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 공주여고 3학년 손 유 진

우리 집은 우유를 배달하여 먹고 있고 나도 학교에서 우유를 주문하여 먹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먹는 것을 잊기도 하고 먹기 싫은 날도 있어서 자연히 우유가 항상 밀리게 되는데 어느 날인가 냉장고를 열어보니 상당량의 우유가 밀린 채로 있었습니다.

유효날짜를 보니 여유가 별로 안남아 빨리 먹어야만 되겠기에 별 생각 없이 모아서 할머니들에게 드리려고 가지고 갔습니다.

그날은 부모님 모두 약속이 있으셔서 혼자 가게 되었는데 가지고 간 우유를 할머니들에게 드렸더니 너무도 고마워하시면서 두 손으로 얼른 받아 가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그 자리에서 잡수셨고 어떤 분은 그 우유 하나가 무슨 값지고 맛있는 음식인양 이따가 출출 할 때에 잡수시겠다고 방으로 가지고 가시어 소중하게 보관하시는 것을 보고 순간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언제고 냉장고만 열면 시원한 우유가 있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먹었고 심지어 남기고 버리기도 한 흔한 우유로 생각했는데 그 곳에 계신 분들은 그 우유까지도 소중한 음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속한 환경에 감사할 줄도 몰랐고 음식의 소중함도 몰랐으며 부모님께 감사함도 부족했구나하고 반성을 하였습니다.

이렇듯 순간순간 할머니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분들을 통하여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감사할 줄 아는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그분들에게서 돌려받는 값지고 소중한 “우리가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 면서 그 분들에게서 얻는 것이 더 많다.” 라는 어느 봉사자의 깨달음을 저절로 공감하였습니다.

언젠가 일요일에 그 동안 농사지은 고추와 양파를 수확하였습니다.

그날은 마침 어느 직장에서 한 팀을 이루어 자원봉사를 와서 모처럼 많은 봉사자들이 있어 생기 있는 하루였습니다.

땡볕에 대비하여 썬 크림도 바르고 챙이 넓은 모자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내리쬐는 태양아래서 좁은 밭고랑을 다니며 비료 포대에 빨간 고추를 따서 담는 것은 힘들기만 하였습니다.

몇 개 따지 않았는데도 땀이 비 오듯 했습니다.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열심히 고추를 수확한 후에는 다른 봉사자들이 캐낸 양파의 분리작업을 하였습니다.

성한 것과 상처 난 것으로 먼저 분리하고 다시 크기별로 분리하여 망 속에 담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썩은 양파에서는 어찌나 냄새가 고약하던지 꼭 화장실에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땀에 흠뻑 젖어 파김치가 되어서야 일이 모두 끝났고 직접 기른 고구마를 마당에서 가마솥에 쪄서 간식으로 내오셨는데 크기는 중구난방이고 가마솥 바닥에 눌러 붙어 검게 탄 것도 있었지만 배도 고프고 힘든 일을 한 뒤라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3.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고3이다 보니 1,2학년 때와는 달리 시간을 내서 봉사활동 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독이나 된 듯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지 못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기에 부족한 시간도 쪼개가며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봉사를 하는 이 시간을 공부에 어찌 비할 수 있을까요. 공부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곳에서 봉사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개인이 운영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은 것을 알았습니다.

인력의 부족과 환경과 시설의 낙후로 인하여 마음은 있지만 어느 한계가 있기에 어르신들의 삶의 질이 낮은 상태였고 섬기고 보살펴 드려야 하는 손길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어쩌다가 한번 씩 방문하여 봉사하는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이며 꾸준하게 봉사하는 손길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신적, 심리적 지지와 사회의 관심, 유대관계의 형성이 더욱 그 분들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시설이나 혜택도 그 범위가 많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석구석 살펴보면 아직도 손길이 필요하고, 그 혜택을 다 못 받는 어려운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런 형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꼭 필요한 도우미로서, 우리나라 복지 현실이 더욱 발전 할 수 있도록 작으나마 제 힘을 보탤 수 있다면 하는 바람입니다.

복지시설의 현장에서 일하거나 국가 정책수립에 일조를 하거나 사회복지의 교육을 담당하여 나보다 후배들을 지도하는 것 등 어떠한 형태든지 신중하게 생각하여 실천 한다면 이것이 나의 의무와 자긍심을 실현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주위의 친구들에게 적극 권장하여 함께 참여하도록 할 것이며, 대학에 진학하여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복지관련 일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저는 2학기 수시에 ‘특별사회봉사경력자전형’으로 지원을 하였습니다. 제 꿈이 실현되기 위하여 지금보다 더 성실하게 열심히 봉사하는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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