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꽃이 바로 웰빙!

“지금은 먹는 꽃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재배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미개척 분야라 재배 시작하고 2~3년간은 홍보 차원에서 거의 공짜로 나눠주다시피 했지요.”

공주시 사곡면 엔젤농장(대표 안승환)은 아름다운 레이스 모양의 채소인 ‘꽃케일’을 생산, 한국생협연합 등을 통해 본격 판매하고 있다.

화려한 자주색과 흰색 두가지로 출하되는 이 ‘꽃케일’은 중세 유럽에서 장식용으로 사용했을 정도로 외형이 화려하며, 달콤한 배추맛이 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반 케일에 비해 풋내가 덜하고 단맛이 강해 아삭아삭한 배추 속잎을 먹는 느낌이어서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다. 안토시아닌 성분을 다량 함유하면서도 색과 모양이 조화를 이루는 패션채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0여 년전 꽃양배추의 일종인 ‘로즈’품종을 개발, 식탁의 센세이션을 불러온 그가 최근 ‘꽃케일’을 또 선보인 것. 

엔젤농장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주문받은 용설채·아마란스·치콘 등 먹는 꽃들을 신선하게 배송하기 위한 포장작업이 한창이다. 이 농장의 식용화훼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데다 꽃잎에 포함된 안토시안 색소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연락을 한다.

국내 최초 식용꽃 재배

안씨가 식용꽃을 도입한 것은 1990년 초,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안씨는 기능성 채소 재배를 본격 시작하면서 식용꽃도 함께 시도해본 것이다.처음에는 채소를 납품하는 식당 등에 식용꽃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그러면서 유럽과 호주·일본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집한 서적을 통해 먹을 수 있는 꽃의 종류와 기능 등을 공부했다.이를 바탕으로 우리 입맛에 맞는 꽃음식까지 직접 개발했고,식용꽃의 기능과 효능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면서 판로를 개척했다.신문과 방송·잡지 등을 통한 홍보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지금은 서울가락시장에 출하를 계속하는 한편,호텔,고급 레스토랑 등지에서도 주문을 많이 받고 있다.

식용꽃이란 관상용 식물 중에 독성이 없어 날로 먹을 수 있는 꽃이다.유럽·일본 등지에서는 식용꽃이 일반화돼 꽃으로 장식한 빵·케이크는 물론이고 꽃잎을 넣어 만든 샐러드나 젤리 등 다양한 요리가 소개돼 있다.식용꽃은 칼로리는 적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미량 영양소를 많이 가지고 있어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특히 꽃의 안토시아닌은 우리 몸의 산화와 노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식용꽃은 쌉쌀한 비단향꽃무,매운 한련화(나스타튬),달짝지근한 팬지를 비롯해 비올라,제비꽃,프리뮬러,미니장미,스위트피, 데이지 등 20과 70종 정도이다.

데이지·비올라·포트메리골드·비단향꽃무·패랭이·보레이지·나스타튬·파인애플세이지….이름이 다소 낯설지만 채소처럼 생으로 먹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꽃들이다.

천적 길러 해충 방제

이 농장은 채소와 꽃을 모두 유기농법으로 기른다. 관상용 꽃처럼 농약과 화학비료를 많이 쓰면 ‘먹을 수 없는 꽃’이 되기 때문.화훼 일반재배 때 쓰는 각종 호르몬 및 생장조정제도 사용하지 않는다.대신 하우스 내부 곳곳에 해로운 나방의 접근을 막는 기피등을 달고 미생물제제나 무당벌레·토종닭 등 천적을 길러 해충을 방제한다.군데군데 어성초·메리골드 등의 해충 기피 식물도 함께 심어 재배하고 있다.이같은 노력으로 식용꽃으로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게 됐다.

안씨는 “식용꽃은 다양한 모양과 빛깔·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식용뿐 아니라 훌륭한 요리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관상용으로 재배한 일반 꽃이 식용꽃으로 둔갑 판매될 여지가 있어 제도 개선 및 주의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쌈채소 밭에 신선초, 케일, 등이 가득

3,800평 규모의 농장에는 300여 종에 달하는 작물이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있고 1,800평 규모의 쌈채소 밭에 신선초, 케일, 근대, 자, 레드, 토스카노(잎브로콜리), 치커리, 로메인, 치콘 등 50여 종을 심어 계절별로 30여 종을 전국에 출하하고 있다.

처음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아내와 꽃 샌드위치를 시작으로 꽃 샐러드, 초밥, 비빔밥, 케이크 등 각종 음식을 개발하면서부터 관심을 끌게 되었다”며 초기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말했다.

지금은 변변한 간판하나 없지만 전국에서 기술을 전수 받으러 찾아오고 문의도 한다. 안 사장은 배우고자 찾아오는 이들에게 재배방법, 포장법, 판매까지 기술이나 유통을 전수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는 가끔씩 서운함을 느낀다고 했다. 사업아이템과 재배기술을 가르쳐준 이들에게 배신당하거나 공주지역에서는 외지 출신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고 지금도 공주에서는 협력이 안돼 공주를 떠날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현재 두 아들과 함께 유기농 인증을 받은 안 사장은 한국능률협회 웰빙 인증1호다.

“저희 농장은 채소농장입니다. 먹는 꽃도 채소고 허브도 채소, 쌈채도 채소죠.”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해외에서는 상당수의 꽃들이 채소처럼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녹즙용 채소, 쌈채소, 먹는 꽃, 허브 등 지난 10여 년간 등장한 틈새채소 중 상당수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오늘도 새로운 품종의 쌈채소를 비롯한 허브채소를 개발하고 있다.

건강을 심어주는 것이 진정한 농심

경기도 이천이 고향인 안승환 대표가 식용꽃을 재배하게 된 것은 가족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는 1980년대 초 안성에서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다 별 재미를 보지 못하다가  1989년 여름 공주를 방문할 때 한여름 개울물 소리와 푸른 산이 좋았고, 정겨운 충청인들의 말소리에 반해 공주에 정착, 본격적으로 유기농업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농장이름을 ‘엔젤농장’이라 지은 그는 서양에서 식물의 생명력이 응축된 꽃을 채소로 먹는다는 점에 착안, 식용꽃 재배에 나섰다. 외국 자료를 통해 독학으로 재배방법을 터득한 그는 1996년 20여 종류의 꽃채소를 선별해 시판에 나섰다. 그러나 첫 반응은 냉담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과 농작물 재배법이 무척 보수적입니다. 항상 같은 작목을 같은 재배법으로 생산해 과잉생산으로 농촌의 어려운 현실이면서도 새로운 작물에 대해서는 겁을 먹고 있어요. 처음엔 어려워도 차근차근 길을 닦아 가다 보면 길이 열립니다.”

그가 이렇게 새로운 채소에 관심을 갖고 재배하는 것은 도전정신 때문이다. 그의 대형 냉장고에는 1000여 가지에 달하는 종자가 보관돼 있어 새로운 채소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다.

그에게 재배기술을 전수받은 농업인은 새농민, 혹은 신지식인 등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는 정작 변변한 상하나 받지 못하다가 이제야 주위의 권고로 신지식인상을 받게 되었다며 오히려 쑥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농장의 연간 매출액은 약 3억원으로 그의 명성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농장에서 일하는 인력만도 가족을 포함해 19명에 달하는 데다 유기농장이라 수확량이 관행재배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 게다가 대형 유통업체에서 물밀듯이 들어오는 납품요청을 맞추는 것보다는 한국생협연대나 유명음식점, 전자상거래 등 농산물의 가치를 보다 알아 줄 곳에 팔고자 하는 그의 고집이 있기 때문이다.

유기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올해 엔젤농장은 꽃케일 외에도 10여 년간 자란 로즈메리·페퍼먼트·레몬밤·라벤더를 원료로 자체 건조한 유기농 허브티를 내놓았다. 한국원자력공학연구소가 세운 벤처기업인 (주)선바이오텍과 혼합허브 추출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 개발에도 착수했다.

“영농규모를 늘리고 싶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은 농사를 짓는 마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에게 건강을 심어주는 것이 진정한 농심(農心) 아닐까요?” 그의 유기농법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