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화 (외갓집 가는 길 대표)

봄부터 아니, 겨울부터 준비했었는지도 모른다. 부지런히 깨도 심고 콩도 심고 무씨와 유채씨도 뿌리고 배추는 모종하고, 잡초와는 늘 전쟁하고 새들과는 겨루기하며 배추벌레와는 사투를 벌이며 가꾸었던 채소와 곡식들.

들깨 털어 햇볕에 말려 일 년치 들기름꺼리 준비 했고 콩은 추수하여 메주 쑤어 놓고 청국장 만들고 풋고추 따서 소금물에 삭히고 간장과 된장에 담가 장아찌 해놓고 감은 따서 곶감 만들고 고추장에 박아 밑반찬 만들기 바쁠 즈음 우리 집에서 반가운 모임이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초등학교 친구들은 편안하고 즐거운 만남이다. 어릴 때의 감정이 살아나서인지 서로를 저울질하지 않아도 되고 사회에서 만난 모임과는 다른 무언가 정이 담겨 있는 정겨운 만남이 된다.

우리친구들은 오십이 되어서야 동창회란 이름으로 6학년 때 담임선생님들을 모시고 모교인 강경 중앙초등학교에서 첫모임을 갖은 후 여러 가지로 편하다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 집에서 정기가을모임 6회째 만남이 있었다.

공주를 돌아보자는 의미로 점심을 먹은 뒤 공주박물관과 공산성을 돌아보는데 4시간정도 일정에 넣었다. 공산성을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돌아본 산성중에 가장 아름다운 산성이라고해서 공주에 사는 나로서는 흐뭇했다.

우리들의 이모임은 나이 들어 몸이 많이 늙어도 계속 이어질 꺼라 믿는다. 지금도 적지 않은 나이 아들딸들 결혼하여 하나 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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