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애 (유구도서관 벼리자모 독서회장)

젊다는 것은 대단히 멋지다.
그러나 이들은 갈등과 고민과 부족한 느낌에만 늘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나이 들어가는 것을 후회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계시는 어른들의 모임이 있다.

수요일이면 늘 밝은 모습으로 만남이 이루어진다. 젊으셨을 때는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온 몸을 바쳐 투자 했고 자신들의 몫을 잊은 채 그렇게 평생을 살아 오셨다.

그런 분들이 칠십이 훨씬 넘어서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이제야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무엇이 아름다운가를 안 것이다.

훌륭한 어머니, 성실한 아내로써만 살아오고 보니 나를 찾을 길이 없었던 것이다. 자식들 모두 짝지어 떠나보내고 손자, 손녀 재롱에 행복해 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것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름도 쓸 줄 모르고 그저 논으로 밭으로 공장으로 다니면서 돈 벌기만 급급했지요.” 하시는 어머님들.
허리는 구부정하시고 시력은 안 좋아 도수 높은 돋보기를 끼시고, 손가락은 구부러지고 거칠고 루마티스라서 약을 안 먹으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하시면서도 한글을 배우시겠다고 도서관으로 오신다.

처음에는 창피해서 한글 배운다고 말도 못했다고. 여태도 살아왔는데 다 늙어서 글을 배워 뭐하느냐고 하시는 주위 사람들을 뒤로 하고 한 자 한 자 익힌 솜씨로 끝말이어가기, 짧은글까지 너무 잘 하신다.

"농협에 가서 이름도 쓸 수 있어요.”
남편이 돌아가신 후 우편물을 가지고 옆집으로 먼저 달려갔는데 이젠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기뻐하신다.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즐거운 일임을 자식들 다 가르친 뒤에야 알게 된 것이다.
요즘 수요일이면 변화해가는 어머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같이 뿌듯해하고  자신감을 나누며 감사해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통찰해야할 일이다.

강하고 고집 세고 그렇게 살아오신 어머님들과 공부하기 힘듦도 많지만, 버리는 연습. 놓는 연습. 노후의 시간을 아름답게 보내는 연습을 같이 하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어느 것에도 매달리지 말고 집착하지 말고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수요일이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시간을 소중하게 채워주는 꼭 필요한 사람으로 봉사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