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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매일이 똑같은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곤 한다. 학생일 때는 시험이 있는 날이나 개학 전날에 일기며 방학숙제를 하지 못했을 때면 갑자기 내가 아파서 학교에 못가거나 천재지변이 생겨서 휴교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출근길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헤리포터처럼 호그와트로 향하는 마법기차에 타고 있는 나를 상상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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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5.09.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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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1937~ 영국), 2003, 143.5 x 183.5 cm내가 사는 공주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다. 이 극장도 다른 영화관처럼 거대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며 영화가 상영된다. 그러나 가끔 공주민주단체협의회에서 한 개의 극장을 빌려, 상영관을 잡지 못한 의미 있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지난 7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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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5.08.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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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폭도(朴淵瀑圖), 겸재 정선 謙齋 鄭敾 (1676-1759) 비단에 수묵, 119.4×51.9㎝ 개인소장집에서 술을 빚은 지가 일 년이 되어간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식구를 둔 덕분에 솜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술을 빚는 일은 정성도 중요하지만 매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족히 백일은 기다려야 맛을 볼 수 있다. 며칠 전에 함께 술을 빚는 K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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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5.07.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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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도 어떤 일은 또렷하게 기억되고 상처로 남기도하지만, 또 어떤 일은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는 우리는 알지 못하고 숨겨진 일도 있고 그냥 그렇게 두리 뭉실 넘어간 일, 과거 속으로 묻혀버린 사건들이 많이 있다. 특히 정치, 권력, 힘과 관련된 사건은 집권한 통치자가 의도하는 데로 흘러간다.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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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5.06.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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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국립공주박물관, 목요인문학카페에 ‘미술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강좌가 있었는데 내게 매우 반가운 분이 강사로 오셨다. 대학과 대학원시절에 미술사 교수님이던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님이다.오후 두시인 강의는 나를 스무 살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학부시절에 ‘미술의 이해’ 수업은 교양과목이고 학생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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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5.05.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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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의 비밀 하나를 오늘 거제 비치호텔 테라스에서 건졌다. 지난밤 늦게까지 불 켜 있던 고깃배 두 척 어디론가 가버리고 이른 봄밤 새기 전 어둡게 흔들리는 바다와 빛 막 비집고 들어오는 하늘 사이에 딱히 어떤 색깔이라 짚을 수 없는 깊고 환하고 죽음 같고 영문 모를 환생 같은 저 금, 지구가 자신의 첫 바다 쩍 추억을 발라논, 첫 추억을 반죽해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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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5.04.0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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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온다는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눈이 별로 오지 않은 겨울이었다.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三月)에 눈이 온다’로 시작되는 김춘수의 시와 함박눈이 생각나는 3월이다. 몇 해 전 겨울도 눈이 적었고, 아쉬운 마음으로 2월 달력을 뜯어내며 “이제 봄이구나”했는데 창밖에 함박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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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5.03.0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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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네덜란드 캔버스에 유채, 64×80.5㎝, 1888, 크뢸러밀러미술관, 네덜란드봄이 시작된다는 첫 번째 절기인 입춘, 농부는 농기구를 손질하며 거름을 뒤적이고 겨우내 잠들어 있던 대지는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편다. 눈이 비로 변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우수, 잠자던 개구리가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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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5.02.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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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목(Passeriformes) 까마귀과(Corvidae)에 속하는 까치는 유럽·아시아·북아프리카·북아메리카 등 열대와 아한대를 제외한 북반구 전역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에 우는 까치를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여겼다. 까치는 사람을 가까이하며 학습이나 모방까지 잘하는 지능이 높은 새이다. -브리테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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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5.01.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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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조희룡 趙熙龍, 1789~1866종이에 엷은 채색, 106.1×45.1㎝ 간송미술관 소장올 겨울은 날이 춥지 않고 포근하지만 눈이 많이 온다는 기상청의 겨울 날씨 예보가 있었다. 요즘은 일기예보가 잘 맞는다고 하더니 정말 겨울초입부터 눈이 며칠을 내렸다. 내가 살고 있는 산골은 도시와 달리 한번 눈이 오면 쌓여서 출입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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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12.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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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천재라고 부른 20세기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 여섯 살 때 꿈은 요리사, 일곱 살 때는 나폴레옹처럼 되기를 꿈꿨던 달리는 자신이 세계에서 최고가 될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는 늘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독특한 외모로 도발적인 말과 행동을 했고 자신의 몸을 예술의 도구로 삼았다. 위로 말아 올린 특이한 콧수염,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눈과 독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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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11.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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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 Pollock (1912~1956), 266.7×525.8㎝, 캔버스에 유채, 1950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기세등등했던 초록의 세계는 하루하루 쌀쌀해지는 날씨에 힘이 빠져가고 있다. 초록은 붉은 색과 노랑, 갈색에 자리를 내주며 내년 봄을 기약한다. 마당을 점령했던 풀도 말 그대로 풀이 죽고, 산을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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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10.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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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1916~2002, 한국 모더니즘의 제1세대 작가이자 추상미술의 선구자), 캔버스에 유채, 73×91㎝, 1993년 화가를 꿈꾸던 소녀의 눈에 비친 작가들은 괴이한 기행을 일삼는 사람들이었다. 예술가를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 전기등을 보면 그들의 기이한 삶, 정신분열증 또는 편집증, 강박증 같은 것이 그들의 작품보다 더 부각되면서,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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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09.1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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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 산아 추영산아 놀기 좋다고 유달산아강강술래 강강술래 꽃이 피면 화산이요 잎이 피면 청산이라강강술래 강강술래강강술래 강강수월래달 떠온다 달 떠온다 우리 마을에 달 떠온다 (후렴구)오복 소복 봄 배추는 이슬 오기를 기다린다 (후렴구) 하늘에는 별이 총총 대밭엔 대가 총총 (후렴구)…… 마티스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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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08.1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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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la Vida 삶이여 만세프리다 칼로( Frida Kahlo 1907-1954) 판자에 유채, 52×72㎝, 1951-54죄송해요, 아빠. 가만히 누워만 있으니까 자꾸 예민해지나봐요.그래서 말인데요....저 아빠... 아빠가 취미로 그림 그릴 때 쓰시는 물감이랑 붓, 저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왜? 그림을 그려보려고? 네...기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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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07.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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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 1957등불을 끄고 자려하니 휘영청 창문이 밝으오문을 열고 내어다 보니 달은 어여쁜 선녀같이내 뜰 위에 찾아온다 달아 내 사랑아 내 그대와 함께 이 한밤을 이 한밤을 얘기하고 싶구나……, 김태오 작사 / 나운영 작곡 뜨거운 햇살이 내리 쪼이는 한낮에 마을 안쪽에 있는 공동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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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06.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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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호의 뗏목 The Raft of the Medusa제리코(J.L.A. Theodore Gericault, 1791~1824) 491×716cm, 파리 루브르박물관, 1819년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깊은 계곡 양지 녘에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궁노루 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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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05.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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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남으로 내려가자그곳 모란이 활짝 핀 곳에영랑이 숨쉬고 있네남으로 남으로 내려가자그곳 백제의 향기 서린곳영랑이 살았던 강진음악이 흐르는 그의 글에아 내마음 담고 심어라높푸른 하늘이 있는 그곳아 영원히 남으리영랑과 강진모란이 피기 까지는나는 아직 나의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테요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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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04.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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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어머니께 사실 전 태어난 조카가 아버지의 이름을 따르기를 무척 원했답니다. 요즘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미 제 이름을 땄다고 하니, 그 애를 위해 침실에 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아몬드 꽃이 만발한 커다란 나뭇가지 그림이랍니다.1890, 2.15 빈센트 올림사랑하는 조카의 탄생에 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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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03.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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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호흡할 수 있는 넉넉한 여백의 화면, 숨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 오른쪽 위부터 천천히 읽어보자. 취후관화, 단원이라고 세로로 화제와 요즘말로 사인이 있다. 왼쪽으로 곧은 대나무 숲과 두 마리 학이 놀고 있다. 그 아래에 기와를 올린 집이 있고, 그 집 안에 술병과 두루마리를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 집 안으로 들어 와 함께 이야기를 거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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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2014.02.25 10:18