물과 공간, 풍경을 빛으로 감싼다. 사실적인 일상풍경은 때로는 낯설고 새롭게 느껴진다.

추상 표현주의가 주류로 떠오른 1950년대에도 호퍼는 꿋꿋하게 미국의 도시와 농촌 풍경, 일상을 그린다. 그의 작품은 마크 로스코와 같은 화가와 알프레드 히치콕, 마틴 스콜세지 같은 영화감독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의 그림 13점을 화면에 재현한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는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다. 그리고 코로나 펜데믹에 떠오르는 그림으로 또 주목받고 있다. 따뜻한 사람으로 넘쳐나는 윤식당과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오토맷(Automat)은 다른 색이다. 대중을 상대하는 엔터테인먼트와 작가의 시각이 다르다.

“위대한 예술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훌륭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내면세계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개인적인 시각으로 구현된다. 인간이란 존재는 매우 광활한 왕국과 같다.”   에드워드 호퍼

오토맷(Automat)은 과거 자동판매기로 음식과 음료를 팔던 식당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달주문 음식이 많은 지금 우리는 오토맷 시대로 돌아간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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