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왕리를 출발해 공주를 향하는 왕촌마을버스 첫차는 7시다.

지난 8월 19일 일요일 새벽 6시 유규례(여, 54세)씨가 왕촌마을버스를 운행하기 위해 집을 나서 구왕리에 도착한 것은 6시 30분이다. 그녀는 버스 점검을 위해 기름 때 묻은 장갑을 끼고 엔진부터 살핀다.

▲ 다음 운행시간까지 10분 정도 시간이 있어 잠깐 쉴 수 있다.

공주시 금성동에서 동진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유규례씨는 남편 김경진(남, 58세)씨가 운행하는 왕촌마을버스를 일요일 만큼은 손수 운전하기 위해 매주 일요일마다 왕촌마을버스 운전기사가 된다.

△ 언제부터 왕촌마을버스를 운행했나.

-2003년 6월 1일이었나. 처음에는 나 혼자 구왕과 공주사이를 하루 왕복 9번씩 운행했었어. 처음 시작할 때에는 그런대로 손님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손해는 안보고 운행할 수 있었는데 손님이 줄어 2005년 7월부터는 1회를 줄여 8번씩 왕복 운행을 하게 됐지.

그런데 손님이 자꾸 줄어 고민이 많았어. 그만둘 수도 없고 그냥 운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 방법을 모색해 보니 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2006년 1월부터 지금의 동진다방을 내가 운영하고 남편한테 왕촌마을버스 운행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어.

△ 남편이 흔쾌히 허락했나?

- 내 남편이지만 참 고마운 사람이야. 나 때문에, 아니 왕촌마을버스를 타시는 노인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오늘도 변함없이 아침 7시부터 밤 9시 5분 막차까지 하루 14시간을 쉬지 않고 혼자 운전하고 있어. 하루는 쉬어야 하니까 일요일만 내가 운전해.

△ 4년이 넘게 이 일을 하고 계신데...

-마을버스가 없으면 노인분들이 어떻게 움직이시겠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자가용도 없는데. 그렇다고 그 분들이 택시를 타고 공주시내 병원을 다니시겠어? 전엔 구왕 종점에 내려 걸어가는 분들, 내 승용차로 집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가을에 손수 농사지으신 것 많이 가져다 주셨어 고맙다고. 그럴 때 힘든 거 어려운 거, 다 잊어버리게 되지.

△ 마을버스 운행에 제일 큰 어려움은?

-제일 큰게 경제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는 거지. 손님이 점점 줄어 수입 전액이 차량운행하는데 드는 비용으로도 모자라. 시에서 보조를 받을 수 있나 알아봤더니 개인사업체는 조례가 없어 지원해 줄 수 없다고 하네.

시에서도 직원이 일주일간 타고 다녀보더니 손님이 없어 수입이 적은데 어떻게 운행하고 있냐고 되려 묻더군. 시에서 유료보조금이라고 조금은 받고 있는데 그건 터무니 없지 뭐.

그리고 도로가 좁아 겨울에 눈 오면 차들이 서로 비켜주며 운행는게 위험해. 또 공사차량이 많이 다녀 위험하다고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방지턱을 설치했는데 너무 많고 또 높게 설치해 운전하기 힘들고.

△어려운데도 왕촌마을버스를 운행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도 봉사 많이 하잖아. 나는 왕촌마을버스를 운행하며 지역 노인들의 발이 되어 주는 것으로 봉사하는거야. 솔직히 남지도 않고 힘만 드는데 하고 싶겠어? 그렇지만 노인들 발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만두면 발을 자르는 거잖아.

△앞으로 계획은?

- 언젠가는 그만두어야 하겠지. 지금은 내가 운영하고 있는 동진다방 수입으로 남편에게 일당을 주고 있어. 내가 하루에 6만원씩 준다니까. 그 이상 벌 사람인데 나 때문에 묶여 있는 것이 항상 미안해. 앞으로 버스 수명이 2년여 정도 남았어. 그때까진 해야지. 버스가 폐차되면 다시 버스를 살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 밖에...

△희망사항이 있다면.

- 별거 아니야. 시민교통처럼 ‘오지(奧地) 노선비’ 보조라도 해주든지, 차량노후 대체시 시에서 보조를 해주면 봉사라 생각하고 계속하고 싶은 마음인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아 참, 마을버스 정차시킬 곳이 없어 지금 떠돌이 신세야. 버스 시간이 남아 잠시 정차시키려 해도 자리가 없거든. 수입이 없어 유료 주차장에 세울 수도 없고 하니 여기 저기 기웃거리게 되더라구. 왕촌마을버스 정차시킬 곳 없을까? 있으면 좀 알아봐줘...

1년 365일 중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부가 운행하는 왕촌마을버스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버스라는 개념보다는 지역 노인들의 발로써 4년을 넘게 이곳을 지키고 있다. 지금은 여름이라 그나마 6시 20분에 집에서 나와도 되지만 겨울엔 6시에 집을 나서야 이것 저것 준비해서 첫차시간을 맞출 수 있다. 그리고 막차인 9시 5분차를 운행하고 집에 오면 10시다.

버스에 1~2명 태우고 가다보면 가끔 화가 날 때도 있어 때론 손님들에게 타박을 한 적이 있는데 노인분들께 죄송하다며 계면쩍게 웃는 김경진·유규례부부.
인터뷰 마치고 돌아서는데 쾌청한 하늘이 괜히 미워져 눈 흘겼다.
시장님, ‘오지(奧地) 노선비’ 보조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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