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여고 3학년 손유진

그곳은 주로 60세에서 90세의 남녀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으로 50여분이 기거하고 계신데 주로 할머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식물은 자급자족의 형태로 주로 충당하시며 시설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직접 일하며 소도 키우시고 밭에는 고추며 양파, 마늘 등 농사를 직접 지어 함께 드시고 남는 농작물은 판매하여 운영비에 충당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거동이 자유로운 분들은 자기보다 부자유한 분들을 돕기도 하는 어쩌면 공동체 같은 생활을 영위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그 곳에는 오랫동안 혼자 사시게 된 어렵고 힘든 사연이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이 가고, 궁금해지는 할머니 한 분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집을 나와 길에서 방황하시는 것을 누군가가 이 곳에 모셔오게 된 분이라고 합니다. 어디에 사시는 지, 누구랑 살았는지, 왜 길에서 헤매고 다녔는지 잘 모른다며 말씀을 아끼는 할머니셨습니다.

어깨를 주물러 드리거나 손을 잡고 말동무가 되어드리고 산책도 함께 하자는 말씀을 드려도 별로 반응이 없고, 못 들으신 척 행동을 하셨는데 몇 번 방문을 한 후에 그 것이 할머니의 진심이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로 외롭고 힘이 드셨던 분으로 자녀들과 손자들은 모두 서울에서 살고 있다고 하시는 말씀을 하시며 눈시울이 젖는 것을 보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들면서 차차 쇠약해지고, 병원도 자주 가고……. 그러다보니 자녀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시고 집을 나오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자녀들이 그리 따뜻하게 모시지도 못한 것 같아, 남인 저도 속이 상했지만 할머니는 원망의 말씀 한 번도 없으셨습니다.

무슨 사연인지는 잘 모르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 어떤 일이며,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친구가 되어 드리고 싶고 그런 어른들을 계속 찾아뵙고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촌 어버이 집”에는 치아가 앞니 두 개만 남고 다 빠져서 외모가 조금은 우스꽝스럽지만 언제나 밝으신 모습이 보기 좋은 유난히 웃음이 많으신 할아버지 한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함께 기숙하는 식구들에게도, 찾아온 봉사자들에게도 항상 싱글벙글 웃음으로 대하여 주는 어버이집의 스마일 할아버지로 알려진 분입니다.

특별히 다른 분들보다 더 잘해드리는 것도 없는데 언젠가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려는 나를 급히 쫓아오셨습니다. 왜 그러시냐고 그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시면 어쩌나 싶어 내가 할아버지 쪽으로 가려니까 투박한 손을 절레절레 흔드시면서 나를 향해 오시더니 주머니 속에 무엇인가를 급히 넘겨주셨습니다.

궁금해서 손을 주머니 속에 넣어 꺼내려고 하니까 어깨를 밀면서 빨리 가라고 하시는 바람에 그냥 인사만 드리고 언덕을 내려오면서 모퉁이를 돌아서 주머니 속에 든 물건을 꺼내보니 그것은 포장지가 헤어진 커피껌 한통 이었습니다. 사실 나는 평소 껌을 씹거나 사본 적이 거의 없고 예쁜 통속의 껌만 접해 보아서 낯설기만 하였지만 너무도 소중한 의미의 껌 한통이란 생각과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커피향보다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언제나 지금처럼 밝게 웃으시고 모두에게 사랑을 주시는 스마일 할아버지로 건강하게 사세요.” 라고 외쳐 보았습니다.


또 재미있는 일은 간혹 어르신들 중에는 예전에 주로 사용했던 언어나 사투리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옛말이나 속담을 말씀 중에 사용하시는 데  “건건이”라든가 “대건하다” “칼칼하다” “업혀가는 돼지 눈으로 앉아 있다”라는 말을 가끔 들었는데 뜻을 모르는 나는 그냥 짐작으로 이해하던지 아니면 대충 넘어갔는데 어르신들과 오래 시간을 지내다보니 그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건이”는 반찬, “대건하다”는 매우 피곤하다, “업혀 가는 돼지 눈으로 앉아 있다”는 잠이 그득한 눈으로 앉아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잘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나오면 여쭈어 보기도 하니 뜻을 아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분들이 쓰시는 말 속에서 묻어나오는 정감이 또한 좋았습니다. 가끔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퀴즈로 내면 어른들을 모시고 사는 친구는 뜻을 알기도 하지만 대부분 모르는 친구가 많았고 뜻의 정답을 말하면 반 친구들이 폭소를 터트리기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어르신들 앞에서 애교스럽게 분위기를 잡아보려고 그 분들이 쓰시는 표현을 쓰면 어떤 분들은 어린애가 어떻게 그 말을 아느냐고 혹시 집안에 노인이 계시냐고 물어 오시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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