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호 교수의 『서긍의 고려도경』 이야기

문경호 교수의 공주 역사문화 강좌
문경호 교수의 공주 역사문화 강좌

공주대 문경호 교수가 작년 6월 ‘바다에서 발굴한 고려사’를 발간하여 그의 학자로서의 깊은 연구는 차치하더라도 프롤로그 첫 장에서부터 매끄럽게 그려지는 그의 글솜씨에 놀라면서 책장이 저절로 넘어갔다.

마을 뒷산의 소나무를 1인칭으로 의인화하여 배로 만들어지기까지의 소나무 일생을 소설처럼 써 내려갔다. 그러더니 지난 해 세밑에는 ‘1123년 코리아 리포트, 서긍의 고려도경’을 발간하여 주위를 다시한번 놀라게 했다.  

'바다에서 발굴한 고려사'와 '1123년 코리아 리포트, 서긍의 고려도경' 책 표지
'바다에서 발굴한 고려사'와 '1123년 코리아 리포트, 서긍의 고려도경' 책 표지

요즘 KBS-TV에서 방영 중인 ‘고려 거란전쟁’ 드라마가 세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거기에 극중 인물 가운데 공주절도사인 김은부와 그의 딸(후에 원성황후)이 현종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공주사람들은 현종와 원성황후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공주에 ‘고려붐’이 일어나려나?

송나라 개봉에서 고려 흑산도를 거쳐 개경에 이르기까지의 지도
송나라 개봉에서 고려 흑산도를 거쳐 개경에 이르기까지의 지도

새해 입춘이 막 지난 2월 6일 공주대 공주학연구원에서 문경호 교수의 공주역사문화 강좌 ‘900년 전의 시간여행, 송나라 고려 여행 따라가기’ 강좌가 이목을 끌었다.

공주향토문화연구회(회장 윤용혁)와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회장 정영일)이 주관하고 공주대 공주학연구원이 후원한 이날 강좌에는 공주문화에 관심 있는 회원들과 공주대 문화유산대학원생들이 자리를 메웠다.

특히 대전의 향토사 회원들이 문 교수의 강의를 듣고자 불원천리 달려온 것을 보며 그의 인기를 실감했다. 

윤용혁 교수가 사회를 맡아 문경호 교수의 저서를 소개하면서 참석자들과의 북토크콘서트를 진행하는 장면
윤용혁 교수가 사회를 맡아 문경호 교수의 저서를 소개하면서 참석자들과의 북토크콘서트를 진행하는 장면

『선화봉사고려도경(이하 고려도경』은 1123년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북송의 서긍이 남긴 책이다. 

문 교수는 “서긍은 1123년 송에서 파견한 국신사의 일환으로 고려에 와서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렸다. 90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고려의 풍경과 고려인들의 모습, 그리고 생활 풍속 등에 대해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는 것은 『고려도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서긍의 『고려도경』은 현재의 우리가 900년 전 고려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타임머신과도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긍이 본 고려 본궐의 정전 회경전과 계단
서긍이 본 고려 본궐의 정전 회경전과 계단

『고려도경』은 서긍이 길을 떠나는 사행길에서부터 서해를 건너 고려의 땅 흑산도를 거쳐 그가 만난 고려인의 생활, 선박, 고려의 무역항 예성강 벽란도를 거쳐 고려 개경의 궁궐 등 고려에서의 3개월간의 여정을 글과 그림으로 상세하게 엮었다. 후에 그림부분이 소실되었음을 문교수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김영주 화가가 고려도경에 삽화를 그리면서 "화가로서 큰 일을 한 것 같아 기쁘고, 삶의 다른 변화와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영주 화가가 고려도경에 삽화를 그리면서 "화가로서 큰 일을 한 것 같아 기쁘고, 삶의 다른 변화와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 연구의 두가지 방향을 거론하였는데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는 연구도 필요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라며 “『고려도경』에는 서긍이 머물렀던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사진으로 찍거나 일제강점기 또는 최근에 찍은 개성 사진에 서긍의 기록을 더하여 화가 김영주 선생이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역사는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하자’는 그의 의지는 책 곳곳에서 독자들에게 이해도를 높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고, 그 노력은 성공하였다고 강좌에 참석한 사람들의 빛나는 눈동자와 박수가 이를 말해주었다.  

고려 여인들은 '몽수'를 쓰고 외출을 했다한다. 만화에서 그림 복사함
고려 여인들은 '몽수'를 쓰고 외출을 했다한다. 만화에서 그림 복사함

문교수는 “『고려도경』속의 ‘고려에서 본 배의 모습과 개봉에서 길을 떠나 예성강 벽란도에 도착할 때까지의 항로’ 이 부분을 100번 이상을 읽었다. 어느 날은 섬 하나를 찾느라 밤새 지도만 보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라며 그가 이 책에 큰 열정을 갖고 썼으며 또 학자로서의 멈추지 않는 집념을 볼 수 있다. 

공주 역사문화 강좌 장면
공주 역사문화 강좌 장면

문경호 교수는 화성에서 태어나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사학과와 역사교육과에서 학위를 마쳤다. 현재는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바다에서 발굴한 고려사(2023)』, 『고려시대 조운제도 연구(2014)』, 『21세기에 다시 보는 고려시대의 역사(2018 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1323년 왜구 침입 기사를 통해 본 신안선의 항로와 침몰일>, <1123년 서긍의 고려 항로와 경원정>, <여말선초 조운제도의 연속과 변화>, <태안 마도 1호선을 통해 본 고려시대의 조운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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