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우리의 생활환경은 점점 윤택해 지고 있다. 그러나 도시 속에서 접하는 ‘시각환경’은 ‘요란하다’는데 큰 문제점이 있다. 이 문제의 출발은 바람직하지 못한 ‘불법간판’에서 비롯된다. 간판의 난립은 도시의 미관을 해칠 뿐 만 아니라 건물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호부터 본지는 공주문화원과 공동으로 ‘아름다운 공주 가꾸기’캠페인을 개최, 연속적으로 연재할 계획이다. 첫 번째로 ‘아름다운 간판’을 기획하면서 연내 ‘아름다운 간판상’ 시상도 할 예정이다./편집자  


 

미소담 치과 이재필 원장
“작은 것이 아름답다”

공주 시내 고정간판 가운데 약 40%가 불법간판인데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저마다 “누가 누가 더 크나? 내기 한번 해보자”란 듯이 커다란 간판이 온통 거리를 뒤덮고 있다. 옆집보다 더 큰 간판을 걸어서 경쟁에서 이기고픈 심리가 그 간판을 지탱하기에도 버거워보이는 건물이 안쓰러울 정도다.

또, 큰 간판으로 인한 비용도 많이드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건물의 수명을 단축시키킬 뿐만 아니라 거리의 미관까지 해치고 있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서적으로도 해악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치과는 치아를 비롯한 구강 전반을 치료하는 병원이다. 누구나 병원에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齒)가 아파 치과에 가서 진료받아 본 사람들은 다 안다. 치과에 가서 입을 벌리고 ‘드르륵’하는 기계 앞에서 공포에 떨었던 일이 얼마나 끔찍한 기억인가를...

그런데 한번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일으키는 치과가 있다. 
공주시내 큰 사거리에서 국고개 쪽으로 보면 ‘미소담 치과’란 아담한 간판을 보게 된다. 이 간판을 보고 있으면 햐얀 이를 살짝 드러내고 미소짓는 젊은 여인의 입술이 떠오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상큼한 미소를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 아름다운 간판의 주인인 이재필 원장은 “간판은 건물의 얼굴입니다. 아름다운 간판은 건물을 살리면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하죠. 유렵과 미국 등을 가보면 간판도 환경적인 요소를 갖추어 크기와 색깔, 그리고 디자인까지 세심하게 신경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은 간판’을 걸고 있다는 점입니다. 간판도 문화입니다. 이제 우리의 간판 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라며 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아름다운 공주 가꾸기’ 캠페인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 이수행 박사

1974년에 ‘이재필 치과’로  개원하였다가 아들 이수행(37)치의학 박사와 며느리 김계순(34, 보철 전공의) 부부가 치과를 맡으며 ‘미소담 치과’란 새 이름으로 바꾸었다.
환자들 중에는 “이름이 예뻐서 여기서 치료를 받으면 아프지 않게 치료해 줄 것 같아서 왔다”는 환자도 있다고 이재필 원장은 미소지으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다시한번 강조한다. 
 

 

 

― 미소담 치과 -
글/나태주 시인


간판은 기관단체나 사업소의 얼굴이고 명함이다.

남에게 제일 먼저 내보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간판에 신경을 쓴다. 자기네들의 간판이 다른 사람들 눈에 잘 띄기를 바란다. 될수록 튀는 색깔과 글씨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리고 거는 자리도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공간을 선택하고 싶어한다. 우리들의 경우, 다른 무엇보다도 간판의 크기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무조건 크게 만들고 보자는 식이다. 커도 너무나 크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거리는 온통 울긋불긋한 간판들로 도배를 한 느낌이다. 너도나도 크게 크게만 발돋움하다보니 간판의 수풀이 되어버려 오히려 변별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게 그것인 것만 같다.

이는 마치 소음 경쟁과 같다. 한쪽에서 큰 소리로 말하면 다른 쪽에서도 큰 소리를 내게 되어 있다. 그러면 반대쪽의 소리는 더욱 커지게 된다. 점점 큰 소리는 확대 재생산으로 나간다.

오늘날 우리들의 간판들이 마치 그런 모양새들이다. 이런 사정은 공주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번화한 거리만 나섰다 하면 보이는 건 오직 간판들뿐이다. 간판의 수풀이다. 비어있는 공간이라고는 없다. 어지럽다.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들 이리도 크기에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마치 허기와 같다.

빈 깡통의 소리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는데 지나치게 과장된 간판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다.  조금은 허탈한 심정으로 거리를 가다가 괜찮은 간판 하나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자못 크다.

공주 시내의 사거리. 공주고등학교 쪽에서 금강 쪽으로 내려오다가 옥룡동 방향으로 신호를 받고 꺾어져 가다가 오른쪽 거리는 병원의 거리다. 거기서 예쁜 간판 하나를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소담 치과>. 예전 <이재필 치과>의 바뀐 이름이다. <미소담>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 ‘작은 웃음’(미소)이란 말과 ‘이야기’(談) 나 ‘샘물’(潭)을 뜻하는 ‘담’이란 말이 합성된 것일까? 뜻이야 아무래도 좋다. 미소담, 미소담, 자꾸만 소리내어 부르다보면 얼굴에 정말 미소가 흐를 것만 같고 입술이 부드러워질 것만 같다.

색깔이며 모양, 그러니까 디자인도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어서 좋다. 녹색 바탕에 흰 글씨인데 모양을 크고 작은 타원형 두 개가 만나서 하나를 이루었다. 땅콩 모양이라 그럴까 탁구채 모양이라 그럴까. 길거리를 가다가 고개를 들어 이런 간판 하나 만나게 됨도 하나의 기쁨이요 신선함이다.

마치 목마를 때, 사이다 한잔을 마신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간판을 내걸고 있는 주인은 길거리를 가는 사람들에게 끝없이 좋은 것을 제공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불교 식으로 말한다면 보시(報施)하는 사람인 것이다.

 

간판 상식

잘 모르고 설치하는 불법간판과 적법하지만 가로환경을 해치는 간판들

우리가 잘 모르고 설치하는 불법간판들을 알아보자.

간판을 표시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는 건물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법을 지키면서 간판을 달았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아름다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의 사진들을 모두 적법하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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